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Terroir (2010년 미국, 2012년 9월 14일 한국)



책 표지를 보면 미국 도서관저널 선정 올해의 10대 필독서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인다. 읽고 나니 거기에 100% 공감하게 되었고.


이 책의 원제는 아메리칸 테루아(American Terroir)인데, 와인 용어로 흔히 접하게 되는 테루아라는 단어는 포도가 자라는 산지의 토양, 기후 등의 자연환경을 통틀어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저자인 로완 제이콥슨은 이러한 테루아라는 개념을 농수산물 및 그 가공품 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장시켜, 북아메리카의 테루아를 기반으로 한 최고의 식품들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북아메리카에서 나는 최고의 식품들에 대해 그 맛과 품종, 생태, 성장 및 제조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테루아도 중요하지만, 그 테루아를 잘 읽어내고 최대한 활용하는 인간의 노력이 보태질 때 비로소 최고의 맛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것들이 과연 독자들에게 얼마나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 알라딘과 YES24의 독자 서평을 모두 읽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고의 맛"이 아닌 "테루아"에 방범을 찍고 책 내용을 이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특별한 땅에서 특별한 맛이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그 맛을 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 그리도 이해하기 힘든 것인지. 책의 수준이 높고 정보 밀집량이 상당한 탓에 전문가나 식덕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쉬이 다가오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맛=정성이라는 정신론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니 그걸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겠고.


아쉬운 점은 이 책에 나온 식품들 중 현재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인데, 식덕으로서 이 책을 읽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생각이다.


여튼 좋은 걸 넘어서 훌륭한 책이니만큼 좀 더 많은 분들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목차에 따른 책 내용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본다. 다만 책의 깊고 방대한 정보량 탓에 단편적으로만 짚고 넘어간다는 것을 알아두시길.



1. 파나마의 게이샤 커피

게이샤(Geisha)는 병해 저항성이 높다는 이유로 50~60년대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커피연구소에서 실험 중이던 야생종이었으나 생산성이 낮은 관계로 버림받은 품종이었다.

게이샤 커피(에스메랄다 스페셜)는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옥션에서 데뷔하여 파운드당 21달러에 거래되었으나, 2007년에는 파운드당 130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갔으며, 2007년 당시 입찰자는 다음의 미국 7개 고메 커피 로스터들의 컨소시엄이다. 더 로스터리, 인텔리젠시아, 윌러비 커피 앤 티, 조커 커피 로스터 앤 티 컴퍼니, 포티나인스 패러랠 커피 로스터, 드라우드웍 커피 컴퍼니, 클라치 로스팅.[이들은 현재 현지 농장과 직거래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옥션에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옥션 경매가는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2. 멕시코 치아파스의 메소아메리카 초콜릿

스르륵 녹는 부드러운 초콜릿은 초콜릿을 치대는 콘치라는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는 생 코코아 콩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산을 날려버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나, 다수의 향미가 날아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통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든 오돌토돌한 식감의, 포트와인과 견과류와 커피의 토대 위해 더해지는 말린 블루베리 같은 진한 과일 향이 나는 초콜릿은 대체 어떤 맛일까?


3. 버몬트 주 고지대의 메이플 시럽

메이플 시럽은 사탕단풍나무 수액을 가열해서 얻어지는데, 메이플 시럽 1리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탕단풍나무 수액 40리터가 필요하다.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 있는 사탕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시기는 초봄의 몇 주에 불과하다.

메이플 시럽의 독특한 풍미는 단백질과 당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메일라드(=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물인데, 수액 내의 단백질은 박테리아 증식으로 인해 만들어지며, 메이플 시럽을 만들기 위해 사탕단풍나무 수액을 가열할 때 수액 내의 과당과 아미노산이 결합하며 메일라드 반응이 일어난다.


