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사이토 라멘은 제가 방문했을 때와는 다른 분이 요리를 하고 계십니다. 올라오는 사진을 보니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보이구요. 예전의 맛과 지금의 맛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폐점 시간이 가까운 늦은 저녁에 방문했네요.



사이토의 대표 메뉴로는 역시 가장 왼쪽의 도쿠센 라멘을 꼽을 수 있겠죠. 사이토의 도쿠센 라멘은 쇼유(간장) 라멘인데, 도쿠센은 특선(特選)을 일본식으로 읽은 거구요. 다른 라멘도 맛있습니다만, 한국서 완성도 있는 쇼유 라멘을 만드는 곳은 흔치 않죠.



도쿠센 라멘의 수프는 심하게 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맑고 투명한 것도 아닌데, 먹어보면 자극적이거나 강한 맛이 아닌, 은근하면서 깊이 있는 맛이 느껴집니다. 살짝 진하게 끓여낸 숭늉을 먹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달까요.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뭔가 입에 달라붙으면서 입맛을 다시게 되는 그런.


오픈 초에 드신 분들은 2% 부족함을 느끼셨을 수 있겠습니다만, 수프가 예전보다 좀 더 볼륨감 있게 변하고, 면 맛도 더 좋아져서, 이제는 부족함이 없이 완성된 맛을 보여줍니다. 다만, 면의 맛이 좋아졌다고 해서, 가마마루이 등의 자가제면을 하는 맛집의 것과 비교하시면 곤란하구요. 가게가 크지 않고(좌석 수 11석) 사장님 혼자 일하시기 때문에 면은 받아다 쓰시는데, 충분히 맛있다고 느껴질 만한 거래처를 찾아내신 것 같네요.


살살 녹는 식감의 차슈는 예전부터 훌륭했는데 여전히 변함없이 맛있습니다. 근데 첨에 먹어보고 국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독일산 돼지고기더라구요. 독일이 소세지가 맛있으니 돼지도 맛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바로 납득했습니다만. ^^; 어지간한 국산 삼겹살보다 더 낫게 느껴지더군요.



계란은 흰자는 겔(GEL) 상태, 노른자는 액체 상태로 조리하셨는데, 이렇게 만드는 게 쉽지 않겠고 라멘집 중에서 이렇게 내는 곳도 별로 없죠.(조리도 그렇지만 계란이 너무 말랑말랑해서 껍질 까기가 힘든... ^^;) 제가 알기로 우마이도 정도가 이런 스타일로 내는 걸로 알고 있구요. 근데 약간 호불호가 갈리기는 할 겁니다. 좀 심한 반숙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계란 반숙 못(안) 드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마지막으로 라멘의 간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사이토 라멘은 오픈 초부터 짜지 않은 라멘을 추구해왔고, 그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러다고 해서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니고, 맛이 완성된 현재는 밸런스가 완벽한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간을 더하면 맛을 해치는 상황입니다.(예전에는 간을 더 하면 맛이 좀 더 나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확실히 한국에서 파는 라멘 국물이나 (우동이나 소바를 찍어먹는) 쯔유를 맛보면 일본 간에 맞게 좀 더 짜야 맛이 살아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토 사장님께서는 본인의 철학에 부합하는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라멘을 만들어 내셨네요.


돈코츠 라멘이 아닌 다른 종류의 맛있는 라멘을 드셔 보시고 싶은 분들, 살살 녹는 차슈를 좋아하시는 분들, 라멘은 좋지만 짜지 않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사이토 라멘을 방문해 보시길.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257-8 (성미산로26길 43)

02-323-0723

낮 12시~오후 9시30분

토요일 휴무

※ 현재 사이토 라멘은 제가 방문했을 때와는 다른 분이 요리를 하고 계십니다. 올라오는 사진을 보니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보이구요. 예전의 맛과 지금의 맛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올해 2월에 오픈한 사이토 라멘에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오픈 초기와 좀 변한 것들이 있는데, 미소 라멘이 새로 생겼고 챠슈 덮밥이 없어졌네요. 라멘 가격은 모두 8천원으로 동일하구요.



신 메뉴인 미소 라멘을 시켜봅니다. 예전과 또 달라진 게, 라멘을 주문하면 간단한 에피타이저를 주셨었는데 그게 없어졌네요. 근데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맛이 더 좋아졌군요. 면도 더 탱탱하면서 씹는 맛이 좋아졌고 국물맛도 깊어졌기에 사장님께 여쭤보니, 면을 다른 걸로 바꾸셨고 국물도 더 다양한 부위의 뼈를 넣어서 우리신다고.(다만 그러면서 국물에서 예전에는 없었던 돈코츠 누린내가 살짝 납니다. 많이 민감한 분이 아니시라면 드시는데 별 문제는 없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오픈 초기에는 면도 국물도 2%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점들이 보완되면서 이제는 홍대 라멘 맛집의 순위를 뒤집어엎을 만한 곳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오픈 초기에 방문하셨던 분들께는 자신 있게 재방문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물론 아직 못 드셔보신 분들께도 강추합니다. ^^


사이토 라멘의 특징이라면 국내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완성도 있는 쇼유 라멘(메뉴 이름은 도쿠센 라멘)을 낸다는 것이니 참고하시구요. 이날 제가 먹었던 미소 라멘도 맛있었습니다만, 다음 방문에는 저도 (오픈 초에 먹어봤던) 도쿠센 라멘을 다시 한 번 먹어볼 생각입니다.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257-8 (성미산로26길 43)

02-323-0723

낮 12시~오후 9시30분

토요일 휴무


어반 나이프는 작년 말부터 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메쯔거라이[각주:1](Metzgerei)를 표방하는 신규업소죠.


