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행정구역상으로 종로구이기는 한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종로라고 인식하는 곳과는 많이 떨어져 있고, 지하철역과도 거리가 있으며, 큰 길에서 안 보이는 것은 물론 지나가면서 우연히는 들를 수 없는 곳에 위치한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가는 그런 곳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곳이라고나 할까.



오래간만에 갔더니 엄청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고 진하게 커피를 내려주신다. 커피 마실 생각에 사진을 급하게 대충 찍었더니 초점은 테이블에 가 있고... 한입 마셔보니 유달리 더 진하게 주신 듯. 보통 사람들한테는 사약×2 정도... 맛있지만 아무나 먹을 수는 없는 그런 커피.



이건 융드립으로 조금 내려주신 것. 역시 사진 초점은 테이블에... 맛은 이쪽이 훨씬 연했고...


커피와 쟁이 사장님은 부드럽고 친절한 스타일은 아니니, 커피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물어보거나 할 생각은 접고 걍 커피나 마시면서 일행과 담소 나누시길 추천.(최소한 얼굴 도장 몇 번 찍은 다음이라면 또 모를까) 사장님이 까칠하다고 여기 싫어하는 사람도 꽤 있는데, 오천원짜리 커피 마시면서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지나치게 당연시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지.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오늘도 손님들의 수준 낮고 무의미한 질문에 시달리는 수많은 커피업 종사자 여러분께 묵념)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2가 7-22

02-723-6067
일요일 휴무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홍대 바닥에 커피 파는 곳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다지만 밤 11시 넘어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거기다 맛까지 따지자면 갈만한 곳은 과연...


이런 질문과 필요에 부응하는 곳이 바로 합정동의 3高(쓰리고). 새벽 2시인가까지 하는데 가끔 손님이 없으면 일찍(이라고 해도 최소 12시는 넘긴다) 닫기도 하신다지만 밤늦게 갈 데라곤 근처에 여기밖에 없으니 사람들이 알아서 늦은 시간에 찾아온다.(커피 말고 다른 음료도 있고 식사류도 팔고 하니)


합정동이 어째서 홍대 바닥이냐 따지는 분이 계실지 몰라도 홍대 외곽의 상수, 연남, 합정, 당인리발전소를 잇는 라인은 이미 범 홍대권이 된 지 오래.



이날 마신 커피는 탄자니아 AA (5,500원). 주문할 때 취향에 따라 농도를 조절해준다. 연하게 보통 진하게. 전에 보통으로 함 먹어봤는데 내가 원하는 보통보다 연한 듯해서 그 담부터는 무조건 진하게로 주문.


오랜만에 갔더니 예전에 느껴졌던 조금 텁텁한 뒷맛이 없어지고 맛이 더 깔끔해졌다. 커피맛 레벨 업.


한 잔 다 마시고 나면 브랜드 커피로 리필해주시니 참고하시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일본인? 교포? 어쨌든 사장님과 안면이 있는 일본어를 쓰는 손님이 들어와서는 교토에 갔다 왔다며 오미야게야츠하시를 내놓는다. 사장님께서 손님들과 나눠 먹어도 되겠냐고 하시니 괜찮다고. 그래서 옆에 있다가 하나 얻어먹었다. 야츠하시는 굽지 않은 나마 야츠하시와 구운 야끼 야츠하시가 있는데, 이것은 나마 야츠하시.



야츠하시의 식감은 찹쌀떡의 쫄깃함을 줄인 듯한 부드러우면서 졸깃한 그런 느낌이다. 찹쌀떡이 약간 억센 느낌이라면 야츠하시는 조금 우아한 느낌이랄까. 야츠하시는 고명이라든가 종류도 다양한데, 이것은 팥 소가 들어간 기본 제품.(인 듯한데 뭔가 팥 소의 맛이 미묘. 뭔가 섞었나? 아님 고급 설탕을 써서? 어쨌든 맛있었다.) 역시 나는 먹을 복이 있는 걸까.(근데 뭐 나처럼 많이 먹으러 돌아다니면 먹을 복의 확률이 아무래도 높아지긴 하겠지. 이날도 친구들은 2차 파하고 집에 갔는데 혼자 3차 간 거잖아...)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9-14

02-332-6040

일요일 휴무

딴딴면, 쏼라펀, 미펀을 오픈 기념으로 2천9백 원에 판다고 해서 함 가봤습니다.
(현재는 3천5백 원으로 인상. 2012/06/21)


식권 자판기에서 셀프로 식권을 구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메뉴는 단출하게 딱 세 가지. 24시간 영업하구요.



오픈특가 2천9백 원인데, 언제까지 이 가격에 판매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를 개조해서 주방으로 쓰고 있습니다. 비슷한 컨셉의 가게로 카페 호호미욜이 유명하죠.



