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헬카페가 옆 돈가스집을 터서 확장을 했다. 겉 보기엔 여전히 우중충(^^;)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몰라보게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300%쯤 좋아진 채광으로 가게 안이 완전 환해졌고, 새로 구입한 스피커와 넓어진 공간의 하모니로 인해, 가게 안에 울려퍼지는 음악이 한층 더 웅장하고 우아하게 느껴진다.



블렌드 핸드드립 스트롱(7,000). 블렌드 핸드드립을 콩 많이 물 조금 해서 내린 메뉴. 작은 잔에 나온다. 아주 예전에 마셔봤는데, 오랜만에 마셔보니 예전보다 완성도가 올라간 듯.


맛은 일단 굉장히 쓰다. 상당한 단맛이 베이스로 깔려 있는데, 그 이상으로 엄청나게 농축된 쓴맛 덕에 단맛의 흔적은 잘 느껴지지가 않고. 거기에 농도 짙은 감칠맛이 쓴맛과 어우러져 무겁고 단단한 지옥(헬)의 변주곡을 연출한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수묵화로 그려낸 것 같달까.



쓰고 진한 커피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매니아층도 있을 것 같지만, 그게 지나치게 극단까지 간 듯도 하여, 호불호가 갈릴 맛일 것이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본인도 블렌드 핸드드립 노말로 충분한 느낌.



헬라떼(5,000). 언뜻 느끼기엔 평범한 라떼 같기도 한 그런 맛.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미디엄 바디의 깔끔한 라떼라고 평하기 쉬울 듯한.


그런데 이 미디엄 바디의 목넘김 뒤로, 쌉쌀 고소 새곰 달근한 풍미가 연달아 올라온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이 풍미들이 메아리처럼 (조금 줄어든 볼륨으로) 다시 입속에 울려퍼진다. 다음 번 메아리는 좀 더 작게, 그리고 그 다음은 더 작게.


생각 이상으로 맛있고 재밌는 커피였지만, 이 맛을 온전히 느끼고 맛있다 느낄 분이 얼마나 계실까 싶기도 하고. 앞서 마셨던 블렌드 핸드드립 스트롱이 호불호가 갈릴 커피라면, 이날의 헬라떼는 난이도가 있는 커피라고나 할까.


헬카페의 커피는 좀 더 좋은 맛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느껴지고, 새로 확장하면서 좌석이 많이 늘어난 것은 물론 분위기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많이들 방문하셔서 좌석 꽉꽉 채워주시라.


맛 평점 (10점 만점)

블랜드 핸드드립 스트롱 = 9

헬라떼 = 9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010-4806-4687

월~금, 오전 8시~저녁 10시

·일, 낮 12시~저녁 10시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에스프레소(4,500). 예전보다 파워풀한 느낌이 덜해 약간 아쉬웠는데, 블렌드를 좀 바꾸셨다고. 마실 때 처음과 끝에서 느껴지는 텐션에 비해 가운데가 조금 비어있는 느낌.



몽블랑(6,500). 밀로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크림을 적당히 떠먹고 나서, 크림과 커피를 같이 즐기는 것이 좋다. 가게에서 직접 소량으로 그때그때 만드는 생크림의 맛과 질감은, 맛있는 것을 넘어서 실로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생크림을 적당히 떠먹고 크림이 소량 떠있는 채로 커피를 마시면, 생크림의 유분이 관능적인 부드러움으로 입과 혀를 감싸고, 상큼한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의 시간차 공격이 유분을 정돈하고 입안을 씻어준다. 기분 탓인지 아님 뭔가 이유가 있는지, 이날 유독 맛있게 느껴졌던 것도 같고.



커피 메뉴 주문 시 2천 원을 추가하면 아메리카노로 1회 리필이 가능하다.(아이스도 가능) 리필은 보통 싱글 오리진으로 해주시는데, 이날은 니카라과로 내려주셨고.


다크한 산미가 먼저 다가오고, 중간맛은 쌉쌀 고소하고, 달고 묵직한 뒷맛이 아주 좋다. 특히 고소한 맛과 향이 매우 풍부하게 느껴지는 게 인상적인데, 일행이 이를 표현하기를 '콩맛이 난다'고 하더란.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아이스에서와 비슷한 뉘앙스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아이스에 비해 맛이 밋밋하다. 날이 더워 아이스에 적합하게 맛의 포인트를 잡으신 걸지도.


전에도 얘기했지만, 밀로의 몽블랑은 평소에 크림 올라간 커피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메뉴고 부러 맛볼만한 가치가 있다. 단, 아이스보다는 따뜻한 쪽을 추천하니 참고하시고. 리필 아메리카노는 콩이 고정적이지 않으니, 주문할 때 뜨거운 게 좋을지 아이스가 좋을지 추천을 부탁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니카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참 맛있었다.


