어반 나이프는 작년 말부터 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메쯔거라이[각주:1](Metzgerei)를 표방하는 신규업소죠.


저렴한 가격에 맛좋은 햄과 소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로 유명해졌는데요. 저도 작년 12월에 학센 페스티발을 할 때 다녀왔습니다.



1인당 15,000원에 이런 구성에다 품질도 좋다니 더 바랄 게 없죠.



일단 굴라쉬를 먼저 주시네요. 맛 괜찮습니다. 엄청 맛있다거나 이것이 바로 현지의 맛! 같은 느낌은 아닙니다만,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우기에는 나쁘지 않네요.



조금 후에 나온 콜드컷 햄·소시지와 리버 파테(리버 부어스트), 빵. 맛있네요. 다만 염도가 전반적으로 조금 낮게 느껴져서 테이블 위에 준비된 소금을 뿌려서 먹었더니 맛이 더 살아나는 듯. 리버 파테는 빵에 올려서 같이 먹었는데 역시 소금이 좀 필요했구요. 그런데 빵의 수준이 ·소시지의 그것과는 좀 괴리가 느껴지는... 아쉽더군요.



슈바인학센 & 소시지 플래터. 소시지는 맛있었습니다만 학센은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느낌이네요. 부위마다 염도도 일정하지가 않았구요. 콜드컷과는 달리 머스터드가 같이 나오는데, 이 머스터드가 유감스럽게도 소시지와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소시지에 비해 수준이 좀 떨어지는 것도 아쉽더군요.(결국 소금을 또 동원...)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고, 곁들이로 나온 피클과 사우어크라우트, 매쉬드포테이토까지 모두 소시지에 비해 좀 쳐지는 느낌입니다. 결국, 맛이 좀 단조로워져서 리필은 커녕 남은 소시지를 포장해오고 말았네요. 배가 불러서 포장하긴 했습니다만, 소스나 가니쉬가 좀 더 나았더라면 소시지를 좀 더 먹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메뉴 개발은 아란치오 셰프 님이 함께 하셨다고 하는데, 샌드위치나 파스타, 잠발라야 등의 식사 메뉴에만 손을 대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요. 소시지와 함께 제공하는 빵, 소스, 가니쉬 등도 조금 손을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어반 나이프는 정부의 식육가공사업 육성을 위한 법 개정과, 중소기업식품 협력지원사업의 식육가공품 판매업 시장개척 사업자 선정으로 만들어진 한국형 메쯔거라이입니다. 작년 9월 20일에 오픈했는데, 10월부터 소시지 무한제공 이벤트[각주:2]를 시작하여, 맛좋은 소시지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으로 넷상에서 유명해졌구요. 이런 입소문을 바탕으로 갤러리아 백화점에 3월 한 달간 팝업 스토어까지 오픈을 했으니 꽤나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도 맛있게 잘 먹었고 좋은 가게라고 생각합니다. 메뉴판을 보시면 굳이 이런 무한제공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방문하는데 저항감이 없을 만큼 음식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구요.


 

그러나 육가공품의 품질에 있어서 (세간의 평가처럼) 어떠한 독보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대동소이한 퀄리티의 제품 중 먹어본 것으로는 비슷한 가격대에서 에스푸드의  존쿡이 예전부터 있어왔고(100g에 2천원 정도), 더 높은 가격대에서는 셰프 마일리 같은 업소도 있구요.(100g에 3천6백~6천5백원 정도) 아무래도 셰프 마일리가 가격대가 있는 만큼 약간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가격도 두 배 맛도 두 배인가 하면...


그밖에 3대를 이어서 하는 프랑스 소시지 장인이 한국서 소시지를 만든다고 하는 프랑스 구르메의 제품도 맛있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에쎈 2월호 기사를 보니 에델바이스, 수지스 델리 등에서도 각종 육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네요.(수지스는 아직도 브런치 팔고 있나 했더니 꽤 오래전부터 이런 델리 제품을 만들고 있을 줄이야...) 웹서핑 중 우연히 보게 된, 국내서는 흔치 않은 익히지 않은 생 소시지를 파는 마로 소시지라는 곳도 있구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서 맛있는 소시지를 먹겠다고 하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법도 바뀌고 세상도 바뀌어서 선택의 폭이 참 넓어졌네요.(그 와중에 예전에 괜찮게 먹었던 돈덴홤은 없어진 듯 하고... ㅠㅠ)


어반 나이프를 만든 KMCI는 가능한 낮은 가격대에서 가능한 좋은 제품을 선보이려고 하는 훌륭한 업체라고 생각합니다.(사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존쿡을 만든 에스푸드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어반 나이프에서 맛있게 드신 분들은 분당 정자동의 존쿡 델리 미트를 한 번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네요. 쇼핑몰에서는 팔지 않는 제품도 취급하고 있기도 하구요.) KMCI에서는 어반 나이프 지점 확대(올해 안에 서울 경기에 5호점 개점 목표)와 식육가공 유통전문가 양성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모쪼록 일이 잘 진행되서 양질의 육가공품을 보다 많은 분들이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3년 1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217-15 대경빌딩 3층