마이크로버스 한 대는 개조해서 식사공간으로 쓰고 있네요. 해서 가게 안에 버스 두 대가 있습니다.


걍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모두 셀프라고 생각하심 될 듯.


테이블마다 이런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물이 나옵니다.


주문한 탄탄면이 나왔습니다. 자판기로 뽑은 쿠폰에 번호가 있는데, 종업원이 그 번호를 호명하면 손님이 알아서 주방 버스로 가서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가 먹습니다.


면빨도 먹을만하고 적당히 매운 국물도 괜찮습니다만 마늘맛의 압박이 너무 심하네요. 마법의 가루가 들어가긴 했을 텐데 마늘맛에 가려서 긴가민하 하는 느낌마저... 2천9백 원 주고 먹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정가가 얼마일지가 문제겠죠.

천하제일은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음식 맛도 대중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음식이 조금씩 현지화 내지는 마이너체인지가 되어있기 때문에 외국서 먹은 그 맛을 찾는 분들에게는 부족한 느낌이 들 수 있겠습니다만.(그중에서도 미펀이 가장 싱크로율이 떨어지는 듯) 문제는 정가가 얼마가 될지 하는 것인데 맥시멈 4천 원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뭐 모르죠... 그밖에 공깃밥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구요. 다른 추가메뉴는 주방 환경상 만들기 힘들 것 같고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네요. 일단 2천9백 원 할 때 한 번들 가보시죠. 기대치는 좀 낮추시구요.

위치는 상상마당 끼고 우회전해서 새마을식당 옆, 하하가 운영하는 팔자막창 맞은편이네요.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2년 4월 12일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케이크가 괜찮은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방문한 동교동의 카페 이미. 제목에 홍대라고 써놓긴 했지만 홍대 역 기준으로 홍대 쪽이 아닌 반대쪽의 동교동에 위치한 곳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골목에 살짝 숨어 있습니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카리타 1인용 금속제 드리퍼로 내려주시네요. 핸드드립 커피 가격은 5천~6천 원 사이.(스페셜티 커피는 6천5백 원)


주문한 케이크와 함께 커피를 예쁘게 세팅해서 내주시네요. 커피 옆에 놓인, 거즈로 싸여있는 케이크는 크레메 당쥬(4천5백 원).


가열을 해서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서 세균 접촉을 막기 위해 멸균 거즈로 싸놓으신다고 하네요. 부드러운 치즈 층 아래에는 라즈베리 콤포트가 들어있구요. 달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맛이 좋군요.


핸드드립 커피가 두 잔 다 맛이 괜찮습니다.(각각 다른 걸로 주문) 맛이 강하거나 모나지 않으면서 수준급의 핸드드립 커피를 내는군요. 아마도 핸드드립 초심자부터 중급자 이상까지 두루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크고 아름답고 검은 케이크는 쇼콜라 크로캉(5천 원).


케이크 안에 씹히는 조그마한 크런치 조각들이 들어있는 초코무스 케이크인데요. 크런치가 딱딱하고 찔겨서 맛이나 식감에 별로 도움이 안 되더군요. 그리고 달고 진한 맛의 케이크인 데 비해서 사이즈가 좀 큽니다. 둘이서 하나 먹어야 정량이 될 것 같은데, 일행이 손을 별로 안 댄 상태에서 볼일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난지라 혼자 먹느라 힘들었네요. 크런치를 좀 개선하거나 아예 빼주셔도 무방할 것 같고, 사이즈도 좀 줄이셔도 괜찮을 듯.


아메리카노를 한 잔 리필해주신 덕분에 쇼콜라 크로캉을 다 먹을 수 있었네요. 근데 아메리카노는 핸드드립 커피에 비해서는 별 감흥이 느껴지질 않는군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유 들어간 베레이션 커피 드실 게 아니라면, 아메리카노 보다는 핸드드립을 드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전체적으로 수준급의 핸드드립 커피와 맛있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좋은 곳이군요. 커피와 케이크를 모두 잘하는 곳은 흔치 않기에 손님접대나 데이트, 소개팅 등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구요. 커피 이외에 홍차와 다양한 음료도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1년 10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201-10 1층
02-6368-5228



TOO MANY COOKS (초판 발행 1977년 12월 1일, 중판 발행 2003년 1월 1일)


세계 최고의 명요리장들이 5년마다 모이는 정기 모임.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는 이 모임의 주빈으로 초대받아 명 요리장들의 요리를 먹고 마시며 '고급요리에 미친 미국의 공헌'이라는 연설을 하러, 조수(겸 수행비서격인) 아치 굿드윈과 함께 뉴욕에서 머나먼 남부 시골로 향하는 기차를 타는데...