4. 뉴잉글랜드,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더 사우스웨스트, 캘리포니아의 벌꿀

맛의 달인에도 나온 도쿄 한복판 긴자에서 양봉을 해서 꿀을 채취하는 긴자 허니 비 프로젝트의 꿀을 저자가 먹어본 최고의 벌꿀 중 하나라고 인증.

단일꽃 벌꿀은 일반 벌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며, 야생 환경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단일 농작물 재배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미국에는 3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벌꿀이 있고, 맛 또한 세계 최고라고.(저자가 최고로 이름난 유럽산 벌꿀들과 비교 시식한 결과) 하지만 미국산 벌꿀의 주요 고객은 미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는.

미국에는 이렇게 다양한 단일꽃 벌꿀을 가지고 우수한 미드(벌꿀술 Meed)를 만드는 양조가도 있다.


5. 화장기 없는 캘리포니아 와인

최근에는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 테루아를 충실히 반영하기보다는 과학적 테크닉으로 맛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신대륙 와인들은 더더욱) 역삼투압 기법을 이용해 알코올과 수분을 인위적으로 제거하여 알맞은 알코올 도수를 만들어내고, 산도와 색을 조절하기 위한 첨가물을 집어넣고, 미세산소를 공급하여 타닌을 인위적으로 부드럽게 만든다.

캘리포니아의 와인 양조가인 랜달 그램 또한 온갖 다양한 방법을 써서 와인을 만들어왔으나, 최근에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도입하여 테루아를 반영하는 와인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6. 버몬트의 맥주를 먹은 치즈

버몬트는 경사진 목초지와 암석질 토양을 가진 험한 구릉지인데, 이러한 환경에 적합한 가축은 스코틀랜드의 에어셔(Ayrshire) 품종 젖소였고, 이 품종의 젖은 특정 치즈를 만들기에 적합한 작은 지방구들(fat globules)을 함유하고 있다.

버몬트의 재스퍼 힐 목장은 생젖 치즈를 만들어 대박을 쳤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버몬트의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생산 가능한 소득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즉, 버몬트의 테루아가 그 치즈들을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FDA 규정상 미국의 생젖 치즈는 (유해균 번식을 막기 위해) 판매 전 60일 이상을 숙성시켜야 하는데, 이는 제조 후 바로 출시가 가능한 유럽산 치즈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미를 가져다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재스퍼 힐 목장의 치즈는 프렌치 론드리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한국에서는 프렌치 론드리에 납품하는 치즈로 김소영 씨의 안단테 데어리가 유명한데, 프렌치 론드리가 한 군데서만 납품을 받는 건 아닐테니]


7.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물 프리트

물 프리트(Moules-frites)는 벨기에식 홍합요리라 불리우는 바로 그것.(Moules는 홍합, frites는 프렌치프라이)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토양은 감자 외의 식물들이 자라기는 어려운 토양. 그래도 감자는 잘 자라서 무려 캐나다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해안은 깊이가 얕고 바닥이 검은 탓에 햇볕을 받은 조류(藻類)가 왕성하게 자라나, 홍합의 먹이가 풍부하여 크기도 크고 맛도 좋다. 해서 매년 4천만 파운드(약 1만8천 톤)에 가까운 홍합을 양식으로 키워낸다.

"고개만 돌리면 감자와 홍합이 수확되는 광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벨기에에 얼마나 되겠는가."


8. 퓨젯 사운드 토튼 만의 굴

이스트 코스트 어패류 양식자 협회 주최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10점 만점을 받은 굴을 양식하는 곳이 퓨젯 사운드의 토튼 만.

토튼은 플랑크톤이 매우 풍부하여 대규모의 굴 양식이 이루어지는 지역이나, 대부분 태평양 굴과 구마모토 굴을 키우고 있고, 그 중 일부에서만 특별한 맛의 토튼 아메리카 굴을 키우고 있음.

굴은 자라난 바다의 테루아를 고스란히 나타내기 때문에 토튼 만의 것과 같은 맛을 내는 아메리카 굴을 키워낼 수 있는 곳은 따로 없음.


