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새절역 인근의 인도 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비정기 팝업 레스토랑입니다. 영업일과 그날의 메뉴(1~2 종류)는 가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고, 인스타 DM이나 카톡으로 예약을 받아 운영하구요.

예약 시간에 맞춰서 가니 사장님께서 향을 피우고 시타라 연주곡을 틀어놓고 기다리고 계시네요.

오늘의 메뉴는 밥과 커리, 약간의 반찬으로 구성된 옐로우달 플레이트였는데요. 이것이 로컬의 맛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복잡미묘한 커리의 맛과 가게의 환경/분위기가 어우러져, 소박하지만 충만함이 가득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마살라 차이를 플로럴로 마셨는데, 밝고 화~한 (민트 등에서 느껴지는) 풍미의 향신료가 들어가 이 또한 로컬스러운 식사에 방점을 찍어주었구요.(음악은 Kings Of Convenience로 바뀌었습니다만... ^^;)

맛도 좋았고 그 외의 요소들도 마음에 드는 곳이더군요.(화장실은 확인을 못 했습니다.) 인근에 계신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기를 강추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onsoonsee
https://polle.com/p/2vg8Mh


며칠 전 이스라엘 대사관저에서 열린, 이스라엘 식문화를 알리기 위한 오찬 행사에 초대를 받아 다녀왔습니다.


이스라엘 대사관 요리사인 요씨 하노카 셰프님의 타히니(참깨 페이스트)와 샥슈카 요리 시연/설명을 보고 들은 다음 오찬을 즐겼는데요. 여타의 중동국가 요리들과 비슷한 점이 있으면서 생소한 부분도 느껴졌는데, 식사 중간중간에 셰프님의 설명이 곁들여져 더욱더 즐겁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날 먹은 음식은 이스라엘 전통 빵인 할라, 타히니, 사비크(타히니가 들어간 이스라엘 스타일 후무스?), 이스라엘 샐러드, 모로코 샐러드, 양고기를 갈아 넣고 졸인 대추야자(일종의 고기잼?), 샥슈카, 쿠스쿠스, 타히니로 만든 디저트인 할바였구요. 레반트(그리스, 시리아, 이집트를 포함하는 동부 지중해 연안 지역의 역사적인 지명) 지역에서 널리 마시는 술인 아락(Arak)을 곁들였는데, 예전에 이와 비슷한 술인 우조를 마셨을 때는 아니스 향이 너무 독해서 마시기가 어려웠습니다만, 자몽 주스에 타주셔서 그런지 물을 타는 것보다 색도 예쁘고 마시기가 한결 편하면서 맛도 더 좋게 느껴지더군요.(원래 보통 희석해서 마시는 술이에요.)



먹으면서 느꼈던 이것이 이스라엘 음식의 특징인가 싶었던 것으로, 스파이스와 허브를 모두 사용하지만 스파이스가 자극적이거나 강하게 느껴진 요리는 없었고 허브가 강하게 느껴진 요리는 있었다는 점이 있구요. 레반트 지역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고 하는 타히니가 다른 국가들보다 이스라엘에서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왜냐면 유대교의 음식 율법인 코셔에서는 유제품과 육류를 같이 먹는 것은 물론 같은 상 위에 올려서도 안 되고 심지어 식료품점에서 같이 팔아서도 안 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인근 국가들의 요리에서 치즈 생크림 요거트 등이 하는 역할을 타히니가 대신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셰프님 설명으로는 치킨이나 생선요리 등에도 타히니를 넣어서 만든다고 하는데, 타히니를 넣어 만든 치킨요리와 이날 먹었던 쿠스쿠스와의 어울림이 기대된다는 생각을 해봤네요.


전반적인 느낌은 여타의 중동/레반트 요리에 비하면 일종의 절밥을 먹는 것 같았다고 할까, 좀 더 깔끔하고 과하거나 넘치는 맛이 없는 단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사찰음식이 건강식으로 부각되는 것과 비슷하게 코셔 음식도 건강한 음식이라는 이미지/인식이 있구요. 이러한 음식들이 가지는 특징을 어떻게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궁금한데, 이런 생각도 먹고 나서 감상을 정리하다 들었던 것이고, 먹던 당시에는 다양한 음식들을 먹고 설명 듣기에 바빴었네요. ^^;


행사를 주최하신 이스라엘 부대사님과 셰프님께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셨는데, 이스라엘 요리도 이런 자리도 처음이라 제대로 질문드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구요. 이날의 느낌과 생각들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다음에 이스라엘 음식을 먹어볼 기회가 온다면 궁금했던 점들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셰프님께서 한국인 입맛에 맞게 향신료 양을 조절하신 것 같아요. 이런 걸 질문했어야 하는 건데…)


