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아이즈(ize)에 수요미식회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수요미식회]는 좋은 식당을 고르고 있을까? by 미식의 별
스스로 맛집 소개 프로임을 부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기능하고 있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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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ze magazine (@izemag) September 9, 2015
지난 9월 9일에 올라온 글인데, 평소 수요미식회를 즐겨 보지 않다 보니 방송을 보고 글을 쓰느라 원고 쓸 시간이 좀 부족하더군요. 해서 생각의 편린들이 정밀하게 접합되지는 않은 상태에서 원고를 넘긴 듯한 찜찜함에, 이미 올라간 원고를 다시 한 번 손을 봤네요.
한 번 비교해서 읽어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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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는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을까?
tvN[수요미식회]는 재미있다. 매주 바뀌는 주제(음식)에 대해 수준 높은 지식과 담론이 오가며, 아는 얘기가 나오면 공감하는 재미가 있고, 모르는 지식이 나오면 배우는 재미가 있다. 일반인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입맛과 수준의 패널들을 통해, 해당 음식과 식당을 다양한 눈높이로 검증하는 것도 재미있다. 의견이 나뉘는 게 해당 식당을 더 궁금하게 하고, 음식을 더 먹고 싶게 만든다. 방송에 나온 가게는 어디든 줄과 예약이 대폭 늘어나고, 모든 패널들이 맛있다 칭찬하는 곳은 그것이 더더욱 극심해진다. 비록 [수요미식회] 스스로 맛집 소개 프로임을 부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기능하고 있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개되는 식당에 줄을 서게 만드는 [수요미식회]의 식당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요미식회]가 ‘문 닫기 전에 꼭 가야 할 집’으로 꼽는 식당의 선정 기준은 ‘원조 노포 – 식당의 역사가 그 음식의 역사가 된 집’ 또는 ‘맛이나 서비스, 분위기로 전국구적인 명성을 떨친 식당’이다. 이 기준으로 [수요미식회]와 자문단이 식당을 선정한다. [수요미식회] 14회에서는 선정 기준이 ‘맛’은 아니며, 해당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식당을 선정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의 오래된 맛집은 부동산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산일보에 ‘부산의 노포’를 연재했던 맛칼럼니스트 박상현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가게’라고 하면 맛의 비법 같은 걸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아니에요. 부동산이에요. 가게 건물이 자기 거냐 아니냐의 문제인 거죠. 똑같은 시기에 시작해서 사라진 가게 중에 더 맛있는 집도 많았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산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한국의 맛집이 대부분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원조 노포 – 식당의 역사가 그 음식의 역사가 된 집’에는 어떤 의미를 얼마나 두어야 할까?
[수요미식회]의 또 다른 식당 선정 기준인 ‘맛이나 서비스, 분위기로 전국구적인 명성을 떨친 식당’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유명한 식당보다 맛이나 서비스, 분위기가 더 좋은 가게가 있다면 [수요미식회]의 식당 선정에는 포함되지가 않는 걸까? [수요미식회]는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맛집을 검증한다. 그렇다면 오래되거나 유명한 가게의 맛, 서비스, 분위기를 검증하는 것만큼이나, 오래되지도 않았고 유명하지도 않지만 그런 곳들에 비견할 정도로 맛, 서비스, 분위기가 좋은 가게를 찾아서 검증하는 것 또한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이 아닐까? 아니, 존속에 별 문제가 없는 전자의 가게들에 비해, 미래가 불투명한 후자의 가게들을 검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은 아닐까? 해당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꼭 오래되거나 유명한 가게를 ‘문 닫기 전에 꼭 가야 할 집’으로 선정해야만 가능한 걸까?
[수요미식회]의 기준으로는 이미 알려진 유명한 식당을 선정할 수밖에 없고, 개중에는 이미 바쁘거나 줄 서서 먹는 가게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방송 출연 후에는 더 늘어난 줄과 예약 때문에 몸살을 앓는 곳도 많다. 수요미식회의 이길수 PD가 YES24와 했던 인터뷰를 보면, 더 바빠지기를 원치 않아 방송 출연을 거부하는데도 촬영을 하고 방송을 내보내는 가게도 있다 1. 그런데 어떤 가게들은 방송 후에 바쁘기만 하고 매출은 더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음료도 술도 주문 않고 저렴한 메뉴만 먹고 가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얘기다. 때문에 단골집을 잃었음에 분노하는 사람, 손님이 너무 몰려서 맛을 유지하지 못함을 슬퍼하는 사람, 손님이 빠진 후에도 맛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렇다면 [수요미식회]는 매 회 시작과 함께 외치는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모토를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수요미식회] 시청자들에게 한정한다면, [수요미식회]는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송 자체는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까지 하다.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음식 이야기와 정보를 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식당의 선정과 그로 인해 파급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그 과에 대해 [수요미식회]에만 책임을 오롯이 전가할 일은 아닐 것이다. 맛집에 대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에 비해, 맛집을 제대로 다루는 콘텐츠가 별로 없는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성장통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글. 미식의 별(음식 블로거)
- 최근 모처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가게의 허락을 받지 않고 방송을 내보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촬영 협조와 방송 여부는 별개라는 얘기. 이길수 PD의 인터뷰 내용 중 "식당에서 너무 심각하게 출연을 거절하셔서 어쩔 수 없이 방송에서 소개하지 못했던 적도 있어요."라고도 하니, 촬영 협조는 물론 방송 허락도 얻지 못한 경우도 있는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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