02-455-6628

와인 콜키지 병당 8천원

홈페이지 http://www.urbanknife.co.kr

  1. 독일어. 고기와 자가제조 육가공품을 함께 판매하는 정육점. [본문으로]
  2. 2013 10월, 옥토버 페스트 - 저녁6시~9시 1인당 1만원에 햄 소시지 무한제공. 2013.11.23~2014. 1월 말, 학센 페스티발 - 1인당 1만5천원에 학센 2인당 1개, 햄 소시지 무한제공. 2014.02.06~2014.03.31 슈바이네바흐 - 1인당 1만8천원에 슈바이네바흐 1인당 250g과 사이드디쉬 무한제공. [본문으로]

SG다인힐의 꼬또(COTTO)가 종각의 그랑 서울에 입점했습니다. 저는 정식 오픈 전의 50% 할인 이벤트에 당첨돼서 다녀왔네요.(지금은 정식 오픈하고 정상 영업 중이구요.) SG다인힐은 새 매장 새 지점이 오픈할 때마다 이와 비슷한 이벤트를 하곤 하죠.



식당은 건물 지하에 모여있는데, 수하동[각주:1], 고디바 등의 유명 점포들이 다수 입점해 있습니다.



여의도의 핏제리아·리스토란테 꼬또와는 달리 그랑 서울의 꼬또는 핏제리아라서 메뉴가 좀 다르더군요. 여의도 꼬또 메뉴 중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이 없고, 대신에 여의도에는 없는 파니니를 맛볼 수 있습니다.(근데 제가 파니니를 안 시켜서... 다른 테이블에 나가는 걸 보니 비주얼은 훌륭해 보였습니다만...)



얇고 파삭하게 구운 피자 도우로 추정되는 음식이 식전빵 대용으로 나오네요. 위에는 살짝 매콤함이 느껴지는 시즈닝이 뿌려져 있구요. 좀 딱딱해서 쪼개기가(얇고 딱딱해서, 자른다기보다는 쪼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약간 불편합니다만, 맛은 괜찮습니다. 인도식 크래커인 파파덤(papadum. 파파드pappad로도 불림)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시저 샐러드와 치킨 디아블로(15,000). 시저 샐러드에 살짝 매콤한 닭 다리살(로 추정)이 올라간 메뉴인데요. 닭고기는 보들보들 촉촉하게 잘 조리돼서 맛있었는데, 샐러드에 소스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 있었네요.(사진으로 봐도 생 야채 느낌이 좀 -_-;) 짜서 컴플레인 했다는 분도 계시니 주방이 아직 익숙지 않은 듯도요. 근데 꼬또에서 사용하는 육가공품은 모두 직접 만드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저 샐러드에 쪼금 들어가는 베이컨(판체타?)도 맛있더군요.(보통 시저 샐러드에 들어가는 베이컨이 별 맛이 없다 보니)


한치, 오징어, 문어 프리토(12,000). 프리토(fritto)는 이태리 말로 튀김이라는 뜻이죠. 갓 튀겨내서 바삭한 튀김옷에 야들야들한 속 재료가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만, 맛이 있기는 한데 너무 평범한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곁들여 나온 소스는 코리앤더(고수) 아이올리인데, 튀김과의 상승효과 같은 것도 딱히 느껴지지가 않아서 더욱 더... 산미가 있는 소스(타르타르나 피쉬&칩스에 나오는 식초라든가)가 나왔으면 좀 나았을 것도 같습니다만.



포르케타, 크러쉬 페퍼, 파프리카, 파채가 토핑된 피자(21,000). 포르케타(Porchetta)는 일종의 이태리식 돼지 통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돼지의 특정 부위만을 가지고 만들기도 하는 듯요. 이태리에서 포르케타 샌드위치(파니니?) 제대로 하는 데 가면, 통구이의 다양한 부위-껍질, 살코기, 지방이 적당히 섞인 고기, 내장 등- 중 어느 부위를 어떻게 얼마나 넣을지 섞을지를 물어보고 만들어 준다고.


이 피자의 포르케타는 삼겹살로 만든 것인데, 삼겹살로 만들었다고 하니 베이컨 느낌 아닐까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베이컨 느낌보다는 삼겹살의 고기스러운 느낌이 더 느껴지는 맛이더군요. 베이컨과 파채를 같이 먹는다면 조금 어울리지 않을 것도 같지만, 삼겹살과 파채는 어울리는 궁합이니 파채를 올린 것도 이해가 갔구요. 다만 포르케타의 기름기를 파채가 미처 다 잡아주지 못하는 느낌이 좀 들더군요. 그렇다고 파채를 더 올리면 음식의 밸런스나 피자로서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생각도 들고.(파닭은 파채를 듬뿍 곁들여야 제맛입니다만 과연 피자는... 루꼴라라면 듬뿍 올라가도 괜찮겠지만서도) 기름기를 씻어줄 맥주나 와인을 같이 곁들였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지만 음료(프루트 펀치)와 같이 먹었던 터라... -_-;


