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곰다방이 없어지기 전에 메뉴를 한 번씩은 다 맛보리라 생각하며 방문. 송간지의 마지막 근무일이기도 하고.



케냐.(5천 원) 날카로운 쓴맛 뒤에 단맛이 바로 연이어 뒤따라온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맛이 변하는 건지 혀가 무뎌지는 건지 쓴맛의 날카로움이 점점 누그러지고 단맛의 파장 또한 낮고 잔잔해진다. 종국에는 쌉싸름하면서 시금털털한 어른의 쓴맛, 인생의 쓴맛으로...



브라질로 리필.(1천 원) 처음에는 구수한 맛이 중점적으로 느껴진다. 근데 일반적인 구수함이 아니고 페이소스가 섞여있는 구수함. 시간이 지나며 구수함이 점점 사그라들더니 캬라멜 땅콩 같은 맛이 연하게 올라온다. 이것 역시 마지막에 가서는 인생의 쓴맛이 느껴지는...


좋은 커피는 처음 맛이 끝까지 간다. 식어도 그 맛이 제대로 느껴지고. 그다음은 시간이 흐르면 맛은 조금 변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방향과 범위 안에서 변하는 커피고. 안 좋은 커피는 첫맛은 좋으나 두세 모금 마신 후에는 첫맛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물론 더 안좋은 커피는 아예 처음부터 맛이 없고. 이날 커피는 걍 기본은 한 정도.



이날 마신 잔은 잉글랜드제 로얄 덜튼. 낡은 잔이긴 하지만 언제 또 이런 잔에 커피를 마셔볼지. 그러고보면 찻집들은 잔이나 포트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상대적으로 커피점들은 잔에 별 신경을 (찻집에 비해) 안 쓴다. 맛은 그닥인데 커피 값 비싸고 분위기 좋은 곳들은 잔에도 신경 많이 쓰겠지만. 보통 무늬 없는 하얀 잔들을 많이 쓰는데 좀 지루하다는 생각이. (무늬 있는 잔 중에서도 노리타케는 좀 지루하다. 하도 많이들 써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22

홍대 앞 롯데리아 옆 골목

12시-11시

6월 14일까지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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