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에 대한 감상을 적으며 카페 카테고리가 아닌 커피 일기라는 섹션을 따로 마련해서 적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 또는 일리 등의 유명 브랜드 커피는 언제나 같은 맛을 내고 그러한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소규모 로스터리샵의 경우, 특히나 싱글 오리진으로 드립 커피를 내는 경우에는 그 맛의 레벨이 항상 일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에스프레소는 블랜딩을 하기 때문에 싱글 오리진에 비하면 그 진폭이 적다고 할 수 있기는 한데, 커피 리브레 등의 일종의 극점을 지향하는 경우는 에스프레소 또한 맛의 진폭이 상당히 넓은 편이다.


물론 커피 일기에 적어놓는 카페들은 모두 일정 이상 수준이 되는 곳들이기 때문에 언제나 높은 확률로 맛있는 커피를 낸다. 그러나 더 맛있는 날이 있고 아주 맛있는 날도 있으며 환타스틱한 날도 있으니 그러한 날마다의 차이를 기록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맛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커피열매가 농산물이기 때문에 기후와 작황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커피열매를 생두로 가공하는 단계에서도 처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지난번에 들어온 생두와 이번에 들어온 생두의 특징과 품질이 같지 않다. 또한 그 생두를 로스팅하는 과정에도 여러 변수가 있으며, 커피를 내리는(뽑는) 사람의 테크닉에도 맛이 달라진다.(보면 사장이 뽑은 커피와 직원 또는 알바가 뽑은 커피가 맛이 다르다는 얘기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것도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해당 매장을 매우 자주 방문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어쩌다 한 번씩 가는 매장이라면 같은 콩으로 동시에 내려서 먹어보기 전에는 테크닉의 차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어느 카페를 한 번 가보고 일방적인 칭찬이나 일방적인 매도를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커피 맛은 매번 바뀌기 마련이니 만약 커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면 이를 컨디션 따위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좀 더 집중해서 느끼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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