저렴한 가격에 맛좋은 햄과 소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로 유명해졌는데요. 저도 작년 12월에 학센 페스티발을 할 때 다녀왔습니다.



1인당 15,000원에 이런 구성에다 품질도 좋다니 더 바랄 게 없죠.



일단 굴라쉬를 먼저 주시네요. 맛 괜찮습니다. 엄청 맛있다거나 이것이 바로 현지의 맛! 같은 느낌은 아닙니다만,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우기에는 나쁘지 않네요.



조금 후에 나온 콜드컷 햄·소시지와 리버 파테(리버 부어스트), 빵. 맛있네요. 다만 염도가 전반적으로 조금 낮게 느껴져서 테이블 위에 준비된 소금을 뿌려서 먹었더니 맛이 더 살아나는 듯. 리버 파테는 빵에 올려서 같이 먹었는데 역시 소금이 좀 필요했구요. 그런데 빵의 수준이 ·소시지의 그것과는 좀 괴리가 느껴지는... 아쉽더군요.



슈바인학센 & 소시지 플래터. 소시지는 맛있었습니다만 학센은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느낌이네요. 부위마다 염도도 일정하지가 않았구요. 콜드컷과는 달리 머스터드가 같이 나오는데, 이 머스터드가 유감스럽게도 소시지와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소시지에 비해 수준이 좀 떨어지는 것도 아쉽더군요.(결국 소금을 또 동원...)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고, 곁들이로 나온 피클과 사우어크라우트, 매쉬드포테이토까지 모두 소시지에 비해 좀 쳐지는 느낌입니다. 결국, 맛이 좀 단조로워져서 리필은 커녕 남은 소시지를 포장해오고 말았네요. 배가 불러서 포장하긴 했습니다만, 소스나 가니쉬가 좀 더 나았더라면 소시지를 좀 더 먹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메뉴 개발은 아란치오 셰프 님이 함께 하셨다고 하는데, 샌드위치나 파스타, 잠발라야 등의 식사 메뉴에만 손을 대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요. 소시지와 함께 제공하는 빵, 소스, 가니쉬 등도 조금 손을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어반 나이프는 정부의 식육가공사업 육성을 위한 법 개정과, 중소기업식품 협력지원사업의 식육가공품 판매업 시장개척 사업자 선정으로 만들어진 한국형 메쯔거라이입니다. 작년 9월 20일에 오픈했는데, 10월부터 소시지 무한제공 이벤트[각주:2]를 시작하여, 맛좋은 소시지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으로 넷상에서 유명해졌구요. 이런 입소문을 바탕으로 갤러리아 백화점에 3월 한 달간 팝업 스토어까지 오픈을 했으니 꽤나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도 맛있게 잘 먹었고 좋은 가게라고 생각합니다. 메뉴판을 보시면 굳이 이런 무한제공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방문하는데 저항감이 없을 만큼 음식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구요.


 

그러나 육가공품의 품질에 있어서 (세간의 평가처럼) 어떠한 독보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대동소이한 퀄리티의 제품 중 먹어본 것으로는 비슷한 가격대에서 에스푸드의  존쿡이 예전부터 있어왔고(100g에 2천원 정도), 더 높은 가격대에서는 셰프 마일리 같은 업소도 있구요.(100g에 3천6백~6천5백원 정도) 아무래도 셰프 마일리가 가격대가 있는 만큼 약간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가격도 두 배 맛도 두 배인가 하면...


그밖에 3대를 이어서 하는 프랑스 소시지 장인이 한국서 소시지를 만든다고 하는 프랑스 구르메의 제품도 맛있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에쎈 2월호 기사를 보니 에델바이스, 수지스 델리 등에서도 각종 육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네요.(수지스는 아직도 브런치 팔고 있나 했더니 꽤 오래전부터 이런 델리 제품을 만들고 있을 줄이야...) 웹서핑 중 우연히 보게 된, 국내서는 흔치 않은 익히지 않은 생 소시지를 파는 마로 소시지라는 곳도 있구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서 맛있는 소시지를 먹겠다고 하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법도 바뀌고 세상도 바뀌어서 선택의 폭이 참 넓어졌네요.(그 와중에 예전에 괜찮게 먹었던 돈덴홤은 없어진 듯 하고... ㅠㅠ)


어반 나이프를 만든 KMCI는 가능한 낮은 가격대에서 가능한 좋은 제품을 선보이려고 하는 훌륭한 업체라고 생각합니다.(사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존쿡을 만든 에스푸드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어반 나이프에서 맛있게 드신 분들은 분당 정자동의 존쿡 델리 미트를 한 번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네요. 쇼핑몰에서는 팔지 않는 제품도 취급하고 있기도 하구요.) KMCI에서는 어반 나이프 지점 확대(올해 안에 서울 경기에 5호점 개점 목표)와 식육가공 유통전문가 양성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모쪼록 일이 잘 진행되서 양질의 육가공품을 보다 많은 분들이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3년 1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217-15 대경빌딩 3층

02-455-6628

와인 콜키지 병당 8천원

홈페이지 http://www.urbanknife.co.kr

  1. 독일어. 고기와 자가제조 육가공품을 함께 판매하는 정육점. [본문으로]
  2. 2013 10월, 옥토버 페스트 - 저녁6시~9시 1인당 1만원에 햄 소시지 무한제공. 2013.11.23~2014. 1월 말, 학센 페스티발 - 1인당 1만5천원에 학센 2인당 1개, 햄 소시지 무한제공. 2014.02.06~2014.03.31 슈바이네바흐 - 1인당 1만8천원에 슈바이네바흐 1인당 250g과 사이드디쉬 무한제공. [본문으로]

SG다인힐의 꼬또(COTTO)가 종각의 그랑 서울에 입점했습니다. 저는 정식 오픈 전의 50% 할인 이벤트에 당첨돼서 다녀왔네요.(지금은 정식 오픈하고 정상 영업 중이구요.) SG다인힐은 새 매장 새 지점이 오픈할 때마다 이와 비슷한 이벤트를 하곤 하죠.