9. 유콘 강 연어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데, 거기에 필요한 만큼의 몸을 만든 후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콘 강은 북아메리카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며, 이 먼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연어들은 (짧은 강에서 태어난 연어들에 비해) 엄청난 양의 지방과 근육을 만든다.(따라서 맛이 좋다.)

유콘 강의 유픽 에스키모는 유콘강 삼각주의 어업 독점권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연어를 수입원으로 하여 자신들의 생활터전을 지켜나가는데 다른 에스키모 부족들에 비해 나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 멕시코 미초아칸의 천천히 익는 아보카도

아보카도가 맛있게 자라기 위해서는 풍부한 미네랄과 대량의 물이 필요한데 멕시코시티 서쪽 미초아칸의 산악지대는 아보카도가 자라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미초아칸의 아보카도 나무들은 1년에 4차례의 개화기를 맞으며, 다양한 고도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숙성의 절정기에 달한 아보카도를 1년중 언제나 출시할 수 있다.(반면에 캘리포니아에서는 1년에 한 번만 아보카도를 수확할 수 있다.)

[국내에도 미초아칸의 아보카도를 수입하는 회사가 있는데 5월부터 냉동퓨레, 9월부터는 생과를 판매한다고. 그밖에 멕시코 식재료를 수입하는 또 다른 회사에서 운영하는 이태원의 멕시코 식당에서도 멕시코산 아보카도를 사용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과카몰레는 함 드셔보시는 것도...]

예전에 파스타 먹은 포스팅을 올렸으니 이번에는 라이스 메뉴를 올려봅니다.



런치 40인분, 디너 45인분만 판매하며,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이라도 메뉴가 모두 소진되면 당일 영업을 종료합니다.



어뮤즈. 단호박을 삶아 으깬 것과 다이스한 것을 섞어 살짝 팬프라이한 (걸로 생각되는) 요리네요. 사이즈는 작지만 입맛을 돋우기엔 충분합니다.



제가 주문한 닭고기 크림 카레라이스(1만 1천 원). 동남아풍 커리를 우리 입맛에 맞게 살짝 변형시킨 느낌이네요. 코코넛밀크 대신 크림, 향신료 느낌은 과하지 않으면서 매콤한 맛은 나도록. 닭고기도 풍성하게 들어있고 새송이버섯과 브로콜리로 고기와 야채의 밸런스도 맞추셨네요. 맛있습니다.



일행이 시킨 로꼬모꼬 라이스(1만 1천 원). 아시겠지만 로꼬모꼬는 하와이 스타일의 함박 스테이크와 밥이 함께 나오는 메뉴죠.


함박 스테이크는 계랸 아래에 숨어있습니다만, 촬영을 위해 계란을 옆으로 치우는 순간 노른자가 터지는 불상사가... 소스는 데미그라스 소스와 토마토 그레이비(메뉴판에는 토마토 그라비로 표기) 소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행이 선택한 소스는 토마토 그레이비 소스. 함박 스테이크를 한 입 얻어먹어 보니 역시 맛있습니다. 버튼업에는 함박 스테이크가 들어가는 메뉴가 두 개 있는데, 파스타를 드시고 싶다면 두툼 함박 스테이크 파스타를, 밥을 드시고 싶다면 로꼬모꼬 라이스를 주문하시면 되겠네요.


한 때 퓨전이란 키워드가 외식업계의 최신경향으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퓨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음식점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죠. 이렇게 된 이유에는 음식들의 어설픈 완성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생각이구요(거기다가 쓸데없이 비싸기까지 한 곳들도 많았고). 그러니까 완성도도 높고 가격도 부담 없는 퓨전 음식점이 대한민국에 존재했던 적이 있었던가요?(스시 캘리포니아? ^^;) 버튼업은 바로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늘 먹던 것과는 다른, 조금은 색다른 메뉴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버튼업에 한 번 방문해보시길.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3년 4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6-7

010-5351-1643

런치 40인분, 디너 45인분 소진시 주문 마감

낮 12시 오픈, 오후 3시~5시30분 브레이크 타임

일요일 휴무

블로그 http://blog.naver.com/mavourn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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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od of Love (2004년 미국, 2009년 11월 30일 한국)



시라노 드 벨주락의 이탈리아 요리사 버전.


