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블랜드.(6,000) 이틀 전에도 마셨었는데, 커피 맛에 대해서 이런 트윗을 올렸었다.
어제 마신 헬카페 블랜드 커피 감상. 진하면서도 담백하고 잡미라고는 느껴지지 않으면서 꼬리하고 쿰쿰한 향이 부드럽게 살랑인다. 새벽녘 가볍게 조깅을 마친 미녀의 체취를 그러모아 만든 음료 같은 느낌이랄까.
— 미식의별 (@maindish1) April 16, 2014
간만에 마셨던 꼬리하면서도 맛있는 커피. 다시 마셔도 역시 맛있다. 그냥 맛있는 게 아니라 진짜 맛있는, 잔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커피다. 같이 간 일행의 감상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맛이라고.
과테말라.(6,000) 복잡하고 다양한 뉘앙스가 느껴지지만 약간 중구난방으로 정돈되지 못한 느낌.
모카 하라.(6,000) 과테말라에 비하면 조금 단조로운 느낌이 들지만, 잘 정돈된 맛이라 오히려 더 나은 듯.
헬카페도 이제 오픈한 지 1년이 좀 넘었고, 권마담의 핸드 드립은 오픈 초기에는 곰다방의 뉘앙스가 느껴졌으나 이제는 헬카페의 맛이 되었다. 다만 맛이 너무 얌전해진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곰다방 시절에 비해 재미가 덜한 부분이 있고.(반면에 보다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기도 할 듯) 하지만 블랜드의 경우는 곰다방의 뉘앙스를 계승 발전시켜 헬카페의 컬러로 승화시킨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클래식 카푸치노.(4,800) 이 또한 이틀 전에 마셨던 메뉴인데, 트위터에 올렸던 감상은 다음과 같다.
어제 마신 헬카페 클래식 카푸치노 감상. 에스프레소를 뽑은 잔을 손님 테이블에 들고 와서는 거품낸 우유를 졸졸졸졸 부어준다. 커피와 우유가 완전히 섞이기 전에 후딱 마시란다. 커피와 우유로 만든 페스츄리, 밀피유인 걸까.
— 미식의별 (@maindish1) April 16, 2014
부드럽게 한 모금을 넘기니 다음 한 모금을 더 마실까 생각이 드는 찰나에 커피와 우유의 층이 빚어내는 절묘한 피니시가 갈색 형광펜으로 밑줄은 그은 마냥 길게 길게 이어진다. 그 애프터 테이스트를 느끼고 있자니 도무지 후딱 마셔지지가 않는 것이다.
— 미식의별 (@maindish1) April 16, 2014
그런데 요전에는 문어 총각(일명 권마담)이 뽑아준 거였고, 이날 마신 건 임사장 님이 뽑아준 거였는데, 둘의 손맛이 다르더라는. 임사장 님이 뽑아준 클래식 카푸치노는 심·기·체가 합일된 느낌이랄까. 반면에 아무래도 권마담은 핸드 드립 전문이다 보니 심·기·체가 묘하게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조화로운 느낌은 부족했지만, 그 또한 나름의 개성으로 인정할만한 좋은 맛이었고.
여튼 임사장 님의 클래식 카푸치노는, 커피와 우유(거품)의 혼합물이 아닌 커피와 우유(거품)의 화합물과 같은, 커피도 아닌 우유(거품)도 아닌 제3의 부드러운 무언가가 살금살금 입으로 혀로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부드럽고 우아하게 입속을 애무하는 느낌이랄까. 1블랜드가 헬카페 핸드 드립의 시그니처라면 클래식 카푸치노는 헬카페 배레이션 메뉴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을 듯. (근데 권마담의 것과는 달리 후딱 마셔야 하는 것이,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화합물이 혼합물로 변하면서 커피맛이 돌출되어 올라오더라는.)
헬카페의 블랜드 핸드 드립이나 클래식 카푸치노는 단순히 맛있는 걸 넘어서 훌륭한 커피들이다. 이런 커피들을 놔두고 굳이 당근 주스 같은 것을 선택하는 것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 가서 고추장에 보리밥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세상에는 커피를 즐기지 않는 분도 있고,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이런 훌륭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이왕이면 커피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분들이 보다 많이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010-4806-4687
월~금 오전 8시~저녁 10시
토·일 낮 12시~저녁 10시
- '플랫 화이트란 무엇인가' 포스팅에서 폴 바셋이 뽑아준 카페 라떼에 대해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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