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막걸리 붐이 일면서 많은 전통주점이 생겨나고 그간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술들이 조명을 받고 했습니다만, 현재는 그 붐도 많이 사그라들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약간 멀어진 게 사실입니다.(그리고 지금은 맥주가 붐이기도 하고...)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술은 아직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계속해서 발전 중이며,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술들이 아직도 많고 새로 만들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이를 피부로 느끼려면 직접 마셔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겠지요. 그리고 그러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화곡역 부근의 맛거리가 아닐까 합니다.



전통주 리스트부터 먼저 보시자면, 이렇게 다양한 탁주와 막걸리를 구비하고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구요. 우리술 좀 드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합니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소주(증류주)도 구비하고 있는데, 그쪽은 간단 리스트가 없고 사진과 설명이 들어간 메뉴만 있어 일일이 찍지를 않았네요.



음식 메뉴는 메뉴판만 봐서는 감이 잘 안 오시겠죠. 안주 짝수 주문시 4천원 할인이 눈에 띄기는 합니다만.



모듬 젓갈 두부(1만6천). 두부와 볶음김치, 젓갈 4종이 나옵니다. 일단 두부가 맛있네요. 일반적으로 두부김치라는 메뉴가 막걸리 안주의 계급에서 그리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메뉴는 아닙니다만, 두부의 퀄리티가 좋고, 볶음김치가 이를 거들고, 맛좋은 젓갈 4종까지 함께 하니, 그 지위가 상당히 격상되는 느낌입니다.



황제오뎅탕(1만7천). 어째서 황제인가 하면 양이 황제스럽네요. 이날 성인 남자 5명이 마셨는데, 국물 안주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 정도로 충분한 양을 자랑합니다. 맛은 조금 평범한 편.



김치 칠리 프라이(1만3천). 전통주점 안주라기에는 약간 생뚱맞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맛은 좋습니다. 메뉴판의 설명에 의하면 김치 칠리에 10가지 향신료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확실히 향신료 풍미도 제대로고, 맛도 여느 햄버거집 메뉴의 그것에 비견할만 합니다.



감자전(1만2천). 앞의 안주들도 다 괜찮았습니다만, 오늘의 베스트는 이 감자전이네요. 베이컨 향이 솔솔 나는 게 식욕을 돋우고, 크리미한 풍미가 특이하면서도 아주 좋았습니다. 부러 크림을 넣거나 하신 건 아니고, 감자 전분을 완전히 빼지 않아서 이런 맛이 난다고 하네요.


이날 마신 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평 막걸리는 무난한 맛. 해쌀이 막걸리는 부담 없고 깨끗한, 첫 잔으로 마시기 좋은 맛입니다.



서울 시내에 칠곡 막걸리 원주를 파는 곳도 많지 않지만, 이 가격에 파는 곳은 더더욱 없을. 이날은 특유의 바나나향이 좀 덜 느껴지긴 했지만, 워낙 좋은 술이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천비향은 예전에도 맛본 적 있지만 그리 큰 감흥이 있지는 않았는데, 지난 연말에 우연히 천비향 약주를 마셔보니 맛과 향이 예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레벨로 올라가, 감동적일 정도의 급으로 맛이 좋아졌더군요. 해서 이번에는 생주(탁주)를 마셔봤는데, 역시나 생주 또한 너무너무 맛있네요. 저 혼자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고, 알만한 주변 분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씀이니, 믿고 꼭 한 번 드셔 보시길 강추합니다.



예전에 마셨던 만강에 비친 달이 부드럽고 달근한 맛이었다면, 이날 마셨던 것은 좀 더 산도도 있고 맛과 향에서 좀 더 개성적인 풍미가 느껴지는 게 좋더군요. 맛거리 사장님께서는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하셨지만, 저는 오히려 이쪽이 더 맘에 들었구요. 아주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백화미인의 특이점은 살균탁주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맛있어요. 흔히들 전통주의 살균주에 대해 맛이 없다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계실 것이나, 일천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살균주와 생주가 맛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살균을 한다고 맛있던 게 맛없어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전통주가 보통 유통기한이 짧아 유통이 힘들고 마트 등에서도 퇴출당하기도 하는데, 살균주는 유통기한이 기니 이런 걱정이 없는 장점이 있구요. 다만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맛좋은 살균주를 만나기가 아직까지는 어렵지 않나 하네요.


살균주 관련해서 특기할만한 사항으로, 아시아나 항공에서 장거리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손님에게 한산 소곡주를 낸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기사 내용을 보면 살균주를 내려는 것 같은데, 아마도 우희열 명인 살균 소곡주가 아닐까 싶구요. 저는 우희열 명인 소곡주를 살균주 생주 모두 마셔봤는데, 둘 다 맛있었고 서로 맛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살균주가 맛이 떨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오히려 생주보다 (맛에 있어서) 나은 점이 있기도...



