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먹자골목에 있는 양꼬치 집입니다. 원래 인근의 다른 양꼬치집이 약속장소로 물망에 올랐으나, 검색해보니 메뉴가 맘에 안 들어 여기로 장소를 옮겼네요. 결과적으로 옮기기를 참 잘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양꼬치를 우선 주문해서 굽고 있더군요. 먹어보니 이거 마음에 쏙 드네요. 쓸데없이 양념을 묻히지도 않고, 양고기의 풍미가 (과하지 않게) 적절히 살아있습니다. 고기 질도 좋구요. 양고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양고기는 적절히 풍미가 있어 줘야 양고기를 먹는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일단 스타트부터 좋네요.



뭘 더 주문할까 하다가, 술 먹기 전에 밥을 먹겠다는 분이 계셔서 볶음밥을, 그리고 요리로는 중국식 탕수육(꿔바로우)과 어향가지를 시켜봅니다.



좀 질척해 보이는 비주얼이라 사람들이 모두 기대를 않고 있는데, 먹어보니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많은 분들이 중국집 볶음밥에 기대하는 맛이 고슬고슬+불맛인데, 이 집의 볶음밥은 부드럽게 볶아낸 볶음밥을 제대로 만들면 어떤 맛이 나는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고슬고슬 불맛 나는 볶음밥이 1도 부럽지 않은 훌륭한 볶음밥이네요.



어향가지도 좋기는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라, 제가 원래 주문하고 싶었던 요리는 가지만두였는데 말이죠. 맛이 괜찮기는 했는데, 어향가지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들보다는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역시 가지만두를 시켰어야 했... ^^;



꿔바로우는 먹다가 찍어서 모양이 좀 망가졌네요. 근데 이거 정말 맛있군요. 와사삭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네요.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써보자면 인생 꿔바로우랄까요. 볶음밥으로 올라간 기대감이, 어향가지로 살짝 수그러들었다가, 꿔바로우에서 정점을 찍는군요. 정말 강추합니다.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데, 안주로 주문하면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식사를 안주 삼아 마파두부 덮밥을 시켰습니다. 맛있네요. 마파두부도 좋았지만 밥을 참 잘 짓는군요. 어지간한 식당 밥보다 훨씬 낫습니다. 기본부터 남다른 곳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



마파두부 덮밥을 시켰던 건, 사실 이 중국식 짜장면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이거 주문하고 안주까지 시켰으면 양이 좀 많았을 것 같아서요. 맛을 보니 이거 물건이네요. 요즘 건대나 대림 등의 차이나타운 중식당에서 중국식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작장면을 파는 걸 종종 보는데, 매화 양꼬치의 것은 모양새부터 작장면도 짜장면도 아닌 것이, 작장면을 살짝 짜장면화한 느낌이랄까요. 진하고 짠 첨면장 묽게 만들고, 양파와 고추로 단맛과 매운맛을 살짝 입혔는데, 여느 가게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가게만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남은 소스에 밥도 비벼 먹었는데 역시나 참 맛있는... 밥도 잘 지으시니 더더욱 말이죠. ㅎㅎ


매화 양꼬치는 양꼬치도 맛있지만, 요리와 식사가 여느 양꼬치집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은, 잘 나가는 중식당 정도의 또는 그 이상의 공력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술 안 드시는 분들도, 식사와 요리를 즐기러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구요. 실제로 일행 중 인근에 사시는 분은 자녀들 데리고 저녁 오픈 시간에 맞춰서 함 와야겠다 하셨을 정도.(기본적으로 술집이라 점심 영업은 안 하시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꽤 넓은 편이고 룸도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매장이 몇 개 더 있는데, 논현점이 본점이고 강서구청점, 발산역점도 있네요.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맛집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고, 세상이 점점 그리 변해가고 있는 게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맛집이 줄어들고 있다든가, 하양평준화 되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맛집은 분명 늘어나고 있지만, 가게들이 워낙 많고, 하향평준화된 가게들이 더 잘 보이고 더 많이 보이니, 새로운 맛집들이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죠.