이 책 정말 오래된 책이다. 1930년대에 쓰여지기도 했지만 77년에 번역된 책이니 말이지. 덕분에 사용된 단어나 표현 등이 오래된 느낌도 들고, 지금은 다른 식으로 적는 외국어(인명, 요리명 등)도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글레비(그레이비), 파세리(파슬리), 블리아 사발랑(브리야 사바랭), 시들(시드르) 등. 2003년에 중판이 나왔지만 아마도 특별한 수정 없이 그냥 찍은 듯.

주인공인 네로 울프가 미식가 탐정이라고 하여 전부터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마술사가 너무 많다"를 읽고, 그 제목과 캐릭터가 "요리장이 너무 많다"의 패러디라는 해설이 있어 그럼 이참에 읽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다 읽고 나니 두 작품의 연관성은 제로에 가까운지라 꼭 둘 다 보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

렉스 스타우트가 네로 울프를 미식가로 만든 것은 작가 본인이 파리 체류 시절 미식가로 눈을 뜬 것에 기인하는데, 작중에서 네로 울프는 집에 전속 요리사를 상주시켜 자신이 먹고 싶은 온갖 요리를 모두 만들게 하고, 세계 최고의 명요리장 중 한 명인 마르코 뷰크식의 친구이며, 명요리장 중 최연장자인 루이 세르반에게 명요리장 모임에서 연설을 부탁받기도 하는 그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미식가라 할 수 있다.(엄청나게 뚱뚱하기도 하고)

런데 네로 울프의 특이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증거 수집은 모두 다른 사람(조수인 아치 굿드윈, 클래머 경감 등)을 시키고, 증인 심문은 자기 방으로 사람을 불러서 하며, 집에서 1만 그루의 난초를 키우고, 돈을 엄청나게 밝힌다.(이런 생활을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긴 하겠다만)

책 내용에 있어서는 사건 전개가 "절대미각 식탐정" 식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특별히 미식에 식견이 없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2012년 현재 이 책을 읽어야 할 당위성은 그닥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 하는 느낌. 이 책에 적당한 독자라면 30년대 미국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기에 읽고 넘어가야겠다는 추리소설 매니아 또는 본인처럼 먹거리가 관련된 콘텐츠에 흥미가 많은 사람 정도 아닐까.

물론 미식에 대한 식견이 있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구석이 있고, 미식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조금 이해가 안가는 구절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요즘 사람들은 서양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하겠지만, 과연 77년 초판 발행 당시의 독자들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책 뒤에 인명과 요리명이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기는 한데, 정말 '간단'하게 되어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에스코피에 - 프랑스의 근대 명요리사", "글래쉬 - 헝가리의 쇠고기 요리" 뭐 이런 식이라.

석한 점은, 원서에는 책에 나오는 명요리장의 18가지 요리 레시피가 실려있다는데, 역자 분께서 친철(-_-)하게도 "일반 독자에게는 그다지 흥미가 없으리라고 생각되므로 소개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해놓으셨다. 확실히 77년의 독자들에게는 흥미를 떠나서 이해가 힘든(또는 번역이 힘든) 내용이었겠지만...

하지만 네트는 광대하기에 INSPIRED BY WOLFE라는 블로그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 블로그에서는 네로 울프가 먹은 음식들을 직접 요리하여 그 과정과 완성품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유감스럽게도 자세한 레시피는 나와있지가 않은데, 것도 그럴 것이 본토에서는 아마도 각 작품마다 나오는 음식에 대한 레시피가 첨부되어있을 것이고, The Nero Wolfe Cookbook이라는 책까지 나와있을 정도니 굳이 자세한 레시피를 적을 필요도 없고 저작권 문제도 있고 할 것 같다. 그래도 이 블로그 덕분에 가장 궁금했던 요리를 알 수 있었으니... 울프가 너무나도 간절하게 레시피를 원했던 "소시스 미뉴이"가 뭔지를 알게 됐는데, 그 정체는 거위와 꿩으로 만든 소세지였다는.

참고로 사건의 무대인 "카노와 수퍼"는 원서에는 "카노와 스파(spa) 리조트"라고 되어 있다고. 역시나 77년 번역의 한계와 문제점일 텐데, 요즘 번역이었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라도너츠가 오픈했네요. 위치는 홍대 길 건너 맞은편 수제비집 1층.(밥스바비 왼쪽)


브래드05가 오픈 1주년 기념 행사를 하는군요. 1만 원 이상 구입하면 20% 할인 쿠폰을 주나 보네요.