이탈리아에 미술사를 공부하러 온 금발머리 미국인 아가씨를 이탈리아 플레이보이가 꼬시는 와중에 자신이 요리사라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 요리사 친구에게 요리를 만들게 하는데, 실은 그 아가씨는 요리사 친구가 남몰래 흠모하고 있던 여인이었으니...


원제(The Food of Love)가 제목으로 더 걸맞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좀 밋밋하기는 하니까.


이 책의 요리 부분은 꽤나 볼만하다. 재치있게 이탈리아 요리를 소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책에 등장하는 요리가 맛있게 느껴지고 먹고싶은 욕구가 생기게 만든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책을 읽는 것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식당에 가는 것과 같다."는 평을, 피플은 "감각적인 산문이 이탈리아의 풍광과 냄새, 맛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제이미 올리버 또한 "읽는 내내 매혹적인 이탈리아 요리를 맛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그러나 스토리적인 부분에서는 별로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대략 할리퀸과 칙릿을 섞어놓은 듯한 모양새를 보여주는데, 요리에 대한 부분이 진지한 만큼 스토리에서도 보다 진지한 느낌이 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까 할리퀸 독자는 할리퀸을 읽고 칙릿 독자는 칙릿을 읽으면 되겠지만, 이 책이 할리퀸이나 칙릿 독자를 위한 책인가 하는...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읽는 다면 추천할만 하다. 책 말미에는 책에 등장하는 요리의 레시피도 나오니 내킨다면 요리를 시도해 볼 수도 있겠다. 요리에 따라 좀 힘들긴 하겠지만서도. 토끼고기 요리와 포르케타(이탈리아식 돼지 통구이)는 아무래도 개인이 집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을 테니.

커피 맛에 대한 감상을 적으며 카페 카테고리가 아닌 커피 일기라는 섹션을 따로 마련해서 적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 또는 일리 등의 유명 브랜드 커피는 언제나 같은 맛을 내고 그러한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소규모 로스터리샵의 경우, 특히나 싱글 오리진으로 드립 커피를 내는 경우에는 그 맛의 레벨이 항상 일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에스프레소는 블랜딩을 하기 때문에 싱글 오리진에 비하면 그 진폭이 적다고 할 수 있기는 한데, 커피 리브레 등의 일종의 극점을 지향하는 경우는 에스프레소 또한 맛의 진폭이 상당히 넓은 편이다.


물론 커피 일기에 적어놓는 카페들은 모두 일정 이상 수준이 되는 곳들이기 때문에 언제나 높은 확률로 맛있는 커피를 낸다. 그러나 더 맛있는 날이 있고 아주 맛있는 날도 있으며 환타스틱한 날도 있으니 그러한 날마다의 차이를 기록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맛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커피열매가 농산물이기 때문에 기후와 작황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커피열매를 생두로 가공하는 단계에서도 처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지난번에 들어온 생두와 이번에 들어온 생두의 특징과 품질이 같지 않다. 또한 그 생두를 로스팅하는 과정에도 여러 변수가 있으며, 커피를 내리는(뽑는) 사람의 테크닉에도 맛이 달라진다.(보면 사장이 뽑은 커피와 직원 또는 알바가 뽑은 커피가 맛이 다르다는 얘기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것도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해당 매장을 매우 자주 방문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어쩌다 한 번씩 가는 매장이라면 같은 콩으로 동시에 내려서 먹어보기 전에는 테크닉의 차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어느 카페를 한 번 가보고 일방적인 칭찬이나 일방적인 매도를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커피 맛은 매번 바뀌기 마련이니 만약 커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면 이를 컨디션 따위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좀 더 집중해서 느끼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아직 가오픈 중인 오르다 살롱. KMC와 편의점 사이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된다.