줄 서는 맛집, TV에 나온 맛집이 아니라도 맛있는 곳은 많이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줄을 서기 보다는, 그 시간에 검색을 하는 게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을 확률이 높구요.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 맛있는 곳을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맛집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맛 평점 = 8.6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1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63-6

02-543-5951

연중무휴

홈페이지 http://yangkkochi.co.kr


몇 년 전, 막걸리 붐이 일면서 많은 전통주점이 생겨나고 그간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술들이 조명을 받고 했습니다만, 현재는 그 붐도 많이 사그라들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약간 멀어진 게 사실입니다.(그리고 지금은 맥주가 붐이기도 하고...)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술은 아직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계속해서 발전 중이며,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술들이 아직도 많고 새로 만들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이를 피부로 느끼려면 직접 마셔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겠지요. 그리고 그러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화곡역 부근의 맛거리가 아닐까 합니다.



전통주 리스트부터 먼저 보시자면, 이렇게 다양한 탁주와 막걸리를 구비하고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구요. 우리술 좀 드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합니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소주(증류주)도 구비하고 있는데, 그쪽은 간단 리스트가 없고 사진과 설명이 들어간 메뉴만 있어 일일이 찍지를 않았네요.



음식 메뉴는 메뉴판만 봐서는 감이 잘 안 오시겠죠. 안주 짝수 주문시 4천원 할인이 눈에 띄기는 합니다만.



모듬 젓갈 두부(1만6천). 두부와 볶음김치, 젓갈 4종이 나옵니다. 일단 두부가 맛있네요. 일반적으로 두부김치라는 메뉴가 막걸리 안주의 계급에서 그리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메뉴는 아닙니다만, 두부의 퀄리티가 좋고, 볶음김치가 이를 거들고, 맛좋은 젓갈 4종까지 함께 하니, 그 지위가 상당히 격상되는 느낌입니다.



황제오뎅탕(1만7천). 어째서 황제인가 하면 양이 황제스럽네요. 이날 성인 남자 5명이 마셨는데, 국물 안주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 정도로 충분한 양을 자랑합니다. 맛은 조금 평범한 편.



김치 칠리 프라이(1만3천). 전통주점 안주라기에는 약간 생뚱맞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맛은 좋습니다. 메뉴판의 설명에 의하면 김치 칠리에 10가지 향신료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확실히 향신료 풍미도 제대로고, 맛도 여느 햄버거집 메뉴의 그것에 비견할만 합니다.



감자전(1만2천). 앞의 안주들도 다 괜찮았습니다만, 오늘의 베스트는 이 감자전이네요. 베이컨 향이 솔솔 나는 게 식욕을 돋우고, 크리미한 풍미가 특이하면서도 아주 좋았습니다. 부러 크림을 넣거나 하신 건 아니고, 감자 전분을 완전히 빼지 않아서 이런 맛이 난다고 하네요.


이날 마신 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평 막걸리는 무난한 맛. 해쌀이 막걸리는 부담 없고 깨끗한, 첫 잔으로 마시기 좋은 맛입니다.



서울 시내에 칠곡 막걸리 원주를 파는 곳도 많지 않지만, 이 가격에 파는 곳은 더더욱 없을. 이날은 특유의 바나나향이 좀 덜 느껴지긴 했지만, 워낙 좋은 술이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천비향은 예전에도 맛본 적 있지만 그리 큰 감흥이 있지는 않았는데, 지난 연말에 우연히 천비향 약주를 마셔보니 맛과 향이 예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레벨로 올라가, 감동적일 정도의 급으로 맛이 좋아졌더군요. 해서 이번에는 생주(탁주)를 마셔봤는데, 역시나 생주 또한 너무너무 맛있네요. 저 혼자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고, 알만한 주변 분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씀이니, 믿고 꼭 한 번 드셔 보시길 강추합니다.



예전에 마셨던 만강에 비친 달이 부드럽고 달근한 맛이었다면, 이날 마셨던 것은 좀 더 산도도 있고 맛과 향에서 좀 더 개성적인 풍미가 느껴지는 게 좋더군요. 맛거리 사장님께서는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하셨지만, 저는 오히려 이쪽이 더 맘에 들었구요. 아주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백화미인의 특이점은 살균탁주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맛있어요. 흔히들 전통주의 살균주에 대해 맛이 없다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계실 것이나, 일천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살균주와 생주가 맛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살균을 한다고 맛있던 게 맛없어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전통주가 보통 유통기한이 짧아 유통이 힘들고 마트 등에서도 퇴출당하기도 하는데, 살균주는 유통기한이 기니 이런 걱정이 없는 장점이 있구요. 다만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맛좋은 살균주를 만나기가 아직까지는 어렵지 않나 하네요.