불꽃남자의 패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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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야경 모음  (0) 2012.01.01

지난 2월 18일, 상수역 부근의 막걸리펍 무명집에서 막걸리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무명집은 예전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막걸리도 좋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안주가 맛있어서 살짝 놀라기도 했던 집입니다. 

가게 한쪽 벽에 보면 “설탕/물엿 대신 전남 벌교 유기농 매실 원액을 사용하며, 인공감미료를 최소화하면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처음 마신 술은 천안 입장주조의 연미주. 막걸리 시음회에 왔는데 청주로 시작을 하네요. 사장님께서 웃으며 식전주라는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확실히 부드럽고 깔끔하면서 산미가 살짝 도는 것이 식전주로 마시기 적합한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한약재가 들어간 술은, 부재료로 작용해야 할 한약재가 자기주장을 넘 강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미주는 맛과 풍미를 더하는 정도로만 넣으셔서 은은한 향도 맛도 좋은 술이네요.


이제 입장 탁주로 본격적인 막걸리 시음을 시작합니다. 마셔보니 주당들이 좋아할 만한 술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벌컥벌컥 마셨을 때 목 넘김이 기분 좋게 다가오는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날 마신 술이 유통기한이 상당히(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대략 열흘인가 보름인가) 지난 술이었음에도 맛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는 거죠. 보통 막걸리의 유통기한이 10일 정도이고, 입장 탁주의 유통기한은 29일로 꽤 긴 편인데 그 유통기한을 넘어서도 맛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날 동석하신 분 얘기로는 입장 탁주 한 짝(30병)을 석 달에 걸쳐 먹었는데 맛에 지장이 없더라는 말씀도.(물론 냉장보관은 잘해야겠죠)

어째서 유통기한이 이렇게 길고 심지어 실제 상미기간은 더욱더 긴 것인지에 대해서, 입장 탁주는 무증자 생쌀발효(쉽게 말해서 찌지 않은 생쌀로 만들었다는 얘기)로 만든 술이라서 그렇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쌀(쌀가루)을 익혀서 발효시켜 만드는데, 무증자 생쌀발표는 익히지 않은 생쌀로 술을 만드는 거죠. 널리 알려진 생쌀발효 막걸리로는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국순당의 우국생이 있는데, 느린마을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10일 우국생은 한 달이군요. 우국생은 발효제어기술로 유통기한을 늘렸다는데, 실제로는 60~70일에서 최대 90일까지 가능하나 법적으로 막걸리에 표시할 수 있는 유통기한의 최대치가 30일로 정해져 있어 30일로 표시한다고 하네요.(물론 생막걸리에 한해서. 멸균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6개월에서 1년씩 되죠.)

입장 탁주도 우국생과 비슷한 경우라고 하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같은 생쌀발효 막걸리면서도 어째서 느린마을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10일인지, 우국생의 발효제어기술이라는 것이 실재하는 것인지(또는 '기술'이라고 할만한 스페셜한 무엇인지) 등의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맛은 느린마을 막걸리나 우국생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습니다만. 느린마을 막걸리는 처음에는 맛이 괜찮았는데 요즘에는 맛이 변했다든가, 맛이 그때그때 다르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적어도 제가 최근에 먹어봤을 때는 대략... -_-;)


인사도 하고 건배도 하고 하는 사이에 모듬전이 나왔습니다(1만 8천 원). 두부부침을 먼저 맛봤는데 두부 맛도 좋고 조리솜씨도 훌륭하셔서 감탄을. 녹두전과 고기완자도 아주 맛있었구요. 공덕동 전집들이나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 있는 전집들과는 퀄리티가 비교불가네요.(당연히 이쪽이 위)


반반전(1만 8천 원). 해물파전과 김치전을 반반씩 부쳐내는 아이디어 메뉴네요. 피자에서의 하프앤하프 같은 발상이 좋군요. 그런데 맛은 모듬전에 비하면 조금 평범하네요.


드디어 문제의 송명섭 막걸리(500ml 6천 원, 1리터 1만 원). 막걸리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술입니다만, 그만큼 말도 많고 탈고 많다고나 할까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직접 마셔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맛에 대해서는 흔히 달지 않다고들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직접 먹어보니 그 이상이더군요. 적어도 이날 제가 느낀 송명섭 막걸리의 맛은 오미가 실종된 맛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에 하나 더해서 떫은맛까지도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맛을 굳이 말하자면 쌀가루를 물에 개어놓으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을 그런 맛이었달까요.