커피 리브레, 몬스터 로스터스, 매드 커피 등의 원두를 사용한다.



주문은 오늘의 핸드드립. 커피는 몬스터 로스터스의 케냐. 아래쪽의 글씨는 테이스팅 노트.



테이스팅 노트에 적혀있는 맛이 느껴지긴 하는데, 라운드 마우스필은 아니다. 좀 거칠고 정돈되지 못한 느낌이 있다. 갓 들어온 거라 며칠 지나서 가스가 좀 빠지면 더 나아지긴 하겠지만서도.



커피 리브레의 배드 블러드로 뽑은 에스프레소. 맛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이젠 끝났겠지...하는 순간에 새로운 맛이 또 한 번 느껴진다. 빨주노초파남보 뒤에 자외선이 숨겨져 있듯. 독특한 맛의 방향성과 지나치게 넓은 스펙트럼에서 느껴지는 것은 마치 파인아트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와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맛있는 걸 넘어서 훌륭한 커피지만 이 커피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기도 하다.



커피 가격은 이렇다.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6-141

02-6014-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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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홍대 커피볶는 곰다방에서 커피 볶고 내리던 문어 총각과 카페 뎀셀브즈에 있던 KBC(Korea Barista Championship) 3위 입상 경력의 바리스타가 뜻을 합쳐 카페를 오픈했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 맞은편, 이름 하여 헬카페. 이태원역에서 가볍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더군요. 대략 10분 정도. 버스 타도 두 정거장이면 됩니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지만서도, 주문은 일단은 드립커피부터.



만델링과 케냐. 커피잔도 맛도 곰다방 시절의 향취가 느껴집니다. 최신의 밝고 화사한 경향과는 다른 깊고 진한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는... 간만에 이런 커피를 즐기고 있자니 곰다방에서의 맛있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는군요...



티라미스. 맛있습니다. 디저트 전문점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 커피도 디저트도 레벨이 높습니다.



에스프레소. 드립커피 원두는 가게서 직접 볶습니다만, 에스프레소 원두는 현재 여의도의 매드커피에서 가져옵니다. 그런데 이 에스프레소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산미가 충분히 살아있으면서 과하지는 않고, 쓰지 않으면서 바디감도 제대로 느껴집니다. 맛의 기승전결이 뚜렷하다고 할까요.



헬라떼. 특이하게도 에스프레소가 담겨있는 유리잔과 거품 낸 우유를 손님 앞에 가져와서 그 자리에서 바로 메뉴를 만들어주네요. 그런데 에스프레소에서 만큼의 감흥이 느껴지지는... 카페라떼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다음에 물어보기로 하고.



헬짜이. 아시겠지만 짜이는 향신료와 설탕을 넣어 끓여낸 인도식 밀크티죠. 근데 이 집 짜이 향신료 풍미가 물씬 느껴지는 게 아주 제대로네요. 사실 아직까지 향신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보니 향신료를 제대로 쓴 짜이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향신료 좋아하시는 분이나 아직 만족할만한 짜이를 못 드셔 본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군요.


이태원 유흥가에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연결된 상권에 속하지는 않기에 부러 찾아가야만 하는 이곳, 헬카페. 하지만 조금만 발품을 팔면 그 이상의 만족을 느끼실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태원역에서 헬카페 가는 길은 앤틱 샵이 줄줄이 이어지는 길이라 가게 구경하며 걷다 보면 눈도 즐겁습니다. 이태원 나들이를 계획하셨다면 헬카페 가는 길을 동선에 넣어보시길.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3년 4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010-4806-4687

월~금 오전 8시~저녁 10시

·일 낮 12시~저녁 10시

Spiced to Death (1997년 영국, 2011년 7월 28일 한국)



미식가탐정의 이번 사건은 뉴욕에서 벌어진다. 500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향신료의 감정 의뢰를 받아 (런던에서) 뉴욕으로 날아간 우리의 미식가탐정. 향신료 감정으로 일이 끝난 줄 알았건만...