살균주 관련해서 특기할만한 사항으로, 아시아나 항공에서 장거리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손님에게 한산 소곡주를 낸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기사 내용을 보면 살균주를 내려는 것 같은데, 아마도 우희열 명인 살균 소곡주가 아닐까 싶구요. 저는 우희열 명인 소곡주를 살균주 생주 모두 마셔봤는데, 둘 다 맛있었고 서로 맛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살균주가 맛이 떨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오히려 생주보다 (맛에 있어서) 나은 점이 있기도...



계속해서 막걸리와 탁주를 마셨습니다만, 마지막은 소주 중에서 감홍로를 골라 봤습니다. 여러 한약재가 들어가나, 이로 인한 복합적인 풍미가 계피향을 중심으로 잘 마무리가 되어, 잡스럽지 않고 강렬한 풍미가 아주 일품입니다. 단맛도 강한 편입니다만 도수도 높고 풍미도 강렬하여, 단 술 별로인 분들도 즐기시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구요. 마지막 마무리로 마시기에 아주 좋네요.


맛거리는 맛있는 우리술을 다양하고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술의 가짓수도 많지만, 단지 종류만 많은 게 아니라 매우 엄선된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고,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안주도 허투루 만드는 게 없는 데다, 짝수로 주문하면 할인이 되는 등 가성비도 매우 훌륭하구요.


강서구 화곡동이라는 위치가 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기에 약간의(어쩌면 좀 많이? ^^;) 걸림돌이 될 텐데, 우리술을 제대로 (그리고 알차게) 드셔 보시고 싶다면, 멀리서라도 부러 찾아오실만한 훌륭한 업소라고 자신합니다.


PS : 인근의 지역 대표급 추천 업소로 커피볶아주는 남자도 훌륭합니다. 멀리서 찾아갔는데 맛거리 한 군데만 들르기 섭하시다면 함 가보셔도 좋을 듯요.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1065

02-2602-9997

월~토 오후 5시~새벽 2시 (새벽 1시 주문 마감)

일요일 휴무

블로그 http://blog.naver.com/makorino1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makorino1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지난주 목요일(7월17일)부터 이번 주 토요일(7월26일)까지 칵테일 위크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행사 기간 동안 칵테일 위크에 참가하는 전국 101개의 바에서, 자신들이 선보이고 싶은 몇 가지 메뉴를 자체적으로 지정하여 20% 할인하고 있는데요. 홍대 나갔다가 홍대에서 바 호핑을 하고 있던 트친님과 우연히 연락이 닿아, 홍대의 유명 칵테일바 중 한 곳인 로빈스 스퀘어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극동방송국 삼거리, 베니건스 건너편 건물 지하에 있습니다. 이 앞을 수없이 지나다녔건만, 들어가 보기는 커녕 간판의 글자를 제대로 읽어본 게 이번이 처음이네요. -_-;



'칵테일 위크 메뉴판 있나요?'하고 여쭤보니 칵테일 위크 전용 메뉴판을 주시네요. 메뉴명 아래에는 들어가는 재료들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마이타이(16,000). 원래 칵테일 위크 메뉴에 넣으시려다가 어른들의 사정으로 빠진 메뉴인데, 마스터님과 어찌어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행분이 주문을 하게 됐네요.(메뉴에 없는 건데 할인도 해주시고. ^^;) 근데 카메라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이 좀 엉망...


맛은 '이게 마이타이 맞기는 한데, 마이타이 맞나? 우헬헬. 맛있어, 맛있는데 마이타이에서 이런 맛이 나도 되나?' 싶은, (라가불린이 들어가서) 맛있는데 재밌는 맛이 납니다. ^^;



제가 주문한 더치 마티니(12,000). 사실 처음에는 제가 위의 것을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더치 커피가 들어간 마티니라고 하셔서 맛봐야겠다는 생각에 제가 먹게 됐네요.(이건 사진이 더 엉망... ㅠㅠ) 커피가 들어간 마티니는 에스프레소 마티니가 일반적인데, 특이하게 더치 커피를 사용하기도 하셨고, 더티 마티니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오는 재미도 생각하신 이름이 아닐까 생각이...