위에서 까탈스러운 소리를 좀 하긴 했습니다만 피자 맛은 좋았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구워내는 쫄깃하고 담백한 도우와 토마토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진한 토마토 소스, 여기에 포르케타와 파채의 어울림이 괜찮은 조합으로 다가오긴 하더군요. 하지만 이 피자가 이 가게의 베스트 메뉴는 아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달까요. 그런데 이 메뉴가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메뉴고 파채가 올라간다는 등의 특이성도 있다보니, 일종의 스페셜티랄까 시그니처 메뉴 격으로 서버들이 추천하는 분위기가...  근데 앞에도 말했듯이 꼭 먹어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구요. 여성 분들의 경우 파채를 먹고 나니 입에서 냄새가 나서 힘들었다는 분들도 계시니 참고하시구요.


피자 도우에 대해서는 별도로 얘기를 좀 할 필요가 있는데, 일단 피자 도우가 맛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쫄깃한 식감을 내면서, 계속해서 씹고 있으면 요즘 잘 나가는 빵집들의 소위 '식사빵'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구수하고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이 도우가 맛있다는 걸 어필하고 끝까지 다 먹게 하기 위함인지(테두리 도우가 좀 두툼하기도), 서버 분께서 피자를 내오시면서 테두리 도우는 꿀에 찍어 먹으라며 테이블 위에 있는 꿀을 소스 종지에 따라주고 가시네요. 그런데 이 꿀에 도우를 찍어 먹으면 꿀의 단맛 때문에 도우의 구수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도우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으시다면, 그냥 드시거나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올리브 오일에 (크러쉬 페퍼를 뿌려서) 찍어 드시길 권하고 싶네요.


SG다인힐의 박영식 부사장은 작품성/예술성도 인정받고 돈도 벌고 싶다[각주:2]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SG다인힐 매장들의 음식을 보면 그러한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지구요. 꼬또 피자의 경우,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구워서 도우를 태우지 않고(부자 피자 가서도 테두리 탔다고 안 먹는 분들 많죠.), 도우의 식감을 한국 대중들이 좋아하는 쫄깃한 식감으로 만들고, 거기에 더해 도우에 꿀을 찍어 먹게 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피자 한 판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만들었죠.(미국식 피자 먹을 때 테두리 도우 맛없다며 안 먹는 사람들 솔찮게 있으니)


저에게는 도우에 찍어 먹을 꿀이 필요 없습니다만, 세상에는 아직 꿀이 필요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검색해 보시면 아마도...) 언젠가 꿀이 필요없는 사람들이 (꿀이 필요한 사람보다) 더 많아지는 세상이 온다면, SG다인힐에서는 어떤 매장 어떤 메뉴를 선보이게 될까요. 근데 그날이 오긴 올까요. -_-;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3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 33 그랑서울 지하1층

02-2158-7906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연중무휴)

  1. 하동관 강남점이 명동점과의 법적분쟁으로 인해 사용하고 있는 이름. 하동관이 원래 있던-지금의 센터원 자리- 동네 이름이 수하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도 수하동이 입점해 있다. [본문으로]
  2. from 트위터 [본문으로]


먹거리X파일에서 가짜 마블링 운운하며 인젝션육을 다뤘는데, 씹더라도 방송을 보고 씹어야 할 것 같아 일단 방송 시청.

이번에 약을 판 수법은, 팜유와 저질 소기름을 넣어 만드는 인젝션육 공장 도촬 > 천연재료를 써서 특허가 진행 중이고 한우 지방을 넣어서 더 맛이 좋다는 업체는 제품만 보고 설명만 듣고 (공장 촬영 없이) 넘어감 > 다른 업체 하나도 대충 넘어감 > 중간중간에 인젝션육을 계속 디스하면서 받아서 쓰는 식당도 디스 > 마지막에는 이런 대사를 침 "원래 고기에 소기름으로 마블링을 심는 기술은 몇 년 전 일본에서 건너왔습니다.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 소의 질긴 부위를 싼값에 등심처럼 그리고 안심처럼 부드럽게 먹게 하기 위한 육가공 기술, 그 취지 자체는 좋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이 소비자를 속이기 위한 상술로 진화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젝션육에 대한 온갖 디스는 다 해놓고, 마지막에 인젝션육이 나쁜 게 아니라 인젝션육을 (가공하지 않은 원육인 양) 속여 파는 게 나쁜 거라는 면피용 발언을 슬그머니 집어넣음. 하지만 방송 내용과 방향은 인젝션육은 나쁜 먹거리라는 쪽이고 시청자도 그렇게 받아들임.


여기서 내가 분노하는 부분이 또 따로 있는데... 방송 내용 중 양고기 인젝션육에 대한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린내 나는 고기는 안 먹는다며(공장 직원의 발언) 양갈비 인젝션육 만드는 걸 보여주는데, 아마도 양고기 지방은 철저히 제거하고 대신 소기름을 넣은 인젝션육을 만드는 듯.(양고기의 냄새는 지방에서 나는 것) 대한민국 식당에서 양고기 향을 즐길 수 있는 날은 대체 언제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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