무명집 사장님께서도 송명섭 막걸리의 맛을 이해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고 하시며, 오픈한지 꽤 된 지금까지도 송명섭 막걸리를 주문하는 손님이 있으면 엔간한 단골 아니면 계속해서 신경도 쓰이고 걱정도 되고 하신다는 말씀을. 막걸리 좀 드셨다는 분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막걸리 중 하나로 회자되는 술입니다만, 막걸리집 주인이 이해하는 데 두 달 걸린 술을 술도 잘 못 마시는 제가 이해할 날이 올지 자신이 없어지더군요.

 
새로운 안주가 등장합니다. 남도젓갈 백김치 세트(2만 3천 원). 낙지젓, 어리굴젓, 조개젓이 백김치, 야채, 쌈장과 함께 나옵니다. 젓갈과 백김치는 주방에서 직접 담그신다고. 시중에서 파는 젓갈처럼 과하게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건강한 맛이 느껴집니다. 근데 사실 제일 맛있었던 건 쌈장(...). 그래서 쌈장을 전에 발라서 먹었어요... 맛있게도 얌얌.


이번에는 맛과 특이성(?)을 겸비한 막걸리로 유명한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나왔습니다(1리터 2만 원). 개봉 시의 임팩트가 대단한데, 사진으로는 충분한 전달이 어렵기에 동영상 촬영을 해봤네요. ^^



뚜껑을 개봉하는 순간 천연탄산이 끓어오르며, 솟아오르는 기포들이 바닥의 침전물을 윗물과 섞어줍니다. 처음부터 뚜껑을 완전히 열었다가는 샴페인 흔들고 땄을 때 마냥 술이 흘러넘칠 수 있으니 마개를 적절히 돌려가며 가스를 빼주면서 열어야 하죠. 무명집에서는 주문이 들어오면 사장님께서 직접 따주신다고 하네요. 이날은 사장님께서 따시진 않고 동석한 분 중 경험 많은 분이 계셔서 사고 없이 무사히 개봉을 마쳤습니다.


맛을 보니 상큼한 과일 향과 자연스러운 산미, 고급스러운 단맛이 고급 막걸리란 어떤 것인가를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네요. 천연탄산이 가져다주는 청량감 또한 좋은 느낌을 더해주는데, 이게 올리고당을 잔뜩 집어넣어 억지로 만들어낸(당이 발효되면서 알코올과 탄산으로 분해) 싸구려 막걸리의 과한 탄산 느낌이 아닌, 마치 샴페인의 기포와도 같이 은은하면서 자연스러운 청량감이 느껴지는 게 좋더군요. 이날 먹은 막걸리 중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사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시음 리스트에 없던 물건이었는데, 현장 분위기가 좋다 보니 참석하신 분 중 한 분이 자비로 한 병을 쏘셨습니다. 협찬해주신 박xx 님께 무한 감사를... 덕분에 최고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


드디어 막걸리 안주계의 대마왕 홍어삼합이 등장(2만 3천 원). 대중적으로 맞추기 위해 홍어를 많이 삭히지는 않으셨다고 하는데... 서울서 곱게 자란(^^;) 저로서는 이것도 먹기가 쉽지 않더군요. ㅠㅠ (아아... 사진만 봐도 그때 그 냄새가 코로 올라오는 기분... ㅠㅠ) 반면에 전라도쪽 분들은 냄새가 제대로 안 난다는 코멘트를... 삼겹살 수육은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아주 좋았네요.


이번에는 자희향 탁주를 개봉해 봅니다(500ml 1만 5천 원). 자희향은 앞서 마셨던 복순도가 손막걸리와 더불어 고급 막걸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술 중 하나인데요. 과일 향과 산미, 단맛 등 복순도가 손막걸리의 그것과 유사한 특징이 있습니다만, 도수가 12도인 만큼 좀 더 단맛도 강하고 보다 끈적한 느낌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12도의 원주를 희석해서 도수를 6도로 만드는데, 자희향은 희석하지 않은 원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농도가 더 진하다 보니 이런 느낌이 드는 거죠.

다만,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완성형이라는 느낌이라면 자희향 탁주는 맛이 살짝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들어 근소한 차로 이날의 2위로 밀려 버렸네요. 하지만 이날 먹은 자희향은 바로 올라온 새 술이었고, 제가 예전에 자희향 탁주를 먹어본 바로는 좀 더 냉장 숙성시키면 잡미와 산미가 줄어들고 마치 우유 같은 맛이 나면서 맛에 깊이가 생기더군요.(어느 분의 시음기를 보니 숙성시키면 요거트 맛이 난다는 얘기도) 자희향의 유통기한은 한 달이고 저는 보름 좀 넘게 숙성시켜서 먹었는데요, 이렇게 숙성시킨 자희향이라면 복순도가 손막걸리와 자웅을 겨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안주는 연어 샐러드(1만 8천 원). 막걸리와 샐러드가 어울릴까 하는 생각들 하시겠지만, 저질 막걸리가 아닌 제대로 된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가벼운 안주로 나쁘지 않더군요.