전작 "프랑스요리 살인사건"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인공인 미식가탐정은 실은 탐정이라기보다는 푸드 컨설턴트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으며, 탐정 면허도 없는 무늬만 탐정인 그런 사람이다.(미식가탐정-Gourmet Detective-은 일종의 별명 같은 것이라 보면 되고)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책 또한 마찬가지로 제목에 '살인사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이라기보다는 미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탐정소설 형식으로 써내려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에서 추리적인 부분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양념에 불과하고 핵심은 미식에 있는지라, 심각하게 사건과 범인을 추리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비추하지만, 미식을 좋아하는 식덕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설로는 이보다 나은 것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식덕이 아니라면 책이 얼마나 재미있게 느껴질지는...


단, 전작인 "프랑스요리 살인사건"이 탐정소설 매니아와 식덕으로서의 소양을 둘 다 요구한 소설이었다면(거기에 음악에 대한 지식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이번 "스파이스 살인사건"에서는 식덕으로서의 소양만이 필요한지라, 재미를 느끼기 위한 허들이 조금은 낮아졌다고 볼 수 있으려나. 어쩌면 탐정소설과 미식을 둘 다 좋아하는 독자층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작가가 변화를 준 것일 수도?


전작과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인종 전시장이자 문화의 용광로인 뉴욕이 무대인 만큼 주인공이 방문하는 식당과 등장하는 음식의 종류 또한 더욱 다양해졌다. 중동요리, 중화요리, 캐나다요리, 멕시코요리, 오스트리아요리, 아프리카요리에 이르기까지...(여담이지만 역시 뉴욕이 무대인 1989년작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면, 조크의 소재로 아프리카 식당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 역시 뉴욕...이라는 느낌이랄까.)


미식가탐정 시리즈는 총 8편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2탄인 "스파이스 살인사건" 이후로는 출간이 불투명한 느낌이라 식덕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모쪼록 지금부터라도 보다 많은 분(식덕)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The Gourmet Detective (1994년 영국, 2010년 7월 19일 한국)



주인공은 런던의 미식가탐정(Gourmet Detective). 진짜 탐정은 아니고 푸드 컨설컨트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하는 일은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나 와인을 찾아주거나, 새로 오픈하는 식당의 컨셉에 대한 상담(예를 들면 중세요리 전문 레스토랑) 등이다. 그런데 어느 날 런던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한 곳의 주방장이 찾아와서는 라이벌 가게의 인기 메뉴 레시피를 알고 싶다는 의뢰를 하는데...


미식가탐정은 미식가이자 탐정소설 매니아이며 음악 애호가이기도 한데, 덕분에 책에는 온갖 음식과 탐정소설이 끝이지 않고 계속해서 등장하며, 주인공이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항상 분위기와 상황에 맞는 음악을 트는 모습을 볼 수 있다.(그러니까 아마도 셋 다 작가의 취미겠거니 하는 생각이고)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독자층이 좀 한정되는 느낌이라, 음식과 탐정소설과 음악에 지식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얼마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지...(음악에 대해서는 잘 알면 더 재미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는 아니긴 한데) 비유하자면 자동차도 레이싱걸도 잘 모르는 여성이 모터쇼를 보러 가는 것과 자동차도 레이싱걸도 잘 아는 남성이 모터쇼를 보러 가는 것과 비슷한 차이가 있달까.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주된 소재는 미식이며 탐정소설이라는 형식은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도구에 불과한지라, 심각하게 사건과 범인을 추리하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스토리를 편안하게 즐기시는 게 옳은 감상법일 듯.