식사를 마치고 할바와 타히니의 시판품을 선물로 주셨는데, 할바는 한국의 흰깨 다식과 비슷한 맛이 났고, 타히니는 중국의 지마장과 비슷한 맛이 나더군요. 셰프님께서 만들어주신 타히니가 이 시판품을 베이스로 한 것인데, 저는 다른 걸 첨가하지 않은 이 타히니가 더 맘에 들었네요. ^^; 지마장과는 다르게 고소한 맛 외에 은은한 쓴맛과 흙 맛(Earthy)이 났던 게 포인트였구요.(셰프님 타히니는 고소한 맛이 덜하고 흙 맛이 강했어요. 너무 건강한 느낌이랄까? ^^;)



한국에는 아직 이스라엘 식당이 없다고 하니 더욱 뜻깊은 자리였던 것 같구요. 한 번의 식사로 타국의 음식과 문화를 얼마나 알 수 있겠습니까만, 한 번이라도 접해보기 전과 후의 세계는 0과 1이 전혀 다르듯 작지만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즐겁고 흥미로운 경험 하게 해주신 이스라엘 대사관과 잇센틱의 타드 샘플 님, 박은선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수요미식회 165회에 미타우동이 나왔다. 일단 미타우동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우동집 중 일본의 잘 하는 가게 수준의 것을 만드는 유일한 곳이라고 하겠다. https://polle.com/maindish1/posts/29


그런데 미타우동은 강하고 진한 맛이 아닌 부드럽고 섬세한 맛을 지향해서 그런지, 뛰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그를 제대로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실제로 블로그 등을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면이 쫄깃하지 않아 별로였다는 평을 자주 볼 수 있고. 문제는 수요미식회 제작진과 패널들도 미타우동의 맛에 대해 이해도가 별로 높지 않은 듯하고, 면에 대해 설명한 방송 내용에도 오류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가게들의 우동면은 밀가루에 물과 소금만 넣어 반죽을 만드는데, 미타우동은 거기에 식초를 첨가한다. 수요미식회에서는 이에 대해 ‘밀가루와 식초가 반죽의 발효를 촉진시켜 식감도 더 탄탄해지는!’이라는 자막을 넣고, “그 밀가루에 식초 쓰면 사실 쪼끔 더 그 향이라든지 발효가 잘되면서 좀 탄탄한 게 생기잖아요.”라고 홍신애 씨가 설명을 한다. 그런데 이 그럴듯한(?) 설명은 사실을 거꾸로 이야기한 것에 가깝다.


우동면을 반죽할 때 계속 치대고 발로 밟고 하는 것은 글루텐을 형성하여 탄탄하고 쫄깃한 식감을 얻기 위함인데, 식초(산)는 밀가루 반죽에서 글루텐의 형성을 방해하여 탄탄한 식감을 느슨하게 만든다. 반대로 중화면 등의 반죽을 할 때 쫄깃함을 만들기 위해 넣는 첨가제(=식소다)는 산이 아닌 ‘면류첨가알칼리제’다. 튀김 반죽을 할 때도 글루텐이 형성되면 바삭한 씹는 맛이 떨어지므로, 이를 방해하기 위해 식초를 넣는 것이 일종의 ‘비기’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밀가루+물+소금으로 (제대로) 만든 우동면이 점성보다는 탄성 위주의 쫄깃함을 느끼게 한다면, 미타우동은 여기에 식초를 넣어 점탄성이 있는 ‘쫀득’한 면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쫀득함은 (어찌 보면 쫄깃함만 있는 면보다도) 수준 높은 식감이 분명하나, 한국 대중들의 일본 우동에 대한 선입견과 경험은 쫄깃함 쪽으로 치우친 탓에 앞에서도 말했듯 이를 제대로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수요미식회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 있었다면 대중들의 미식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무삭제판에 대해 나영석 PD는 ‘틀린 이야기가 굉장히 많아서 고르고 골라서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라 무삭제판 공개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수요미식회 또한 (아마 알쓸신잡 무삭제판만큼은 아니겠지만) 오류나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없는 방영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그래서 어쩌다 볼 때마다 괴롭…) 수요미식회에서 본 내용으로 어디 가서 아는 체를 하려면 팩트체크를 꼭 해보기를 권한다. 그러니까 알쓸신잡 무삭제판을 직접 찍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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