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Terroir (2010년 미국, 2012년 9월 14일 한국)



책 표지를 보면 미국 도서관저널 선정 올해의 10대 필독서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인다. 읽고 나니 거기에 100% 공감하게 되었고.


이 책의 원제는 아메리칸 테루아(American Terroir)인데, 와인 용어로 흔히 접하게 되는 테루아라는 단어는 포도가 자라는 산지의 토양, 기후 등의 자연환경을 통틀어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저자인 로완 제이콥슨은 이러한 테루아라는 개념을 농수산물 및 그 가공품 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장시켜, 북아메리카의 테루아를 기반으로 한 최고의 식품들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북아메리카에서 나는 최고의 식품들에 대해 그 맛과 품종, 생태, 성장 및 제조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테루아도 중요하지만, 그 테루아를 잘 읽어내고 최대한 활용하는 인간의 노력이 보태질 때 비로소 최고의 맛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것들이 과연 독자들에게 얼마나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 알라딘과 YES24의 독자 서평을 모두 읽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고의 맛"이 아닌 "테루아"에 방범을 찍고 책 내용을 이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특별한 땅에서 특별한 맛이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그 맛을 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 그리도 이해하기 힘든 것인지. 책의 수준이 높고 정보 밀집량이 상당한 탓에 전문가나 식덕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쉬이 다가오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맛=정성이라는 정신론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니 그걸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겠고.


아쉬운 점은 이 책에 나온 식품들 중 현재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인데, 식덕으로서 이 책을 읽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생각이다.


여튼 좋은 걸 넘어서 훌륭한 책이니만큼 좀 더 많은 분들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목차에 따른 책 내용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본다. 다만 책의 깊고 방대한 정보량 탓에 단편적으로만 짚고 넘어간다는 것을 알아두시길.



1. 파나마의 게이샤 커피

게이샤(Geisha)는 병해 저항성이 높다는 이유로 50~60년대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커피연구소에서 실험 중이던 야생종이었으나 생산성이 낮은 관계로 버림받은 품종이었다.

게이샤 커피(에스메랄다 스페셜)는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옥션에서 데뷔하여 파운드당 21달러에 거래되었으나, 2007년에는 파운드당 130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갔으며, 2007년 당시 입찰자는 다음의 미국 7개 고메 커피 로스터들의 컨소시엄이다. 더 로스터리, 인텔리젠시아, 윌러비 커피 앤 티, 조커 커피 로스터 앤 티 컴퍼니, 포티나인스 패러랠 커피 로스터, 드라우드웍 커피 컴퍼니, 클라치 로스팅.[이들은 현재 현지 농장과 직거래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옥션에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옥션 경매가는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2. 멕시코 치아파스의 메소아메리카 초콜릿

스르륵 녹는 부드러운 초콜릿은 초콜릿을 치대는 콘치라는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는 생 코코아 콩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산을 날려버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나, 다수의 향미가 날아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통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든 오돌토돌한 식감의, 포트와인과 견과류와 커피의 토대 위해 더해지는 말린 블루베리 같은 진한 과일 향이 나는 초콜릿은 대체 어떤 맛일까?


3. 버몬트 주 고지대의 메이플 시럽

메이플 시럽은 사탕단풍나무 수액을 가열해서 얻어지는데, 메이플 시럽 1리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탕단풍나무 수액 40리터가 필요하다.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 있는 사탕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시기는 초봄의 몇 주에 불과하다.

메이플 시럽의 독특한 풍미는 단백질과 당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메일라드(=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물인데, 수액 내의 단백질은 박테리아 증식으로 인해 만들어지며, 메이플 시럽을 만들기 위해 사탕단풍나무 수액을 가열할 때 수액 내의 과당과 아미노산이 결합하며 메일라드 반응이 일어난다.


4. 뉴잉글랜드,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더 사우스웨스트, 캘리포니아의 벌꿀

맛의 달인에도 나온 도쿄 한복판 긴자에서 양봉을 해서 꿀을 채취하는 긴자 허니 비 프로젝트의 꿀을 저자가 먹어본 최고의 벌꿀 중 하나라고 인증.

단일꽃 벌꿀은 일반 벌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며, 야생 환경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단일 농작물 재배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미국에는 3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벌꿀이 있고, 맛 또한 세계 최고라고.(저자가 최고로 이름난 유럽산 벌꿀들과 비교 시식한 결과) 하지만 미국산 벌꿀의 주요 고객은 미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는.

미국에는 이렇게 다양한 단일꽃 벌꿀을 가지고 우수한 미드(벌꿀술 Meed)를 만드는 양조가도 있다.