특이한 점이라면 한국에 대한 언급이 몇 번 나오는데, 작가가 한국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간 식덕에게 이 정도 재미를 안겨줄만한 소설은 그닥 없으리라 생각되며, 식덕에게는 감히 축복과도 같은 소설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듯.

  

PS : 책 249p를 보면 "골르아즈"에 대해서 달걀노른자를 넣은 닭고기 요리라는 주석이 달려있지만 정황상 담배인 듯한데...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끝(예전 부첼라 자리)에 새로 생긴 라멘집. 일본 브랜드의 한국 지점입니다.



라멘(국물)의 종류, 면, 소스(간), 토핑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가격이 참 착하죠. 세트 메뉴도 다양하고 세트 가격도 좋습니다.



일본 이곳저곳에 지점이 있나 보네요. 부탄츄 외의 브랜드도 운영하는 듯하고.



소스와 마늘은 보통, 숙주와 파는 많이로 주문했더니 이런 거대한 숙주+파의 산이... 야채가 너무 많아서 면의 식감을 느끼는데 방해가 될 정도군요. 웬만하면 숙주와 파는 보통 이하로 주문하시길...



토코 톤코츠로 주문했더니 국물이 꽤 진합니다. 그런데 국물에서 뭔가 미세한 입자들이 느껴지면서 텁텁한 맛이 나는 게 마이너스.



면은 꼬불꼬불면으로 주문했는데, 가는면과 꼬불꼬불면 둘 다 드셔 보신 믿을만한 블로거 분이 가는면이 별로라기에...



교자는 레알 진심으로 맛이 없군요. 좀 타기도 했는데, 카운터석에 앉았던 고로(지금은 카운터석이 없어졌습니다.) 요리사 분께 직접 받았더니, 서버 분이 탄 걸 보고 바꿔준다고 해서 다시 받았습니다.(새로 받은 건 사진을 깜박) 근데 이랬든 저랬든 맛이 없기는 마찬가지... 피가 좀 두꺼운데, 식감도 맛도 별로고 구운 쪽도 전혀 바삭하지가 않네요. 게다가 소는 김치만두 소인데 문제는 일본식이라는 거... 그러니까 피도 소도 맛이 없...


요즘 나름 호평인 라멘집인데, 세간의 포인트는 가격과 푸짐한 사이즈의 차슈인 모양입니다. 가격이 매력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만, 제 호감도를 자극한 부분은 일본 맛을 그대로 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굉장한 맛, 최고의 맛, 어떤 정점을 찍은 맛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한국 라멘집들이 맛도 그리 대단치 않으면서 일본 맛도 아닌 그런 라멘들을 내고 있기에, 부탄츄의 일본 맛에 충실하면서 퀄리티도 나쁘지 않은 그런 점에 점수를 주게 되네요. 김치에 비유한다면 최고의 양배추와 페페론치노로 만든 김치 보다는 그저 그런 배추와 태양초로 만든 김치가 보다 김치다운 맛을 내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 것이랄까요.(세트로 먹었던 볶음밥과 차슈 돈부리도 일본 맛이라는 기준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딱 거기까지기는 했죠. 교자는 절대 비추입니다만...)


그저 맛 변치 않고 자리를 지켜주길 바랄 따름입니다만, 한국 대중들의 입맛에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최고의 무언가를 바라고 방문하시는 분들은 기대치를 좀 낮춰주시고, 기존 한국 라멘집들의 맛의 방향성에 불만이나 의문을 가지신 분이라면 가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2년 9월, 11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사진은 9월에 촬영하였습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0-19 1층






월간이리 2012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클릭하시면 PDF 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젤라또와 아이스크림


일반적으로 젤라또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또는 이탈리아에서 아이스크림을 칭하는 단어 정도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아이스크림과 젤라또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젤라또는 둘 다 재료를 휘저어 혼합하면서 온도를 낮추어 만드는데, 재료를 휘젓는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며 그 특유의 질감과 식감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은 휘젓는 속도를 빨리, 젤라또는 느리게 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에는 공기가 많이 들어가고 젤라또에는 공기가 적게 들어가 재료의 밀도가 높아지고 맛이 진해지게 된다.(밀도가 높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에 비해 빨리 녹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든 아이스크림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하겐다즈 등의 고급 아이스크림은 젤라또와 비슷한 정도로 천천히 휘저어 만들기 때문에 진한 맛을 낸다.