식당은 건물 지하에 모여있는데, 수하동[각주:1], 고디바 등의 유명 점포들이 다수 입점해 있습니다.



여의도의 핏제리아·리스토란테 꼬또와는 달리 그랑 서울의 꼬또는 핏제리아라서 메뉴가 좀 다르더군요. 여의도 꼬또 메뉴 중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이 없고, 대신에 여의도에는 없는 파니니를 맛볼 수 있습니다.(근데 제가 파니니를 안 시켜서... 다른 테이블에 나가는 걸 보니 비주얼은 훌륭해 보였습니다만...)



얇고 파삭하게 구운 피자 도우로 추정되는 음식이 식전빵 대용으로 나오네요. 위에는 살짝 매콤함이 느껴지는 시즈닝이 뿌려져 있구요. 좀 딱딱해서 쪼개기가(얇고 딱딱해서, 자른다기보다는 쪼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약간 불편합니다만, 맛은 괜찮습니다. 인도식 크래커인 파파덤(papadum. 파파드pappad로도 불림)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시저 샐러드와 치킨 디아블로(15,000). 시저 샐러드에 살짝 매콤한 닭 다리살(로 추정)이 올라간 메뉴인데요. 닭고기는 보들보들 촉촉하게 잘 조리돼서 맛있었는데, 샐러드에 소스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 있었네요.(사진으로 봐도 생 야채 느낌이 좀 -_-;) 짜서 컴플레인 했다는 분도 계시니 주방이 아직 익숙지 않은 듯도요. 근데 꼬또에서 사용하는 육가공품은 모두 직접 만드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저 샐러드에 쪼금 들어가는 베이컨(판체타?)도 맛있더군요.(보통 시저 샐러드에 들어가는 베이컨이 별 맛이 없다 보니)


한치, 오징어, 문어 프리토(12,000). 프리토(fritto)는 이태리 말로 튀김이라는 뜻이죠. 갓 튀겨내서 바삭한 튀김옷에 야들야들한 속 재료가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만, 맛이 있기는 한데 너무 평범한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곁들여 나온 소스는 코리앤더(고수) 아이올리인데, 튀김과의 상승효과 같은 것도 딱히 느껴지지가 않아서 더욱 더... 산미가 있는 소스(타르타르나 피쉬&칩스에 나오는 식초라든가)가 나왔으면 좀 나았을 것도 같습니다만.



포르케타, 크러쉬 페퍼, 파프리카, 파채가 토핑된 피자(21,000). 포르케타(Porchetta)는 일종의 이태리식 돼지 통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돼지의 특정 부위만을 가지고 만들기도 하는 듯요. 이태리에서 포르케타 샌드위치(파니니?) 제대로 하는 데 가면, 통구이의 다양한 부위-껍질, 살코기, 지방이 적당히 섞인 고기, 내장 등- 중 어느 부위를 어떻게 얼마나 넣을지 섞을지를 물어보고 만들어 준다고.


이 피자의 포르케타는 삼겹살로 만든 것인데, 삼겹살로 만들었다고 하니 베이컨 느낌 아닐까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베이컨 느낌보다는 삼겹살의 고기스러운 느낌이 더 느껴지는 맛이더군요. 베이컨과 파채를 같이 먹는다면 조금 어울리지 않을 것도 같지만, 삼겹살과 파채는 어울리는 궁합이니 파채를 올린 것도 이해가 갔구요. 다만 포르케타의 기름기를 파채가 미처 다 잡아주지 못하는 느낌이 좀 들더군요. 그렇다고 파채를 더 올리면 음식의 밸런스나 피자로서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생각도 들고.(파닭은 파채를 듬뿍 곁들여야 제맛입니다만 과연 피자는... 루꼴라라면 듬뿍 올라가도 괜찮겠지만서도) 기름기를 씻어줄 맥주나 와인을 같이 곁들였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지만 음료(프루트 펀치)와 같이 먹었던 터라... -_-;


위에서 까탈스러운 소리를 좀 하긴 했습니다만 피자 맛은 좋았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구워내는 쫄깃하고 담백한 도우와 토마토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진한 토마토 소스, 여기에 포르케타와 파채의 어울림이 괜찮은 조합으로 다가오긴 하더군요. 하지만 이 피자가 이 가게의 베스트 메뉴는 아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달까요. 그런데 이 메뉴가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메뉴고 파채가 올라간다는 등의 특이성도 있다보니, 일종의 스페셜티랄까 시그니처 메뉴 격으로 서버들이 추천하는 분위기가...  근데 앞에도 말했듯이 꼭 먹어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구요. 여성 분들의 경우 파채를 먹고 나니 입에서 냄새가 나서 힘들었다는 분들도 계시니 참고하시구요.