맛은... 맛있는데 제 입에는 너무 커피스러운 느낌이 지배적이지 않나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지나면서 술맛이 좀 더 돌출되기는 했습니다만. 일행은 먹어보고 아주 맛있다고. 문제는 제게 맛있는 커피를 먹는 건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



마지막으로 진저 릴리(13,000). 제가 술을 잘 못 하고 전작이 있었던 터라 일행만 한 잔 더 주문했네요. 마스터께서 모히토 비슷하지 않냐는 말씀(걱정?)을 하시는데, 확실히 '모히또 + 생강'스러운 뉘앙스가 지배적이긴 합니다만, 맛있으면 다 좋은... ^^; 특이한점은 복합적인 향미를 위해 빨대 안에 레몬글라스를 넣어서 주시더라는. 빨대 두 개를 꽂아주시는데, 레몬글라스가 들어간 빨대와 안 들어간 빨대가 있으니 둘의 맛을 비교하면서 먹을 수도 있겠구요.


칵테일 위크는 이번 주 토요일까지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기회에 칵테일 한잔 해보시죠. ^^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7-1 지하1층

02-6085-6421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robinssquare

오후 6시30분~새벽 5시

연중무휴


시작은 리틀 앨리캣. 블로그페이스북에 각종 이벤트 및 맥주 리스트 등이 올라오니 참고하시고.



ROGUE 브루어리의 블랙 IPA(이름은 기억 안 남), 스컬핀, 스컬핀 하바네로를 마셨다. 가격은 1만~1만2천 정도 였던 듯.


블랙 IPA는 뭔가 이도 저도 아닌 맛이라는 느낌이었고, 스컬핀은 스컬핀이니까 맛있고. 스컬핀 하바네로는 마실 때는 스컬핀인데, 마시고 나서 식도에서 불이 올라온다.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일행 중 평소에 초밥에 와사비 엄청 올려 먹는 분에게 추천했는데, 코가 뻥 뚫리는 느낌과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느낌은 완전 다른지라 잘 맞지 않았던 듯. -_-; 개인적인 소감으로도 벌칙 게임 같은 용도로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 디진다 돈까스라든가 신길동 매운짬뽕 같은 거 즐겨 드시는 분들이 드시면 어떨지 궁금한데, 주변에 그런 인물이 없는지라.


근데 스컬핀 하바네로 드신 분이 입가심으로 밀맥주를 한 잔 시켜 드셨는데, 그게 참 맛있더라는. 근데 이름이... 전용잔도 아니라서 사진도 안 찍었고...(사진은 역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찍어놔야...)





다음은 지난 5월에 오픈한 홍대 맥파이. 아시겠지만 이태원의 유명 자가제조 맥주집의 홍대점이고.



자가제조 맥주는 페일 에일과 포터를 팔고 다른 게스트 맥주도 파는데, 메뉴판에 자가제조 맥주가 페일 에일만 있길래 포터가 떨어졌나 하고 페일 에일(5,000) 주문. 맛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있는데, 확실히 예전에 이태원서 마신 그 맛이 아니더라는. 예전에는 뛰어나다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평범한 맛. 다른 시기에 방문한 지인에게도 별로라는 말을 들어 이날만 그랬던 것 같지는 않고. 직접 생산하는 양조장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어떻게 안 되려나.(현재는 카브루와 세븐브로이에서 위탁 생산을 하고 있음)


그건 그렇고, 주문 및 계산을 카운터에서 하게 되어 있어서, 어느 자리의 손님이 뭘 주문했는지가 직원들에게 명확히 인식되지가 않는 듯. 주문은 셀프인데 음식은 테이블로 가져다주니, 손님이 주문하면서 "저쪽 테이블에 맥주 세 잔, 피자 한 판 주세요."라고 하면 그 테이블이 어느 테이블인지 헛갈리는 것. 그래서 우리가 주문한 페퍼로니 피자(11,000)도 직원이 다른 테이블에 내려놨다 다시 뺏다가 하면서 어찌할지 모르고 있는 걸 눈치까고 강제 소환해서 먹었다는. 맛은 괜찮았는데. 그러니까 맥주와 어울리는 미국스러운 맛이랄까.





마지막으로 퀸즈 헤드. 수원 영통에서 (아마도) 2003년부터 자가제조 맥주를 만들고 있는 곳으로, 수원에도 가게가 있고, 홍대점도 오픈한지 꽤 됐고.