또한 유지방의 함량도 다른데, 아이스크림은 이름 그대로 우유나 크림 등의 성분을 넣어 얼려서 만든다. 반면에 젤라또는 우유나 크림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젤라또 중에도 우유를 베이스로 한 제품에는 물론 우유가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과일이나 넛츠류 등)에는 거의 또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이스크림보다는 젤라또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이 오리 간이라면 젤라또는 푸아그라, 아이스크림이 육우라면 젤라또는 1등급 한우라고나 할까.



깨끗하고 순수한 맛, 젤라띠 젤라띠


지금까지 한국에 오픈한 젤라떼리아(젤라또 가게)의 풍경은 쇼케이스 안에 젤라또 통이 여러 개 들어가 있고, 어떻게 생긴 젤라또인지 눈으로 보면서 고를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젤라띠 젤라띠는 뚜껑이 달린 스테인리스 통에 젤라또가 들어있고, 통 옆의 팻말에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가 표기되어 있는 조금 생소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도 두 가지 방식의 가게가 모두 존재하는데, 후자가 온도 유지에 더 유리하고 따라서 맛을 더 일정하게(그러니까 맛있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젤라또 하나를 뜰 때 쇼케이스를 통째로 열어야 하는 전자의 방식이 아무래도 더운 공기의 유입이 더 잦은 건 사실이니 일리가 있는 말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젤라또를 먹어본 바로는 딱히 스테인리스 통에 개별보관을 한다고 해서 맛이 엄청나게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일단 맛을 보고 판단하기로 하고.


젤라띠 젤라띠의 젤라또는 이렇게 개별보관이 되어 있다.


젤라띠 젤라띠 또한 다른 젤라떼리아와 마찬가지로 테이스팅이 가능한데, 테이스팅 스푼에 떠주신 젤라또를 한 입 맛보는 순간 행복과 감동이 입안에서 몸으로 서서히 퍼져가는 느낌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진짜가 나타났다고 할까. 지금까지 한국에 오픈한 젤라떼리아를 모두 뛰어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맛을 보여준다. 원재료를 젤라또라는 형태로 옮겨낸 그 순수하고 깨끗한 맛을 느껴보니, 뚜껑달린 스테인리스 통 정도가 아니라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해서라도 그 맛을 유지해야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더라는. 하지만 역시 젤라또를 눈으로 볼 수가 없다보니, 테이스팅은 커녕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꽤 된다. 용기는 미인을 얻는 데도 필요하지만, 미식을 하는 데도 필요한 법이거늘.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긴 하지만, 젤라띠 젤라띠의 젤라또는 한겨울에 먹는데도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을 그런 맛이다. 맛도 좋지만 진한 풍미가 느껴지면서 동시에 스르르 녹는 그 식감과 질감을 한 번 접해본 분이라면 아마도 동의하시지 않을지. 어쩌면 한 겨울에 홍대 어드메서 줄을 서서 젤라또를 먹는 풍경을 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젤라띠 젤라띠에서는 일단 콘으로 드셔보시길.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콘인데, 콘의 맛도 좋고 콘 속에 맛있는 초콜릿을 넣어주신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이 가격에 이 맛이면 그저 감사할 따름.


주소 : 마포구 서교동 407-8

전화 : 02-3144-3281

위치 : 극동방송국 삼거리서 상수역 방향 세븐일레븐 옆 골목(속칭 클럽 골목)

시간 : 일~목 낮12시~밤11시, 금~토 낮12시~새벽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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