피자 도우에 대해서는 별도로 얘기를 좀 할 필요가 있는데, 일단 피자 도우가 맛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쫄깃한 식감을 내면서, 계속해서 씹고 있으면 요즘 잘 나가는 빵집들의 소위 '식사빵'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구수하고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이 도우가 맛있다는 걸 어필하고 끝까지 다 먹게 하기 위함인지(테두리 도우가 좀 두툼하기도), 서버 분께서 피자를 내오시면서 테두리 도우는 꿀에 찍어 먹으라며 테이블 위에 있는 꿀을 소스 종지에 따라주고 가시네요. 그런데 이 꿀에 도우를 찍어 먹으면 꿀의 단맛 때문에 도우의 구수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도우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으시다면, 그냥 드시거나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올리브 오일에 (크러쉬 페퍼를 뿌려서) 찍어 드시길 권하고 싶네요.


SG다인힐의 박영식 부사장은 작품성/예술성도 인정받고 돈도 벌고 싶다[각주:2]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SG다인힐 매장들의 음식을 보면 그러한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지구요. 꼬또 피자의 경우,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구워서 도우를 태우지 않고(부자 피자 가서도 테두리 탔다고 안 먹는 분들 많죠.), 도우의 식감을 한국 대중들이 좋아하는 쫄깃한 식감으로 만들고, 거기에 더해 도우에 꿀을 찍어 먹게 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피자 한 판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만들었죠.(미국식 피자 먹을 때 테두리 도우 맛없다며 안 먹는 사람들 솔찮게 있으니)


저에게는 도우에 찍어 먹을 꿀이 필요 없습니다만, 세상에는 아직 꿀이 필요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검색해 보시면 아마도...) 언젠가 꿀이 필요없는 사람들이 (꿀이 필요한 사람보다) 더 많아지는 세상이 온다면, SG다인힐에서는 어떤 매장 어떤 메뉴를 선보이게 될까요. 근데 그날이 오긴 올까요. -_-;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3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 33 그랑서울 지하1층

02-2158-7906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연중무휴)

  1. 하동관 강남점이 명동점과의 법적분쟁으로 인해 사용하고 있는 이름. 하동관이 원래 있던-지금의 센터원 자리- 동네 이름이 수하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도 수하동이 입점해 있다. [본문으로]
  2. from 트위터 [본문으로]

예전에 파스타 먹은 포스팅을 올렸으니 이번에는 라이스 메뉴를 올려봅니다.



런치 40인분, 디너 45인분만 판매하며,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이라도 메뉴가 모두 소진되면 당일 영업을 종료합니다.



어뮤즈. 단호박을 삶아 으깬 것과 다이스한 것을 섞어 살짝 팬프라이한 (걸로 생각되는) 요리네요. 사이즈는 작지만 입맛을 돋우기엔 충분합니다.



제가 주문한 닭고기 크림 카레라이스(1만 1천 원). 동남아풍 커리를 우리 입맛에 맞게 살짝 변형시킨 느낌이네요. 코코넛밀크 대신 크림, 향신료 느낌은 과하지 않으면서 매콤한 맛은 나도록. 닭고기도 풍성하게 들어있고 새송이버섯과 브로콜리로 고기와 야채의 밸런스도 맞추셨네요. 맛있습니다.



일행이 시킨 로꼬모꼬 라이스(1만 1천 원). 아시겠지만 로꼬모꼬는 하와이 스타일의 함박 스테이크와 밥이 함께 나오는 메뉴죠.


함박 스테이크는 계랸 아래에 숨어있습니다만, 촬영을 위해 계란을 옆으로 치우는 순간 노른자가 터지는 불상사가... 소스는 데미그라스 소스와 토마토 그레이비(메뉴판에는 토마토 그라비로 표기) 소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행이 선택한 소스는 토마토 그레이비 소스. 함박 스테이크를 한 입 얻어먹어 보니 역시 맛있습니다. 버튼업에는 함박 스테이크가 들어가는 메뉴가 두 개 있는데, 파스타를 드시고 싶다면 두툼 함박 스테이크 파스타를, 밥을 드시고 싶다면 로꼬모꼬 라이스를 주문하시면 되겠네요.


한 때 퓨전이란 키워드가 외식업계의 최신경향으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퓨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음식점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죠. 이렇게 된 이유에는 음식들의 어설픈 완성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생각이구요(거기다가 쓸데없이 비싸기까지 한 곳들도 많았고). 그러니까 완성도도 높고 가격도 부담 없는 퓨전 음식점이 대한민국에 존재했던 적이 있었던가요?(스시 캘리포니아? ^^;) 버튼업은 바로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늘 먹던 것과는 다른, 조금은 색다른 메뉴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버튼업에 한 번 방문해보시길.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3년 4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6-7

010-5351-1643

런치 40인분, 디너 45인분 소진시 주문 마감

낮 12시 오픈, 오후 3시~5시30분 브레이크 타임

일요일 휴무

블로그 http://blog.naver.com/mavourneen

트위터 https://twitter.com/button_upup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끝(예전 부첼라 자리)에 새로 생긴 라멘집. 일본 브랜드의 한국 지점입니다.



라멘(국물)의 종류, 면, 소스(간), 토핑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가격이 참 착하죠. 세트 메뉴도 다양하고 세트 가격도 좋습니다.



일본 이곳저곳에 지점이 있나 보네요. 부탄츄 외의 브랜드도 운영하는 듯하고.



소스와 마늘은 보통, 숙주와 파는 많이로 주문했더니 이런 거대한 숙주+파의 산이... 야채가 너무 많아서 면의 식감을 느끼는데 방해가 될 정도군요. 웬만하면 숙주와 파는 보통 이하로 주문하시길...