맛 평점 (10점 만점)

에스프레소 = 8

몽블랑 = 9

아이스 아메리카노 = 8.5

아메리카노 = 7.5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70-32

02-554-3916

낮 1시~저녁 11시

지하철 2호선 을지로 3가 역과 4가 역 사이 골목에 위치한 산수갑산. 숨어있는 맛집이라기에는 유명세가 있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으로 엄청 유명하다고 볼 수는 없는 곳입니다. 일단 제가 아는 바로는 맛집 가이드북이나 맛집 소개 사이트, 어플 등에는 올라온 곳이 없구요. 미디어의 소개 기사가 있나 검색해봐도 나오는 게 없네요.(개인 블로그에는 올라온 곳이 꽤 있습니다만)


가게 이름은 사실 '삼수갑산'이 맞는 표현입니다만, 여기 말고도 산수갑산이라는 이름의 가게들이 꽤 있는 것 같더군요.



순대 전문점이 대부분 그렇듯 메뉴판은 단출합니다. 요즘 물가 생각하면 가격은 저렴한 편.



순대모듬×2(28,000). 대창순대, 머릿고기, 내장부속이 섞여져 나옵니다. 그런데 대창순대라는 것이 흔하지 않은 물건이다 보니, 산수갑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창순대에 방점을 찍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순대도 물론 뛰어납니다만 이 순대모듬(표준어는 '모둠')의 백미는 내장부속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내장부속 중에서도 귀와 간이 정말 맛있는데, 특히 귀를 가장 맛난 부위로 꼽고 싶네요. 졸깃하고 존득한 젤라틴질과 부드러운 저항감이 느껴지는 연골의 하모니는, 잘 삶아낸 돼지 귀는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구나, 산수갑산에 안 갔으면 돼지 귀가 가진 포텐을 평생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마저 드는 맛이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귀를 안 주신 날이 있어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 후에 귀를 내주셨는데, 평소보다 오버쿡이 됐는지 영 딱딱한 것이, 상태가 별로라 안 주셨구나 싶었네요.)


간도 정말 일품인데, 매트한 느낌은 들지만 퍽퍽하지는 않은, 그러면서 농후한 맛이 혓바닥에 코팅되는 느낌이 너무 훌륭합니다. 여기에 촉촉한 머릿고기와 쫄깃한 대창순대, 암뽕(새끼보), 돈설, 오소리감투 등도 모두 퀄리티가 좋아, 이렇게 다양한 맛과 식감을 맛나게 즐길 수 있는 순대모둠이 또 있을까 싶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맛 좋고 촉촉하게 삶아낸 만큼 약간의 와일드한 풍미가 남아있기도 하니, '나는 비위가 안 좋아서 평소에 순대국도 안 즐기지만 여기는 맛있다고 하니 함 먹어보겠다.'는 분 혹시 계시다면 참고하시구요. 대창순대의 경우 대창이 얇은 부위도 있고 두꺼운 부위도 있는데(얇은 건 대창, 두꺼운 건 막창이라는 얘기도), 쫄깃한 맛이 좋으시다면 두꺼운 부위 위주로 주실 수 있나 주문해보시고, 두꺼운 부위가 너무 질긴 것 같아 싫다는 분은 반대로 얇은 부위로 달라 주문해 보세요. 저는 두꺼운 부위를 좋아합니다만.



순대국은 보통으로만 주문해도 건더기가 아주 푸짐합니다. 순대모둠에는 나오지 않는 부위도 일부(허파 등) 들어가 있구요.(허파도 잘 삶아내니 맛나더군요.) 그런데 국물의 진하기가 약간 오락가락하는 느낌이 있어, 국물이 진할 때는 순대국만 먹어도 매우 만족스러운데, 그렇지 않은 날은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구요.(국물이 진한 날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찐한 느낌이 드는 건 아니고, 보통으로 진하지만 충분히 맛있는 정도? 한가한 토요일과 공휴일이 국물 연한 것 같기도 하고) 국물 맛이 진하든 연하든 냄새가 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가시는 분에게 추천하는 안전빵(?) 메뉴는 순대정식이 되겠습니다. 위 사진이 순대모듬(14,000)인데, 이것의 절반 분량이 밥(&국물)과 함께 나오는 게 순대정식(8,000)이죠. 실제로 순대정식 2인분 주문하면 이와 동일한 양과 구성의 것이 나옵니다. (저녁에는 순대정식 주문을 안 받는다는 얘기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산수갑산은 정말 훌륭한 가게고, 보통으로 맛있을 때도 완전 맛있지만, 정말 맛있을 때는 남한에서 여기보다 맛있는 순대집은 없을 것 같을 정도로 맛나더군요.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산수갑산이 소개된 콘텐츠는 개인 블로그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수많은 맛집들을 맛집 가이드북이나 사이트, 어플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 맛있는 가게가 소개된 맛집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 (그리고 엉뚱한 가게들은 참 많이들 소개한다는 점이) 한국 미식씬의 문제 중 하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프랑스나 일본에서라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나 타베로그 평점 4점 이상의 가게가 아무런 맛집 콘텐츠에도 소개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될까요? (미슐랭이나 타베로그의 신뢰도에 대한 건 다른 문제겠구요.)


맛 평점 = 9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1월, 3월, 4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중구 인현동 1가 15-4

02-2275-6654

오전 11시~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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