바이젠(5,000)과 둥클레스(5,500)를 주문.(사진은 바이젠) 퀸즈 헤드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자가제조하는 세 가지 맥주(필스너, 바이젠, 둥클레스)에 한하는데, 맥주를 주문하기 전에 시음을 요청하면 맛배기로 작은 잔에 세 가지 맥주를 가져다준다.(무료) 오랜 세월을 영업해온 잔뼈가 굵은 업소답게 맥주 맛도 괜찮은 편.



통삼겹살 바베큐(19,000). 이전에 몇 번 방문은 했어도 안주는 처음 시켜보는데, 안주가 몹시 제대로다. 술집 안주가 아니라 레스토랑 메뉴에 비견하는 수준. 통삼겹살도 맛있고, 가니시로 나온 야채나 감자도 다 맛있다. 옥에 티라면 찍어 먹으라고 나온 소스가 좀... 어지간한 레스토랑에 맛도 뒤지지 않고, 테이블도 넓고, 좌석 간격도 널널하니, 소개팅이나 데이트할 때도(기념일만 아니라면) 괜찮을 것 같다.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2월 18일, 상수역 부근의 막걸리펍 무명집에서 막걸리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무명집은 예전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막걸리도 좋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안주가 맛있어서 살짝 놀라기도 했던 집입니다. 

가게 한쪽 벽에 보면 “설탕/물엿 대신 전남 벌교 유기농 매실 원액을 사용하며, 인공감미료를 최소화하면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처음 마신 술은 천안 입장주조의 연미주. 막걸리 시음회에 왔는데 청주로 시작을 하네요. 사장님께서 웃으며 식전주라는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확실히 부드럽고 깔끔하면서 산미가 살짝 도는 것이 식전주로 마시기 적합한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한약재가 들어간 술은, 부재료로 작용해야 할 한약재가 자기주장을 넘 강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미주는 맛과 풍미를 더하는 정도로만 넣으셔서 은은한 향도 맛도 좋은 술이네요.


이제 입장 탁주로 본격적인 막걸리 시음을 시작합니다. 마셔보니 주당들이 좋아할 만한 술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벌컥벌컥 마셨을 때 목 넘김이 기분 좋게 다가오는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날 마신 술이 유통기한이 상당히(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대략 열흘인가 보름인가) 지난 술이었음에도 맛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는 거죠. 보통 막걸리의 유통기한이 10일 정도이고, 입장 탁주의 유통기한은 29일로 꽤 긴 편인데 그 유통기한을 넘어서도 맛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날 동석하신 분 얘기로는 입장 탁주 한 짝(30병)을 석 달에 걸쳐 먹었는데 맛에 지장이 없더라는 말씀도.(물론 냉장보관은 잘해야겠죠)

어째서 유통기한이 이렇게 길고 심지어 실제 상미기간은 더욱더 긴 것인지에 대해서, 입장 탁주는 무증자 생쌀발효(쉽게 말해서 찌지 않은 생쌀로 만들었다는 얘기)로 만든 술이라서 그렇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쌀(쌀가루)을 익혀서 발효시켜 만드는데, 무증자 생쌀발표는 익히지 않은 생쌀로 술을 만드는 거죠. 널리 알려진 생쌀발효 막걸리로는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국순당의 우국생이 있는데, 느린마을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10일 우국생은 한 달이군요. 우국생은 발효제어기술로 유통기한을 늘렸다는데, 실제로는 60~70일에서 최대 90일까지 가능하나 법적으로 막걸리에 표시할 수 있는 유통기한의 최대치가 30일로 정해져 있어 30일로 표시한다고 하네요.(물론 생막걸리에 한해서. 멸균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6개월에서 1년씩 되죠.)

입장 탁주도 우국생과 비슷한 경우라고 하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같은 생쌀발효 막걸리면서도 어째서 느린마을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10일인지, 우국생의 발효제어기술이라는 것이 실재하는 것인지(또는 '기술'이라고 할만한 스페셜한 무엇인지) 등의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맛은 느린마을 막걸리나 우국생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습니다만. 느린마을 막걸리는 처음에는 맛이 괜찮았는데 요즘에는 맛이 변했다든가, 맛이 그때그때 다르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적어도 제가 최근에 먹어봤을 때는 대략... -_-;)


인사도 하고 건배도 하고 하는 사이에 모듬전이 나왔습니다(1만 8천 원). 두부부침을 먼저 맛봤는데 두부 맛도 좋고 조리솜씨도 훌륭하셔서 감탄을. 녹두전과 고기완자도 아주 맛있었구요. 공덕동 전집들이나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 있는 전집들과는 퀄리티가 비교불가네요.(당연히 이쪽이 위)


반반전(1만 8천 원). 해물파전과 김치전을 반반씩 부쳐내는 아이디어 메뉴네요. 피자에서의 하프앤하프 같은 발상이 좋군요. 그런데 맛은 모듬전에 비하면 조금 평범하네요.