토코 톤코츠로 주문했더니 국물이 꽤 진합니다. 그런데 국물에서 뭔가 미세한 입자들이 느껴지면서 텁텁한 맛이 나는 게 마이너스.



면은 꼬불꼬불면으로 주문했는데, 가는면과 꼬불꼬불면 둘 다 드셔 보신 믿을만한 블로거 분이 가는면이 별로라기에...



교자는 레알 진심으로 맛이 없군요. 좀 타기도 했는데, 카운터석에 앉았던 고로(지금은 카운터석이 없어졌습니다.) 요리사 분께 직접 받았더니, 서버 분이 탄 걸 보고 바꿔준다고 해서 다시 받았습니다.(새로 받은 건 사진을 깜박) 근데 이랬든 저랬든 맛이 없기는 마찬가지... 피가 좀 두꺼운데, 식감도 맛도 별로고 구운 쪽도 전혀 바삭하지가 않네요. 게다가 소는 김치만두 소인데 문제는 일본식이라는 거... 그러니까 피도 소도 맛이 없...


요즘 나름 호평인 라멘집인데, 세간의 포인트는 가격과 푸짐한 사이즈의 차슈인 모양입니다. 가격이 매력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만, 제 호감도를 자극한 부분은 일본 맛을 그대로 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굉장한 맛, 최고의 맛, 어떤 정점을 찍은 맛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한국 라멘집들이 맛도 그리 대단치 않으면서 일본 맛도 아닌 그런 라멘들을 내고 있기에, 부탄츄의 일본 맛에 충실하면서 퀄리티도 나쁘지 않은 그런 점에 점수를 주게 되네요. 김치에 비유한다면 최고의 양배추와 페페론치노로 만든 김치 보다는 그저 그런 배추와 태양초로 만든 김치가 보다 김치다운 맛을 내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 것이랄까요.(세트로 먹었던 볶음밥과 차슈 돈부리도 일본 맛이라는 기준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딱 거기까지기는 했죠. 교자는 절대 비추입니다만...)


그저 맛 변치 않고 자리를 지켜주길 바랄 따름입니다만, 한국 대중들의 입맛에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최고의 무언가를 바라고 방문하시는 분들은 기대치를 좀 낮춰주시고, 기존 한국 라멘집들의 맛의 방향성에 불만이나 의문을 가지신 분이라면 가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2년 9월, 11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사진은 9월에 촬영하였습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0-19 1층






1964년 오픈한 종로 피맛골의 화상(華商) 신승관. 피맛골의 재개발과 더불어 2008년 9월 북창동으로 이전을 했죠. 2008년 5월 피맛골 가게를 닫으면서 오래된 간판이며 집기며 장부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고, 식당 내부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기록해 두었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현대 풍속사의 한 페이지였겠지요.



가게가 이런 골목 안에 있으니 간판을 주의해서 살펴보시길.



시금치 탕수육. 부드럽거나 딱딱하지 않으면서 바삭한 중용의 미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불만 없이 맛나게 먹을만한 수준급의 탕수육이랄까. 이 집은 탕수육 튀김옷이며 만두피 등에 시금치를 넣어서 만드는데요. 탕수육은 먹어봤지만 만두는 못 먹어봤네요.



짬뽕은 꽤나 칼칼하고 매운맛이 나는 편인데, 각종 해물이 실하게 들었고 국물에서도 해물맛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면은 기계면 레벨에서는 상당히 높은 퀄리티. 부드럽고 졸깃합니다. 여러모로 제대로 만든 짬뽕이랄까요.



오늘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짜장면. 사실 이걸 먹으러 간 거였죠. 신승관이 짜장면 잘하기로 유명한 곳이라 해서 말이지요. 그런데 먹어보니 정말 명불허전. 이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인천 차이나타운의 태화원이 클래식한 짜장면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신승관의 짜장면은 신구의 조화랄까, 대중성과 작품성의 결합이랄까 그런 느낌이 듭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먹으면서 맛있다고 인정할만한 짜장면이라고 할까요.(조미료 왕창 넣고 달고 느끼한 짜장면에 길들여진 분들께는 별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신승관의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대중성과 퀄리티를 겸비한 느낌이 듭니다. 일부러 멀리서 찾아갈 것까지는 없겠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누구나 별 불만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랄까요. 다만 짜장면에 한해서는 조금 멀리서라도 일부러 한 번 찾아서 먹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0여년의 세월 동안 이어온 이 맛이 앞으로도 계속 지켜지길 바라봅니다.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1년 1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중구 북창동 73

02-735-9955, 02-738-2070

짜장면은 중국 산동 지방의 작장면(炸醬麵 Zha Jiang Mian)에서 유래한 음식이고, 한국 짜장면의 원조는 인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전자는 맞는 말이라 하겠지만, 후자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단 현존하는 공화춘 자체가 예전의 그 공화춘이 아닙니다. 공화춘은 1905년 화교 우희광 씨가 오픈한 산동회관을 1911년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꾼 것인데, 1984년 문을 닫았습니다.(세세한 연도에 대해서는 1~2년 정도가 다르다는 얘기도 있으나 크게 틀리지는 않다고 보면 되겠지요.)


