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째서 무엇을 맛있다 느끼고 무엇을 맛없다 느끼는가.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과 정보는 너무나도 많이 접할 수 있다. 다양한 요리책과 최신 레시피, 새로운 요리 기법과 조리 이론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렇게 만든 음식이 어째서 맛있어지는가, 어째서 맛있게 느껴지는가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다. 단지 노력과 정성으로 음식이 맛있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데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 책이 그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의 조리법에 대해 시중에서 쓰는 노력과 정성 운운하는 표현은, 그저 만드는 사람의 자기만족-또는 장삿속-에 불과한 것을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음식의 맛은 그에 합당한 노력과 정성을 기울일 때 좋아지는 법이다.)


책의 내용에 의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혀를 통해 맛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혀를 통해 느끼는 맛은 다섯 가지에 불과하며(상식으로 알고 있을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실제 맛을 느끼는 데는 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밖의 촉감 식감 온도 등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어느 정도는 알려진 바이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이론적 과학적 근거, 구체적인 예시와 설명이 들어있다는 게 이 책이 갖는 의의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향이 느껴지는 원리에 대한 부분에 조금 지나치게 깊은 내용과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 읽기에 좀 피로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책 4장에서 7장까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식품화학은 물론, 진화유전학에 뇌과학까지 동원해가며 향에 대한 내용에 치중하고 있는데, 모종의 집념이 느껴질 정도.(자신의 전공분야라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을 것도 같지만서도)


또한 저자가 식품 관련 저술을 하게 된 계기가, TV 등에서 잘못된 음식 상식과 지식을 남발하며 음식(특히 가공식품과 첨가물)에 대해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된 터라, 그러한 잘못된 지식과 그러한 것들을 팔아먹는 장사치들에 대한 억하심정이 책 곳곳에 드러나는 것이 읽기에 조금 거슬릴 수도 있겠다.(한편으로는 가공식품과 첨가물을 옹호하는 태도와 이론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본인도 이러한 부분이 좀 거슬리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것이 전문분야인 만큼 세상의 몰이해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니. 사실 본인도 수시로 일어나는 음식 맛이나 맛집에 대한 허튼소리에 대해 못견뎌하고 한마디씩 하곤 하니까.)


책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보자면


설탕은 혀에 감지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대신 단맛이 오래간다. 이에 비해 과당의 단맛은 빠르고 강력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재빨리 사라진다. 그리고 물엿은 단맛이 느리고 약하게 감지되지만, 단맛의 지속력은 길다.


MGS 1g이면 고기 200g에 해당하는 감칠맛을 얻을 수 있다.


아미노산계인 MGS(글루탐산)와 핵산계인 IMP(이노신산)와 GMP(구아닐산)가 만나면 훨씬 강한 감칠맛을 가진다. 다시다에 멸치나 버섯을 넣으면 다시다 한 가지를 넣을 때보다 몇 배나 감칠맛이 증가하는 것이다.(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글루탐산은 고기에, 이노신산은 말린 생선, 구아닐산은 버섯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대체로 온도가 상승하면 단맛은 증가(과당 제외)하고 쓴맛은 감소한다. 요리의 맛을 결정하는데 기본이 되는 맛은 짠맛이며 온도에 따라 가장 크게 변화한다. 짠맛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약해지고, 식으면 강하게 느껴진다.


맛은 안와전두피질에 후각, 미각, 청각, 시각이 합해져 느껴지는 감각으로, 뇌의 기능 중 가장 다중감각적인 현상이다. 뇌는 모든 감각에 직간접적인 영향의 결과로 이 음식물의 맛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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