드디어 문제의 송명섭 막걸리(500ml 6천 원, 1리터 1만 원). 막걸리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술입니다만, 그만큼 말도 많고 탈고 많다고나 할까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직접 마셔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맛에 대해서는 흔히 달지 않다고들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직접 먹어보니 그 이상이더군요. 적어도 이날 제가 느낀 송명섭 막걸리의 맛은 오미가 실종된 맛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에 하나 더해서 떫은맛까지도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맛을 굳이 말하자면 쌀가루를 물에 개어놓으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을 그런 맛이었달까요.

무명집 사장님께서도 송명섭 막걸리의 맛을 이해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고 하시며, 오픈한지 꽤 된 지금까지도 송명섭 막걸리를 주문하는 손님이 있으면 엔간한 단골 아니면 계속해서 신경도 쓰이고 걱정도 되고 하신다는 말씀을. 막걸리 좀 드셨다는 분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막걸리 중 하나로 회자되는 술입니다만, 막걸리집 주인이 이해하는 데 두 달 걸린 술을 술도 잘 못 마시는 제가 이해할 날이 올지 자신이 없어지더군요.

 
새로운 안주가 등장합니다. 남도젓갈 백김치 세트(2만 3천 원). 낙지젓, 어리굴젓, 조개젓이 백김치, 야채, 쌈장과 함께 나옵니다. 젓갈과 백김치는 주방에서 직접 담그신다고. 시중에서 파는 젓갈처럼 과하게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건강한 맛이 느껴집니다. 근데 사실 제일 맛있었던 건 쌈장(...). 그래서 쌈장을 전에 발라서 먹었어요... 맛있게도 얌얌.


이번에는 맛과 특이성(?)을 겸비한 막걸리로 유명한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나왔습니다(1리터 2만 원). 개봉 시의 임팩트가 대단한데, 사진으로는 충분한 전달이 어렵기에 동영상 촬영을 해봤네요. ^^



뚜껑을 개봉하는 순간 천연탄산이 끓어오르며, 솟아오르는 기포들이 바닥의 침전물을 윗물과 섞어줍니다. 처음부터 뚜껑을 완전히 열었다가는 샴페인 흔들고 땄을 때 마냥 술이 흘러넘칠 수 있으니 마개를 적절히 돌려가며 가스를 빼주면서 열어야 하죠. 무명집에서는 주문이 들어오면 사장님께서 직접 따주신다고 하네요. 이날은 사장님께서 따시진 않고 동석한 분 중 경험 많은 분이 계셔서 사고 없이 무사히 개봉을 마쳤습니다.


맛을 보니 상큼한 과일 향과 자연스러운 산미, 고급스러운 단맛이 고급 막걸리란 어떤 것인가를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네요. 천연탄산이 가져다주는 청량감 또한 좋은 느낌을 더해주는데, 이게 올리고당을 잔뜩 집어넣어 억지로 만들어낸(당이 발효되면서 알코올과 탄산으로 분해) 싸구려 막걸리의 과한 탄산 느낌이 아닌, 마치 샴페인의 기포와도 같이 은은하면서 자연스러운 청량감이 느껴지는 게 좋더군요. 이날 먹은 막걸리 중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사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시음 리스트에 없던 물건이었는데, 현장 분위기가 좋다 보니 참석하신 분 중 한 분이 자비로 한 병을 쏘셨습니다. 협찬해주신 박xx 님께 무한 감사를... 덕분에 최고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


드디어 막걸리 안주계의 대마왕 홍어삼합이 등장(2만 3천 원). 대중적으로 맞추기 위해 홍어를 많이 삭히지는 않으셨다고 하는데... 서울서 곱게 자란(^^;) 저로서는 이것도 먹기가 쉽지 않더군요. ㅠㅠ (아아... 사진만 봐도 그때 그 냄새가 코로 올라오는 기분... ㅠㅠ) 반면에 전라도쪽 분들은 냄새가 제대로 안 난다는 코멘트를... 삼겹살 수육은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아주 좋았네요.