현재의 공화춘은 2002년 한국인이 상표등록을 하여 2004년 오픈한 곳으로, 현 공화춘의 짜장면 또한 1만 원짜리 명품 짜장면을 목표로 개발된 것이지 옛 공화춘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짜장면이 만들어진 시기와 장소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인천시에서는 짜장면의 역사를 공화춘의(그러니까 산동회관의) 오픈 시기와 결부시켜 100년 역사의 짜장면이라고 홍보하고 있었으나, 실제와 다르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짜장면 박물관을 개관하며(지난 4월 28일 오픈) 이를 일부 반영한 듯합니다.(1890년대 인천항의 중국인 부두 노동자들이 먹기 시작했다는 거죠.)


현재 공화춘의 명맥은 공화춘 창업자 우희광 씨의 외손녀인 왕애주 씨가 남편 우유주 씨와 운영하는 신승반점이 잇고 있다고 보아야 할 터인데, 왕애주 씨는 코리아 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공화춘에서 짜장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을 6.25 이후로 이야기하고 있더군요.(공화춘은 우희광 씨의 아들이 이어받았고, 신승반점은 70년대 중반 우희광 씨의 막내딸이었던 왕애주 씨의 어머니가 출가하여 차린 것이라고.)


그렇다면 한국 짜장면은 누가 시작한 것이냐. KBS 한국인의 밥상에 의하면 아무도 모른다는군요. ^^; 인천항의 부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시작되었고, 이후에 청요리집에서도 취급하게 되었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일 것 같구요.



그러니까 한국인의 밥상에 출연한 손덕준 씨가 바로 태화원의 사장님인데요. 짜장면이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을 해보았습니다.



방송 출연 많이 하셨네요. 제가 본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서도... ^^; 아, 하나 있군요. 한국인의 밥상.



탕수육 나쁘지 않군요. 다만 튀김옷이 파삭하지 않고 부드럽게 바삭한 느낌이라, 딱딱한 튀김옷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달갑지 않을 듯.



오늘의 메인 짜장면이 나왔습니다. 일단 색깔부터 검고 진하군요. 젓가락으로 비벼보니 짜장의 농도 또한 엄청 진합니다. 잘 비벼지지가 않을 정도. 그래도 제가 비비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편이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열심히 비볐습니다만, 성질 급한 분들은 대충 비벼서 드실지도 모르겠네요.


다 비비고 맛을 보니, 혓바닥에 짠맛이 먼저 다가옵니다. 평생토록 짜장면을 먹으면서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강도의 짠맛. 몇 입 먹으니 입이 적응을 하면서 그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만...


맛있었습니다. 면빨도 훌륭했구요. 중국의 작장면이 한국의 짜장면으로 변화하는 초기 단계의 물건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맛이었달까요. 중국에서 작장면 먹어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짜고 맛없다는(...) 소리를 많이 하는데, 태화원 짜장면의 짜고 진하고 강한 맛이 아마도 작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지 않을지. 반면에 모양새는 작장면과는 거리가 멀고 누가 봐도 짜장면의 모양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사실 작장면 스타일의 것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만다복의 100년짜장이 그것이죠. 그런데 이건 짜장면이라기 보다는 그냥 작장면...)



메뉴판에는 없습니다만 유슬짜장을 주문했습니다.(주문받는 분께 되냐고 먼저 물어봤죠.) 사실 유슬이 아니라 유니짜장을 주문했어야 하는 건데... 메뉴판에는 없는 건데 유니짜장이 맛있더라는 얘기를 주워듣고 주문한 거였거든요. 그게 대뇌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나서...


여하간 유니짜장은 그저 채썬 고기가 들어갔을 뿐, 맛이 딱히 좋아진 느낌은 받지를 못했네요.(유니짜장은 갈은 돼지고기를 넣은 것이고, 유슬짜장은 채 썬 돼지고기를 넣은 것이죠. 슬은 중국요리에서 재료를 가늘게 채를 썬 것을 뜻하구요.)



사진 좀 그만 찍으라고 일행에게 구박받으며 덜어온 볶음밥을 찍었습니다. 먹어보니 볶음밥 잘한다는 가게들에 비하면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수준급의 볶음밥이네요. 곁들여 나온 짜장 또한 짜장면의 것처럼 짜고 진한 맛이 나는데요. 저는 원래 볶음밥에 짜장을 비벼 먹지 않는 사람입니다만(왜냐면 맛이 떨어지니까요.), 태화원의 짜장은 짜고 진해서 그런지 달고 묽은 일반적인 짜장과는 달리 볶음밥에 비벼도 볶음밥 맛이 떨어지지가 않더군요.


태화원보다 볶음밥이 더 맛있는 곳은 있습니다만 그곳들의 짜장은 태화원 것 같지가 않은지라, 태화원에서 맛봐야 할 음식으로 짜장면과 함께 볶음밥을 꼽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군만두. 튀겨낸 기포가 살아있는 훈훈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맛을 보니... 조리상태는 좋습니다만 만두도 본토 스타일인지 부추인가 파슬리인가의 향이 엄청 강합니다. 저 향신료 나름 잘 먹는 사람인데, 만두에서 이런 강한 향을 느끼니 조금 생소하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그렇더군요.


그러고 보니 디저트로 나온 빠스가 아주 맛있었는데 사진을 안 찍었네요.