5. 화장기 없는 캘리포니아 와인

최근에는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 테루아를 충실히 반영하기보다는 과학적 테크닉으로 맛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신대륙 와인들은 더더욱) 역삼투압 기법을 이용해 알코올과 수분을 인위적으로 제거하여 알맞은 알코올 도수를 만들어내고, 산도와 색을 조절하기 위한 첨가물을 집어넣고, 미세산소를 공급하여 타닌을 인위적으로 부드럽게 만든다.

캘리포니아의 와인 양조가인 랜달 그램 또한 온갖 다양한 방법을 써서 와인을 만들어왔으나, 최근에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도입하여 테루아를 반영하는 와인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6. 버몬트의 맥주를 먹은 치즈

버몬트는 경사진 목초지와 암석질 토양을 가진 험한 구릉지인데, 이러한 환경에 적합한 가축은 스코틀랜드의 에어셔(Ayrshire) 품종 젖소였고, 이 품종의 젖은 특정 치즈를 만들기에 적합한 작은 지방구들(fat globules)을 함유하고 있다.

버몬트의 재스퍼 힐 목장은 생젖 치즈를 만들어 대박을 쳤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버몬트의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생산 가능한 소득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즉, 버몬트의 테루아가 그 치즈들을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FDA 규정상 미국의 생젖 치즈는 (유해균 번식을 막기 위해) 판매 전 60일 이상을 숙성시켜야 하는데, 이는 제조 후 바로 출시가 가능한 유럽산 치즈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미를 가져다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재스퍼 힐 목장의 치즈는 프렌치 론드리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한국에서는 프렌치 론드리에 납품하는 치즈로 김소영 씨의 안단테 데어리가 유명한데, 프렌치 론드리가 한 군데서만 납품을 받는 건 아닐테니]


7.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물 프리트

물 프리트(Moules-frites)는 벨기에식 홍합요리라 불리우는 바로 그것.(Moules는 홍합, frites는 프렌치프라이)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토양은 감자 외의 식물들이 자라기는 어려운 토양. 그래도 감자는 잘 자라서 무려 캐나다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해안은 깊이가 얕고 바닥이 검은 탓에 햇볕을 받은 조류(藻類)가 왕성하게 자라나, 홍합의 먹이가 풍부하여 크기도 크고 맛도 좋다. 해서 매년 4천만 파운드(약 1만8천 톤)에 가까운 홍합을 양식으로 키워낸다.

"고개만 돌리면 감자와 홍합이 수확되는 광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벨기에에 얼마나 되겠는가."


8. 퓨젯 사운드 토튼 만의 굴

이스트 코스트 어패류 양식자 협회 주최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10점 만점을 받은 굴을 양식하는 곳이 퓨젯 사운드의 토튼 만.

토튼은 플랑크톤이 매우 풍부하여 대규모의 굴 양식이 이루어지는 지역이나, 대부분 태평양 굴과 구마모토 굴을 키우고 있고, 그 중 일부에서만 특별한 맛의 토튼 아메리카 굴을 키우고 있음.

굴은 자라난 바다의 테루아를 고스란히 나타내기 때문에 토튼 만의 것과 같은 맛을 내는 아메리카 굴을 키워낼 수 있는 곳은 따로 없음.


9. 유콘 강 연어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데, 거기에 필요한 만큼의 몸을 만든 후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콘 강은 북아메리카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며, 이 먼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연어들은 (짧은 강에서 태어난 연어들에 비해) 엄청난 양의 지방과 근육을 만든다.(따라서 맛이 좋다.)

유콘 강의 유픽 에스키모는 유콘강 삼각주의 어업 독점권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연어를 수입원으로 하여 자신들의 생활터전을 지켜나가는데 다른 에스키모 부족들에 비해 나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 멕시코 미초아칸의 천천히 익는 아보카도

아보카도가 맛있게 자라기 위해서는 풍부한 미네랄과 대량의 물이 필요한데 멕시코시티 서쪽 미초아칸의 산악지대는 아보카도가 자라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미초아칸의 아보카도 나무들은 1년에 4차례의 개화기를 맞으며, 다양한 고도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숙성의 절정기에 달한 아보카도를 1년중 언제나 출시할 수 있다.(반면에 캘리포니아에서는 1년에 한 번만 아보카도를 수확할 수 있다.)

[국내에도 미초아칸의 아보카도를 수입하는 회사가 있는데 5월부터 냉동퓨레, 9월부터는 생과를 판매한다고. 그밖에 멕시코 식재료를 수입하는 또 다른 회사에서 운영하는 이태원의 멕시코 식당에서도 멕시코산 아보카도를 사용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과카몰레는 함 드셔보시는 것도...]