이번에는 자희향 탁주를 개봉해 봅니다(500ml 1만 5천 원). 자희향은 앞서 마셨던 복순도가 손막걸리와 더불어 고급 막걸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술 중 하나인데요. 과일 향과 산미, 단맛 등 복순도가 손막걸리의 그것과 유사한 특징이 있습니다만, 도수가 12도인 만큼 좀 더 단맛도 강하고 보다 끈적한 느낌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12도의 원주를 희석해서 도수를 6도로 만드는데, 자희향은 희석하지 않은 원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농도가 더 진하다 보니 이런 느낌이 드는 거죠.

다만,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완성형이라는 느낌이라면 자희향 탁주는 맛이 살짝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들어 근소한 차로 이날의 2위로 밀려 버렸네요. 하지만 이날 먹은 자희향은 바로 올라온 새 술이었고, 제가 예전에 자희향 탁주를 먹어본 바로는 좀 더 냉장 숙성시키면 잡미와 산미가 줄어들고 마치 우유 같은 맛이 나면서 맛에 깊이가 생기더군요.(어느 분의 시음기를 보니 숙성시키면 요거트 맛이 난다는 얘기도) 자희향의 유통기한은 한 달이고 저는 보름 좀 넘게 숙성시켜서 먹었는데요, 이렇게 숙성시킨 자희향이라면 복순도가 손막걸리와 자웅을 겨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안주는 연어 샐러드(1만 8천 원). 막걸리와 샐러드가 어울릴까 하는 생각들 하시겠지만, 저질 막걸리가 아닌 제대로 된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가벼운 안주로 나쁘지 않더군요.


무명집 사장님께서 발굴(?)해서 밀고 계시다는 대대포 막걸리(500ml 6천 원, 1리터 1만 원). 잘 알려지지 않은 막걸리였는데, 무명집 사장님께서 맛을 보고 가게 주력상품으로 삼았다고 하시네요. 친분이 있는 타 막걸리집에도 적극 추천하셔서 지금은 취급점이 여럿 생겼다고 합니다.

맛을 보니 벌꿀이 들어가서 그런지 복합적인 단맛이 나네요. 물론 그 단맛이라는 게 올리고당이랑 아스파탐 이빠이 넣어서 만드는 그런 막걸리들과는 다른 기분 좋은 단맛이구요. 장수 막걸리에서 제대로 된 막걸리로 갓 넘어오려는 초보들에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대중성과 수준을 겸비했달까 대략 그런 느낌이네요.


차돌박이 버섯잡채(1만 5천 원). 잡채라기보다는 차돌박이 버섯 야채볶음이랄까요. 버섯도 야채도 좋아하기에 맛있게 잘 먹었네요. 당면이 넘 조금 들어있는 게 약간 불만이었지만요. ^^; 


마지막으로 마신 술은 아리랑 흑미주였네요(500ml 5천 원, 1리터 8천 원). 개인적으로 흑미가 들어간 술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흑미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그게 술로 만들었을 때 그닥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아서 말이죠. 아리랑 흑미주는 전에 먹어본 적이 있는데, 역시나 그런 향이 나서 별로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이날 먹었을 때는 향이 별로 느껴지지가 않았는데, 술을 많이 마신 끝에 감각이 무뎌진 건지, 아님 숙성이라든가 출하 후 먹은 날짜에 원인이 있는 건지 여하간 그래서 맛이 괜찮았네요. ^^;

이렇게 시음회가 끝이 났습니다. 훌륭한 막걸리와 맛난 안주들 다 너무 좋았구요. 좋은 분들과 함께 막걸리에 대해 나눈 대화들 넘 즐거웠습니다. ^^ 이번 막걸리 시음회는 무명집 사장님 블로그에서 선착순으로 신청받는 걸 우연히 보고 참가하게 됐구요. 추후에도 시음회가 있을 예정이라시니 참가 원하시는 분은 가끔 블로그 들러보시면 좋겠네요.