결론적으로 태화원의 짜장면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한 신승반점의 짜장면은 어떨까요?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니 짜장면의 비주얼은 노말했고, 맛에 대한 감상 또한 평이하더군요. 그러나 간짜장의 경우는 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고, 종업원 또한 간짜장 소스를 다 넣으면 짜니 입맛에 맞게 적당히 넣으라는 코멘트를 해준다고 합니다.(아마 예전에는 그냥 내간 것 같은데, 사람들이 자꾸 짜다고 하니 요즘에는 미리 얘기를 해주나 봅니다.) 아마도 짜장면은 좀 더 대중화를 시켰고, 간짜장 이상 급들은 보다 옛맛에 가깝게 내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그밖에 (현존하는 가게 중)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인 풍미의 경우 춘장의 맛을 살려 일반 짜장면에 비해 짠맛이 강한 편이라는 글을 보긴 했습니다만, 블로그 등에서 그런 내용의 감상을 적은 것은 딱 하나 발견했는데요. 아무래도 달지 않다 뿐이지 짜다고 하기는 좀 모자란 맛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사실 평범한 짜장면이라는 포스팅을 훨씬 많이 봤거든요.) 다만 짜장면의 비주얼은 역시 대중화를 시킨 것이긴 했습니다.(풍미는 57년부터 짜장면을 팔기 시작했는데, 당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파는 가게는 공화춘과 풍미 두 곳뿐이었다는군요.)


그러니까 태화원 것과 같은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마 더 이상 없을 것 같네요. 맛도 좋지만 아끼고 보존해야 할 맛이라고 생각되는데, 일반의 입맛과는 동떨어진 음식이다 보니 그 맛을 알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군요.(그나마 이것도 예전보다는 단맛이 도는 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태화원에 대해 첨언하자면, 태화원의 손덕준 사장은 화교 3세로, 손 사장의 아버님 또한 공화춘의 주방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비록 손 사장의 요리는 아버님이 아닌 아버님 친구분께 배운 것이긴 하지만요.(아버님께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손덕준 사장은 짜장면의 옛 맛을 재현하고 부흥시키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직접 담근 춘장을 가지고 인천향토짜장면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채산이 안 맞고 해서 메뉴에서 없어졌습니다만.


손 사장의 형제들 일부는 대만에서 살고 있습니다만, 한국에 있는 형제 3명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각각 태화원, 자금성, 중화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로 레시피를 공유하고 메뉴 또한 동일하며 방송에도 자주 나옵니다.(맛은 서로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는 얘기도) 1박2일에서 은지원이 사천짜장을 먹은 곳으로 알려져 붐비기도 했구요.(세 군데 다 1박2일에 나왔다는 문구를 붙이고 있는데, 실제 방문한 곳은 자금성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화루에서는 샤이니의 민호가 드라마시티에서 짜장면 먹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2년 4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천광역시 중구 선린동 22

032-766-7688


합정역에서 홍대 주차장길 끄트머리로 가는 길을 일명 합정 카페골목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합정 카페골목 중간쯤에 시타라라는 인도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시타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별'이라는 뜻인데 간판을 보시면 별이 그려져 있습니다. 외관부터 여느 인도 레스토랑과는 다른 모던함이 풍기는데, 저는 처음 봤을 때 미국음식 파는 곳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더랬지요. ^^;



평일 점심에는 저렴한 런치 세트를 판매합니다. 7천5백~8천5백 원이면 꽤 괜찮은 가격이죠. 비록 10%가 붙기는 합니다만.(지금은 +10%를 없애도록 법으로 강제를 해서 가격이 1천 원씩 올랐습니다. - 2014.03.28 추가) 주문은 A세트로 했네요. 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도 식당에서 볶음밥을 맛있게 먹어본 적은 없어서요.



먼저 무 피클이 나옵니다. 비트로 예쁘게 색을 내신 듯.



조금 기다리니 식사가 나오네요. 약간의 샐러드에 커리 2종, 밥 조금과 난이 하나 나옵니다. 밥 위에 비스듬히 올라가 있는 것은 인디언 스타일 프렌치프라이인데 이거 별미네요. 단품으로도 있으니 다음에 가면 따로 시켜먹볼까 하는 생각도.



치킨 커리.(정확한 이름 모름) 약간 달달하면서 살짝 느끼한 맛이 나는 게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맛이네요. 인디아 게이트에서 제가 좋아하는 메뉴와 비슷한 느낌도 들고...



야채 커리.(역시 정확한 이름은...) 이쪽은 매콤한 맛인데, 처음에는 매운맛이 확 올라왔지만 좀 있으면 금방 누그러지는 스타일이라 입이 바로 적응을 하더군요. 달고 느끼한 맛과 매운맛 커리의 조합 아주 좋네요. 제가 평소에 즐기는 조합이기도 하고, 서로 상호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어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거든요.


이렇게 커리도 맛있었지만 특히 난이 쫄깃한 것이 정말 맛있다고 느꼈는데요. 꼭 쫄깃해야 맛있다는 건 아니지만 이 집 난은 맛있게 쫄깃한 것이 아주 훌륭하네요. 사장님께서 맛있는 난을 만들기 위해 베이커리에서 일하신 적도 있다는데, 노력하신 만큼 훌륭한 난이 만들어진 느낌이 드는군요.


다만 밥은 장립종이 아닌 우리 쌀로 지은 된밥 같은 느낌이라 조금 에러. 이 외에는 모든 것이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그런데 가보신 분 중에 커리가 묽어서 별로였다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국내의 여느 인도 커리점에 비하면 묽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인데, 맛은 좋았기에 저로서는 별 불만이 없었습니다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커리의 맛 또한 투박하고 강렬하기보다는 세련되고 샤프한 맛이라, 인도에서 배낭여행 하면서 먹었던 커리의 맛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좀 불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다만 메뉴 선택에 관해 한마디 하자면, 개인적으로 커리집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맛좋은 메뉴는 치킨 커리라고 생각하구요. 반대로 가장 안 좋은 메뉴는 해산물 커리라고 생각합니다.(적어도 해산물 커리가 그 집의 베스트 메뉴인 곳은 본 적이 없군요.) 그러니까 처음 가보는 가게에서 커리를 하나만 주문해야 한다면 치킨 커리가 베스트라는 생각이네요.