무명집 사장님께서 발굴(?)해서 밀고 계시다는 대대포 막걸리(500ml 6천 원, 1리터 1만 원). 잘 알려지지 않은 막걸리였는데, 무명집 사장님께서 맛을 보고 가게 주력상품으로 삼았다고 하시네요. 친분이 있는 타 막걸리집에도 적극 추천하셔서 지금은 취급점이 여럿 생겼다고 합니다.

맛을 보니 벌꿀이 들어가서 그런지 복합적인 단맛이 나네요. 물론 그 단맛이라는 게 올리고당이랑 아스파탐 이빠이 넣어서 만드는 그런 막걸리들과는 다른 기분 좋은 단맛이구요. 장수 막걸리에서 제대로 된 막걸리로 갓 넘어오려는 초보들에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대중성과 수준을 겸비했달까 대략 그런 느낌이네요.


차돌박이 버섯잡채(1만 5천 원). 잡채라기보다는 차돌박이 버섯 야채볶음이랄까요. 버섯도 야채도 좋아하기에 맛있게 잘 먹었네요. 당면이 넘 조금 들어있는 게 약간 불만이었지만요. ^^; 


마지막으로 마신 술은 아리랑 흑미주였네요(500ml 5천 원, 1리터 8천 원). 개인적으로 흑미가 들어간 술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흑미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그게 술로 만들었을 때 그닥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아서 말이죠. 아리랑 흑미주는 전에 먹어본 적이 있는데, 역시나 그런 향이 나서 별로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이날 먹었을 때는 향이 별로 느껴지지가 않았는데, 술을 많이 마신 끝에 감각이 무뎌진 건지, 아님 숙성이라든가 출하 후 먹은 날짜에 원인이 있는 건지 여하간 그래서 맛이 괜찮았네요. ^^;

이렇게 시음회가 끝이 났습니다. 훌륭한 막걸리와 맛난 안주들 다 너무 좋았구요. 좋은 분들과 함께 막걸리에 대해 나눈 대화들 넘 즐거웠습니다. ^^ 이번 막걸리 시음회는 무명집 사장님 블로그에서 선착순으로 신청받는 걸 우연히 보고 참가하게 됐구요. 추후에도 시음회가 있을 예정이라시니 참가 원하시는 분은 가끔 블로그 들러보시면 좋겠네요.


 본 시음회는 무료로 진행되었습니다만, 이와는 별개로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연미주와 입장 탁주는 시음회를 한 시점에서 무명집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았기에 가격 표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월간이리 2011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클릭하시면 PDF 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 특산물과 명물

우리나라는 넓지 않은 땅덩이임에도 불구하고, 특색 있는 지역음식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 많이 있다. 춘천 닭갈비, 강릉 초당두부, 천안 호두과자는 누구나 아는 대표적인 지역음식. 이러한 지역음식 중에는 자생적으로 탄생하여 널리 알려진 것도 있지만, 지자체의 개발과 홍보를 통해 유명해진 것 또한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한라봉은 일본에서 만든 시라누이(不知火)라는 품종을 제주 감귤농가에서 들여와서 키운 것으로, 부지화, 데코폰(시라누이 품종 감귤의 일본 상품명)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다가, 98년 제주농협에서 이름을 한라봉으로 통일시켜 부르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지역 특산물 만들기는 30여년전 일본 오이타현에서 시작된 일촌일품(一村一品)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오이타현의 58개 지역에는 표고버섯, 보리소주, 온실 감귤, 고등어 등의 특산물이 한 가지씩 있다고 한다. 이 일촌일품 운동은 성공적인 지역특성화사업의 교본처럼 여겨지고 있고, 세계 120여개국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이렇듯 특정 지역에서 생산 또는 시초가 되어 다른 여러 지역에서 소비되는 음식이나 상품을 특산물, 특산품, 명품 등으로 부르는데, 그에 반해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음식이나 상품을 보통 '명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특산물, 특산품, 명품은 명물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가 않은데, 명물은 특산물이나 특산품으로 부르면 어색한 느낌이 든다. '대구 명물 납작만두'는 어색하지 않지만 '대구 특산물 납작만두'는 좀 어색하지 않나.

음식 분야에 있어 명물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한 곳이 부산인데, 그 중에서도 돼지국밥과 밀면은 이제 아는 사람도 많고 먹어본 사람도 많은 전국구 명물이 되었고, 최근 씨앗호떡, 비빔당면 등이 부산의 새로운 신흥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연남동에서 비빔당면을 맛보다

얼마 전 연남동 기사식당 골목에 오픈한 부산 코너는 부산 명물인 비빔당면, 유부만두, 우뭇콩국 등을 파는 분식집이다. 분식집답게 떡볶이, 순대, 김밥도 메뉴에 있긴 하나, 가장 관심이 갔던 메뉴는 역시 비빔당면. 줄여서 비당이라고도 불리는 이 음식은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먹으면서 단숨에 온 국민이 다 아는 부산 명물이 되었다.