예전에 파스타 먹은 포스팅을 올렸으니 이번에는 라이스 메뉴를 올려봅니다.



런치 40인분, 디너 45인분만 판매하며,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이라도 메뉴가 모두 소진되면 당일 영업을 종료합니다.



어뮤즈. 단호박을 삶아 으깬 것과 다이스한 것을 섞어 살짝 팬프라이한 (걸로 생각되는) 요리네요. 사이즈는 작지만 입맛을 돋우기엔 충분합니다.



제가 주문한 닭고기 크림 카레라이스(1만 1천 원). 동남아풍 커리를 우리 입맛에 맞게 살짝 변형시킨 느낌이네요. 코코넛밀크 대신 크림, 향신료 느낌은 과하지 않으면서 매콤한 맛은 나도록. 닭고기도 풍성하게 들어있고 새송이버섯과 브로콜리로 고기와 야채의 밸런스도 맞추셨네요. 맛있습니다.



일행이 시킨 로꼬모꼬 라이스(1만 1천 원). 아시겠지만 로꼬모꼬는 하와이 스타일의 함박 스테이크와 밥이 함께 나오는 메뉴죠.


함박 스테이크는 계랸 아래에 숨어있습니다만, 촬영을 위해 계란을 옆으로 치우는 순간 노른자가 터지는 불상사가... 소스는 데미그라스 소스와 토마토 그레이비(메뉴판에는 토마토 그라비로 표기) 소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행이 선택한 소스는 토마토 그레이비 소스. 함박 스테이크를 한 입 얻어먹어 보니 역시 맛있습니다. 버튼업에는 함박 스테이크가 들어가는 메뉴가 두 개 있는데, 파스타를 드시고 싶다면 두툼 함박 스테이크 파스타를, 밥을 드시고 싶다면 로꼬모꼬 라이스를 주문하시면 되겠네요.


한 때 퓨전이란 키워드가 외식업계의 최신경향으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퓨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음식점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죠. 이렇게 된 이유에는 음식들의 어설픈 완성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생각이구요(거기다가 쓸데없이 비싸기까지 한 곳들도 많았고). 그러니까 완성도도 높고 가격도 부담 없는 퓨전 음식점이 대한민국에 존재했던 적이 있었던가요?(스시 캘리포니아? ^^;) 버튼업은 바로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늘 먹던 것과는 다른, 조금은 색다른 메뉴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버튼업에 한 번 방문해보시길.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3년 4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6-7

010-5351-1643

런치 40인분, 디너 45인분 소진시 주문 마감

낮 12시 오픈, 오후 3시~5시30분 브레이크 타임

일요일 휴무

블로그 http://blog.naver.com/mavourneen

트위터 https://twitter.com/button_upup

The Food of Love (2004년 미국, 2009년 11월 30일 한국)



시라노 드 벨주락의 이탈리아 요리사 버전.


이탈리아에 미술사를 공부하러 온 금발머리 미국인 아가씨를 이탈리아 플레이보이가 꼬시는 와중에 자신이 요리사라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 요리사 친구에게 요리를 만들게 하는데, 실은 그 아가씨는 요리사 친구가 남몰래 흠모하고 있던 여인이었으니...


원제(The Food of Love)가 제목으로 더 걸맞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좀 밋밋하기는 하니까.


이 책의 요리 부분은 꽤나 볼만하다. 재치있게 이탈리아 요리를 소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책에 등장하는 요리가 맛있게 느껴지고 먹고싶은 욕구가 생기게 만든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책을 읽는 것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식당에 가는 것과 같다."는 평을, 피플은 "감각적인 산문이 이탈리아의 풍광과 냄새, 맛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제이미 올리버 또한 "읽는 내내 매혹적인 이탈리아 요리를 맛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그러나 스토리적인 부분에서는 별로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대략 할리퀸과 칙릿을 섞어놓은 듯한 모양새를 보여주는데, 요리에 대한 부분이 진지한 만큼 스토리에서도 보다 진지한 느낌이 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까 할리퀸 독자는 할리퀸을 읽고 칙릿 독자는 칙릿을 읽으면 되겠지만, 이 책이 할리퀸이나 칙릿 독자를 위한 책인가 하는...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읽는 다면 추천할만 하다. 책 말미에는 책에 등장하는 요리의 레시피도 나오니 내킨다면 요리를 시도해 볼 수도 있겠다. 요리에 따라 좀 힘들긴 하겠지만서도. 토끼고기 요리와 포르케타(이탈리아식 돼지 통구이)는 아무래도 개인이 집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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