시타라는 인테리어도 모던하고 깔끔합니다만,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음악이었죠. 문을 활짝 열어 오픈된 공간에서 비 더 보이스(Be the Voice)와 노라 존스를 들으며 맛난 커리와 난을 먹으니 정말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 (인도풍 인테리어와 인도 음악이 아무래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보니...)


음식이 맛난 인도 커리점은 여기저기 있겠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커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역시 홍대가 아니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겠지요. 홍대 분위기에서 먹는 인도 커리는 맛이 어떨지 한 번 방문해보시길.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2년 5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413-18

02-325-5623


망원역 부근에 괜찮은 돼지국밥집이 생겼다고 해서 방문.



사실 서울 촌놈이 돼지국밥에 대해 얼마나 알겠습니까만 적어도 지금까지 서울서 먹어본 것 중에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으나, 여기는 좀 더 제대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해보았습니다.



기본 상차림. 국밥에 넣어먹게 소면을 조금 주시고 부추는 99% 생으로 나옵니다. 사진으로는 안 보입니다만, 부추 가운데 양념이 살짝 묻어있습니다.



주문한 돼지국밥이 나왔습니다.(7천 원) 이 집은 다대기를 국물에 넣어서 나오는데, 무릇 탕국이란 아무것도 넣지 않은 국물을 먼저 맛봐야 하는 법. 다대기를 빼고 주문합니다. 근데 조심스레 국물 속에 숟가락을 담가보니 아뿔싸. 이모님이 깜박하셨는지 다대기가 들어있네요. 다행히 건져내긴 했지만 국물이 살짝 오염되긴 했다는.


들깨가루도 준비되어있긴 합니다만 돼지국밥에는 들깨가루 안 넣는 게 보통입니다. 사실 부산의 돼지국밥집에 가면 대부분 들깨가루 같은 건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만, 서울에 있는 돼지국밥집들은 손님들이 대부분 순대국처럼 먹으려 들기 때문에 들깨가루를 비치해 놓곤 하죠.(근데 저는 순대국도 들깨가루 넣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들깨수제비 같은 건 맛있게 먹지만요.)



부추의 경우, 부산의 유명 돼지국밥집들을 보면 부추가 생으로 나오는 곳은 별로 없고 다들 양념이 되어있는데 그 스타일이 각양각색입니다. 겉절이처럼 부추가 숨이 살아있는 곳도 있고, 파김치처럼 숨이 완전히 죽은 곳도 있고, 양념이 적당히 묻어있는 곳도 있고, 찐득하니 범벅이 되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처럼 99% 생으로 내는 곳은 별로 보질 못했네요.(현지에서 본 건 아니고 인터넷 검색해서 본 거긴 합니다만. ^^;)


어쨌건 간에 돼지국밥에는 대부분 부추를 넣어서 먹습니다만, 부산에 거주하는 어느 블로거는 부산에 있는 수많은 돼지국밥집 중에서 자신이 부추를 넣어서 먹는 집은 딱 한 곳이라 하더군요. 아마도 양념이나 부추의 맛이 국물맛을(또는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해친다고 느껴서겠지요. 제가 부산 가서 돼지국밥을 먹어도 아마 그렇게 하지 않을지... 적어도 처음부터 부추를 넣지는 않을 겁니다. ^^;



국물을 맛보니 맑은 국물이 담백하면서 깊이가 있습니다. 드디어 서울에서 제대로 된 물건을 발견한 느낌이네요. 인근의 홍대, 연남동에도 돼지국밥집이 있습니다만 그곳들은 별로 재방문 의사가 없었는데, 여기 합천 돼지국밥은 다음에 또 와서 먹고싶은 맛입니다. 건더기도 실하게 들어있기는 한데 고기질은 보통.



소면과 밥을 말아서 맛있게도 얌얌. 그냥 조금 먹다가 부추도 넣어서 먹어봤는데 잘 어울리더군요. 사진찍느라 국물이 식어서 부추가 숨이 별로 죽지 않은 채로 먹었습니다만 그래도 맛있었구요. ^^


지금까지 서울에서 만족스런 돼지국밥집을 찾지 못하셨다면 한 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돼지국밥이 어떤 음식인지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드리구요. 단, 다대기는 일단 빼고 드셔보세요. 물론 들깨가루도 넣지 마셔야겠죠. ㅎㅎ (옆자리 커플이 다대기 풀고 들깨가루 듬뿍 넣고 있을 때 막 참견하고 싶었다죠. ^^;)


2013년 9월 재방문해 보니 맛이 변했네요. 국물에서 예전에 없던 한약 냄새가 나면서 국물 색도 약간 노르스름하게 바뀌었고, 한약 냄새 때문인지 예전의 맑고 담백하면서 깊이 있는 국물맛이 느껴지질 않는군요.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검색을 해보니 역시 최근에 다녀오신 다른 분 포스팅에서도 한약 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보입니다.


생긴지 오래지 않은 대중식당에서 맛을 지켜나가기가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서울서 유일하게 괜찮은 돼지국밥집이라 생각했던 곳이 이렇게 맛이 변해버리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ㅠㅠ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2년 6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1동 57-13

02-33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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