부산 코너의 비빔당면. 1박2일에 나온 그것과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이다.

TV에서 본 비빔당면은 삶은 당면 위에 약간의 고명과 양념장을 얹어 비벼먹는 것이었는데, 부산 코너의 비빔당면은 상대적으로 푸짐하게 올라간 고명이 눈에 띈다. 비벼서 맛을 보니 과연 서울 음식과는 달리 양념장이 달지가 않다. 매콤하고 칼칼한 양념장과 부드러운 당면이 어우러지는 맛이 과연 부산 명물. 먹으러 일부러 부산까지 갈 것은 없겠지만, 부산에 갔으면 한 번쯤 먹어볼만한 맛이다.

그런데 이승기가 먹은 그것과 부산 코너의 그것이 다른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승기가 먹은 비당은 국제시장 노점에서 파는 것으로, 그 원조는 길 하나 건너에 있는 부평시장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부평시장은 깡통시장이라고도 불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국제시장 명물로 알고 있는 비빔당면, 단팥죽, 유부만두 등의 4~50년 이상 된 원조집들이 모두 부평시장에 있다고 한다.

비빔당면의 경우 간판에 '원조 50년 비빔당면 전문점'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소문난 분식"과 'SINCE 1963'이라고 써놓은 "원조 깡통골목 비빔당면"이 서로 원조집임을 자인하고 있는 듯. 가격은 원조 깡통골목 비빔당면이 4천원, 소문난 분식이 3천5백원인데, 맛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어 어디가 낫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다만 둘 다 국제시장 노점보다는 나은 듯. 부산 코너 비빔당면의 비주얼 또한 확실히 국제시장의 것 보다는 부평시장의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부산 코너 비당은 3천원이니 부산까지 가는 차비에 더해서 5백원, 1천원이 빠지는 셈이려나.
 

맛있게 뽀오얀 멸치국물

비빔당면 외에 부산 코너의 국물이 맛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먹어보니 정말아주너무 맛있었다. 멸치를 듬뿍 넣어 우린 뽀오얀 국물은, 주변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노오란 다시다 국물과는 비교를 거부하며 차원을 달리한다. 진하고 시원하며 중심이 단단히 잡혀있는 그 국물을 한 모금 넘기면, 코끝을 스치는 멸치향과 함께 진심어린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국물이 맛있다보니 국물 들어간 메뉴는 모두 다 맛있다. 가볍게 오뎅 하나를 먹어도 좋고, 조금 더 비싼 수제어묵을 먹으면 더 좋다. 잔치국수로 요기를 하거나 유부만두로 입맛을 다시면 더욱 더 좋을 것이다.

잔치국수? 멸치국수? 이름에 관계없이 그는 이미 나에게 다가와서 꽃이 되었다.

Shall We 우뭇콩국?

그밖에 부산 코너의 메뉴 중 메뉴판에는 있지만 당장은 먹을 수 없는 메뉴로 우뭇콩국이 있다. 우뭇콩국은 우뭇가사리로 만든 묵을 채썰어서 콩국물에 말아낸 음식인데, 서울서 콩국수를 여름에 먹듯 우뭇콩국 또한 부산 여름 별미 중 하나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간 지가 한참인 지금, 부산 코너의 우뭇콩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내년 여름을 기약할 수밖에.

모쪼록 부산 코너의 우뭇콩국을 맛 볼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비빔당면과 잔치국수,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시는 담백한 유부만두와 푸짐한 부산김밥의 맛을 보다 많은 분들께서 즐겨주시길. 그리고 내년 여름에는 나도 여러분도 뜨끈한 멸치국물 대신 시원한 우뭇콩국과 함께 부산 코너의 맛난 메뉴들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위치 : 연남동 연남왕순대 맞은편. 연남돈까스 옆.

메뉴 : 떡볶이, 순대, 김밥, 우뭇무침 2천5백원 / 비빔당면, 잔치국수, 우뭇콩국 3천원 / 유부만두 4천원 / 김밥 반줄 1천5백원 / 수제어묵 7백원 / 오뎅, 계란 5백원.

