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역 부근에 괜찮은 돼지국밥집이 생겼다고 해서 방문.



사실 서울 촌놈이 돼지국밥에 대해 얼마나 알겠습니까만 적어도 지금까지 서울서 먹어본 것 중에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으나, 여기는 좀 더 제대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해보았습니다.



기본 상차림. 국밥에 넣어먹게 소면을 조금 주시고 부추는 99% 생으로 나옵니다. 사진으로는 안 보입니다만, 부추 가운데 양념이 살짝 묻어있습니다.



주문한 돼지국밥이 나왔습니다.(7천 원) 이 집은 다대기를 국물에 넣어서 나오는데, 무릇 탕국이란 아무것도 넣지 않은 국물을 먼저 맛봐야 하는 법. 다대기를 빼고 주문합니다. 근데 조심스레 국물 속에 숟가락을 담가보니 아뿔싸. 이모님이 깜박하셨는지 다대기가 들어있네요. 다행히 건져내긴 했지만 국물이 살짝 오염되긴 했다는.


들깨가루도 준비되어있긴 합니다만 돼지국밥에는 들깨가루 안 넣는 게 보통입니다. 사실 부산의 돼지국밥집에 가면 대부분 들깨가루 같은 건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만, 서울에 있는 돼지국밥집들은 손님들이 대부분 순대국처럼 먹으려 들기 때문에 들깨가루를 비치해 놓곤 하죠.(근데 저는 순대국도 들깨가루 넣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들깨수제비 같은 건 맛있게 먹지만요.)



부추의 경우, 부산의 유명 돼지국밥집들을 보면 부추가 생으로 나오는 곳은 별로 없고 다들 양념이 되어있는데 그 스타일이 각양각색입니다. 겉절이처럼 부추가 숨이 살아있는 곳도 있고, 파김치처럼 숨이 완전히 죽은 곳도 있고, 양념이 적당히 묻어있는 곳도 있고, 찐득하니 범벅이 되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처럼 99% 생으로 내는 곳은 별로 보질 못했네요.(현지에서 본 건 아니고 인터넷 검색해서 본 거긴 합니다만. ^^;)


어쨌건 간에 돼지국밥에는 대부분 부추를 넣어서 먹습니다만, 부산에 거주하는 어느 블로거는 부산에 있는 수많은 돼지국밥집 중에서 자신이 부추를 넣어서 먹는 집은 딱 한 곳이라 하더군요. 아마도 양념이나 부추의 맛이 국물맛을(또는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해친다고 느껴서겠지요. 제가 부산 가서 돼지국밥을 먹어도 아마 그렇게 하지 않을지... 적어도 처음부터 부추를 넣지는 않을 겁니다. ^^;



국물을 맛보니 맑은 국물이 담백하면서 깊이가 있습니다. 드디어 서울에서 제대로 된 물건을 발견한 느낌이네요. 인근의 홍대, 연남동에도 돼지국밥집이 있습니다만 그곳들은 별로 재방문 의사가 없었는데, 여기 합천 돼지국밥은 다음에 또 와서 먹고싶은 맛입니다. 건더기도 실하게 들어있기는 한데 고기질은 보통.



소면과 밥을 말아서 맛있게도 얌얌. 그냥 조금 먹다가 부추도 넣어서 먹어봤는데 잘 어울리더군요. 사진찍느라 국물이 식어서 부추가 숨이 별로 죽지 않은 채로 먹었습니다만 그래도 맛있었구요. ^^


지금까지 서울에서 만족스런 돼지국밥집을 찾지 못하셨다면 한 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돼지국밥이 어떤 음식인지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드리구요. 단, 다대기는 일단 빼고 드셔보세요. 물론 들깨가루도 넣지 마셔야겠죠. ㅎㅎ (옆자리 커플이 다대기 풀고 들깨가루 듬뿍 넣고 있을 때 막 참견하고 싶었다죠. ^^;)


2013년 9월 재방문해 보니 맛이 변했네요. 국물에서 예전에 없던 한약 냄새가 나면서 국물 색도 약간 노르스름하게 바뀌었고, 한약 냄새 때문인지 예전의 맑고 담백하면서 깊이 있는 국물맛이 느껴지질 않는군요.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검색을 해보니 역시 최근에 다녀오신 다른 분 포스팅에서도 한약 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보입니다.


생긴지 오래지 않은 대중식당에서 맛을 지켜나가기가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서울서 유일하게 괜찮은 돼지국밥집이라 생각했던 곳이 이렇게 맛이 변해버리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ㅠㅠ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2년 6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1동 57-13

02-33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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