 본 시음회는 무료로 진행되었습니다만, 이와는 별개로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연미주와 입장 탁주는 시음회를 한 시점에서 무명집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았기에 가격 표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식음료 분야 중 가장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칵테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칵테일은 작업용 술이고 칵테일바는 쇼 보러 가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으레 와인이나 위스키, 사케 같은 것들을 찾기 마련이고, 미식으로 유명한 블로그에서도 칵테일에 대한 포스팅을 보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죠. 대형 포탈의 카페에서 '바'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본적은 있지만, 아무래도 카페라는 곳이 폐쇄적이다보니 별로 눈에 띄지가 않구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해서 먹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맛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 칵테일의 현주소라고 봐야겠죠.

이런 와중에도 맛있는 칵테일을 한다는 몇몇 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 머나먼 강남에 위치한 고로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더군요.

그러던 중 홍대의 'd.still'이 맛있는 칵테일을 내는 최고의 업장 중 한 곳이라 하여 찾아가 보았습니다. 원래는 청담에 계시다가 홍대로 이전을 하셨다는데요. 이제 홍대로 오신지 1년 정도 되셨다는.


까이피리냐(1만원). 브라질의 국민 음료로 알려져있는 칵테일입니다. 사진이 끝내주게 조악하군요. 마음의 눈으로 필터링해서 보시길. -_-;

까이피리냐가 어떤 술인지와 만드는 법은 Juan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를 보시면 자세히 나와있으니 살펴들 보시구요.(다만 이 블로그에 한 가지 오류가 있는데, 레몬이 아니라 라임이 들어가죠. 착각하신 듯.)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빨대를 두 개 꽂아서 주시는데요. 자잘한 얼음이 들어가는 칵테일의 경우 마시다가 빨대가 얼음으로 막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빨대를 여분으로 하나 더 꽂아준다고 합니다. 커플놀이 하라고 그렇게 주시는게 아니라는 거. -_-;

맛은 좋았습니다. 칵테일 잘 만드신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제가 좀 멍청하게 먹는 바람에 제 맛을 느끼질 못했어요. 빨대로 음료를 마실 때 빨대를 음료 윗부분에 놓고 마시는 버릇이 있는데, 까이피리냐는 바닥에 설탕이 가라앉아 있거든요. 때문에 좀 더 저어서 설탕을 섞거나, 빨대를 아래로 넣어서 설탕이 함께 빨려올라오게 먹었어야 했는데, 얼음 들어간 칵테일을 많이 휘저으면 맛이 흐려지기 때문에 일부러 별로 젓지 않고 먹는 습관까지 있어서...(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얼음 들어간 칵테일을 먹을 때 습관적으로 계속 젓고는 하죠. 그래서 한 번은 심하게 젓는 친구 손을 스톱시킨 적도 있다는. -_-;)

결국 수위가 바닥까지 내려와서야 이걸 깨달은 저는 공부가 부족함을 다시 한 번 통감하고...

그런데 일행이 시킨 마가리타(d.still 마가리타. 11,000원)를 한 입 먹어보니, 이건 정말 맛있더군요. 굉장히 입체적이면서 다양한 맛이 나는데, 말하자면 한 번에 네다섯 가지 맛의 파노라마가 좌악 펼쳐지는 그런 느낌. 일류의 칵테일이란 이런 걸까요. 이렇게 제 우물의 벽을 깨뜨리며 조금씩 넓혀가는 일은 언제나 참 즐겁습니다.

사실 d.still은 밖에서 봤을 때는 약간 썰렁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인테리어를 미니멀하게 절제하셔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 안에 들어가보면 아늑하고 심플한 공간에 힙한 음악이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그리고 영업방침이 좀 특이해요. 메뉴에 없는 칵테일은 판매하지 않고(치밀하게 계산된 레시피로 칵테일을 만들기 때문에), 기본안주 외의 안주 메뉴가 없습니다(칵테일 개발과 제조에 집중). 대신 손님이 음식을 업장에 반입해서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물론 지나치게 비매너스러운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는 건 좀 곤란하겠습니다만.

메뉴나 가격 등은 d.still 블로그를 참조하시구요. d.still이 모히토 잘 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만, 그 외의 메뉴들도 다양하게 시도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보통 유명하고 많이 팔리는 메뉴와 가장 맛있는 메뉴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d.still에는 숨겨진 보석같은 훌륭한 칵테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거든요. ^^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 포스팅은 사진 촬영 후 1개월 이내에 기재되었습니다. 


02-337-7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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