발단은 트위터에 지인이 올린 투썸 플레이스에서 먹은 희한한 메뉴의 사진이었다.  http://yfrog.com/obijhlnj

이름 하여 솜사탕 아포가토라는 것인데, 아이스크림 위에 솜사탕을 올리고 에스프레소를 따로 내주는 그런 메뉴다.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요즘 프랜차이즈의 상품 개발 센스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는지 지인의 트윗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577회나 리트윗이 되었다. RT까지 합하면 600회 이상 되지 않았을까 싶고.

여하간 그러던 중 솜사탕 아포가토라는 메뉴가 대체 어떻게 먹으라고 만든 것인지가 궁금해졌고,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알아보니 문제의 솜사탕 아포가토는 투썸 플레이스가 아닌 투썸 커피에서 파는 물건이었고, 투썸 커피는 투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멀티브랜드 전략을 편 CJ푸드빌의 새로운 프랜차이즈였다.(투썸 커피는 현재 쌍림동의 CJ푸드월드, 강남역, 가로수길의 CJ가로수타운까지 해서 총 3개 점이 운영되고 있다.)

먹어본 분들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솜사탕을 좀 뜯어 먹다가 커피를 부어서 먹었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유튜브를 살펴보니 CJ쪽 관계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동영상을 보면 나름 보는 재미를 추구한 독창성이 엿보이고, 먹어본 또 다른 지인의 말로는 (커피와) 나름 어울리는 맛이라고 하더라는.

근데 나름 어울리는 맛이라는 평을 했던 지인이 먹은 것은 투썸 커피 것은 아니고 제주도의 닐모리동동이라는 카페의 것. 닐모리동동이 오픈한 게 작년(2011년) 5월, 투썸 커피가 오픈한 게 작년 6월이니 오픈 시기도 비슷한데 이렇게 특이한 메뉴가 겹친다는 게 석연치가 않다.

그래서 cotton candy affogato로 검색을 해보니 LA의 비버리힐즈 포시즌 호텔에 있는, 2010년 3월에 오픈한 쿨리나(Culina)라는 레스토랑이 나온다. 대략 보아하니 솜사탕이 올라가 있는 아포가토가 쿨리나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듯.

(그밖에 대만에 있는 Coffee Alley(咖啡弄)라는 카페에서도 작년 말부터 팔기 시작한 것 같다.)

이렇게 봤을 때 투썸 커피의(그리고 닐모리동동의) 솜사탕 아포가토는 쿨리나 것의 카피일까? 속단하긴 이른 것이, 사실 최근의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업계에서는 솜사탕을 메뉴에 활용하는 것을 상당히 자주 볼 수 있고, 따라서 쿨리나의 아포가토가 아닌 솜사탕을 활용한 다른 예를 보고 커피에 응용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특별한 레시피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굉장히 간단한 메뉴이기도 하고.


L.A.의 The Bazaar - 푸아그라 솜사탕(Foie gras Cotton Candy)


워싱턴D.C.의 Mini Bar -  솜사탕 장어(Cotton Candy Eel) 


멕시코시티의 Biko - 100% 코튼 푸아그라(100% Cotton Foie gras)

그러나 최근 투썸 커피와 스위트플라워팩토리 사이에서 벌어진 와플샌드위치 베끼기 논란까지 살펴보면, 투썸 커피의 메뉴 개발과 선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확신범적인 의구심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베꼈냐 아니냐 같은 것이 아니라 자원의 활용과 그에 따른 기업의 역할이랄까.

CJ푸드빌이 작년에 새롭게 런칭한 브랜드 중
제일제면소의 인테리어는 일본의 우동 프랜차이즈인 마루가메 제면의 것을 카피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투썸 커피 또한 위에서 지적했듯이 타 업소의 메뉴를 카피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가 힘든 상황이다.

외식업계의 공룡이라 할 수 있는 CJ푸드빌의 풍부한 인력과 자금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고작 카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작게는 직원 개인의 역량 발전에도 손해고, 회사 차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강화에도 보탬이 되지 않으며,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는 외식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뭔가 얘기가 좀 거창해졌는데 사실은 굉장히 기본적인 것 아닌가. 요즘 기업의 사회환원 이야기가 많은데, CJ푸드빌 같은 기업에서라면 제대로 된 오리지널 인테리어와 제대로 된 오리지널 상품을 개발하는 것 만으로도 관련 인력 육성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고, 이러한 기본을 지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본적인 사회환원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카피 인테리어와 카피 제품으로 이루어진 프랜차이즈가 전국에 수백 개씩 입점한다고 생각해보자. 관련 인력과 관련 산업은 발전은 커녕 퇴보하게 될 것이고, 기업은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단물만 빨아먹는 존재가 될 것이다.

스파이더맨에서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큰 힘을 가질수록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디 기업들이 좀 더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바래본다.
2011년을 보내며 여기저기서 찍은 야경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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