계속해서 막걸리와 탁주를 마셨습니다만, 마지막은 소주 중에서 감홍로를 골라 봤습니다. 여러 한약재가 들어가나, 이로 인한 복합적인 풍미가 계피향을 중심으로 잘 마무리가 되어, 잡스럽지 않고 강렬한 풍미가 아주 일품입니다. 단맛도 강한 편입니다만 도수도 높고 풍미도 강렬하여, 단 술 별로인 분들도 즐기시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구요. 마지막 마무리로 마시기에 아주 좋네요.


맛거리는 맛있는 우리술을 다양하고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술의 가짓수도 많지만, 단지 종류만 많은 게 아니라 매우 엄선된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고,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안주도 허투루 만드는 게 없는 데다, 짝수로 주문하면 할인이 되는 등 가성비도 매우 훌륭하구요.


강서구 화곡동이라는 위치가 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기에 약간의(어쩌면 좀 많이? ^^;) 걸림돌이 될 텐데, 우리술을 제대로 (그리고 알차게) 드셔 보시고 싶다면, 멀리서라도 부러 찾아오실만한 훌륭한 업소라고 자신합니다.


PS : 인근의 지역 대표급 추천 업소로 커피볶아주는 남자도 훌륭합니다. 멀리서 찾아갔는데 맛거리 한 군데만 들르기 섭하시다면 함 가보셔도 좋을 듯요.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1065

02-2602-9997

월~토 오후 5시~새벽 2시 (새벽 1시 주문 마감)

일요일 휴무

블로그 http://blog.naver.com/makorino1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makorino1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지난달 말에 새로 나온 시즌 블렌드 꽃차. 안 그래도 마셔보려고 했고 지인에게 맛있다 얘기도 들었는데, 방문이 좀 늦었고.



아메리카노(4,500). 처음에는 그저 괜찮은 커피라는 느낌이었으나, 천천히 마시고 있자니 진면목이 드러난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무언가 감미료라도 뿌린 듯한 강한 단맛과, 컵 프로파일에 나와 있는 딸기, 건포도 등의 향이 점점 솟구쳐 올라온다. 아주 맛있다. 필히 천천히 드시길 권해드린다.



카페 라떼(5,000). 라떼 또한 아메리카노와 비슷하게, 처음에는 부드러운 느낌만 있다가, 온도가 내려갈수록 단맛과 향미가 도드라진다. 라떼도 맛있으니 아메리카노와 라떼 중 취향에 따라 드시면 될 듯.


3월 중으로는 계속 하실 거라고 하니, 꼭 방문하셔서 드셔 보시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82-16

02-322-5606

월~금 오전 8시~오후 10시

토, 일 오전 10시~오후 10시

홈페이지 http://www.redplant.co.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edplant825

블로그 http://blog.naver.com/redplant


포탈 사이트 지도에도 위치가 나오지 않는 식당입니다. 중국 홍 샤브샤브. 정면 간판에는 가게 이름이 한자로 써있고, 측면에 튀어나온 간판에는 한글로 써있습니다. 찾아가시려면 1층의 '진 원조 닭한마리'를 검색해서 찾아가세요.



원앙 샤브샤브(=화궈. 3만5천). 화궈를 잘한다고 해서 일단 주문해 봅니다. 국물을 마셔보니 홍탕도 백탕도 모두 맛이 좋네요. 보통 홍탕은 쓸데없이 맵기만 하고 깊이는 없거나, 백탕은 닝닝하게 아무 맛도 안 나는 곳이 많은데, 아무 맛도 안 나는 것보다는 맵기라도 한 게 나으니 홍탕에만 집중하게 되곤 하죠. 근데 여기는 홍탕도 백탕도 모두 맛이 괜찮아 취향에 따라, 또는 번갈아가며 먹는 재미가 있네요.


고기는 양고기가 나오는데, 홍탕에 양고기를 익혀서 소스를 찍어 먹으면, 홍탕의 향신료 향과 양고기의 향, 향채와 지마장(깨 땅콩 소스)을 섞은 소스의 향이 어우러져서, 화궈에는 역시 양고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건두부 볶음(1만). 이날 유일하게 감흥이 없었던 요리. 원래 매운 요리가 아닌데 맵게 해달라고 한 게 문제였을까요...



서비스로 주신 송화단 두부(1만). 피탄(송화단)이 너무 작은 조각으로 적게 들어 있어서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는데, 피탄만 따로 맛을 보니 맛이 좀 심상치가 않네요. 해서 피탄만 따로 주문을 해봤습니다.(한국말이 잘 안 통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한 25초 정도 소요한 것 같구요. ^^;)



피탄(메뉴판에는 없는데, 계산서를 보니 1만5천). 메뉴에도 없는 건데 나름 모양을 내고 당근 가니쉬로 장식까지 해서 나왔네요. 먹어보니 바로 이맛이네요. 녹진하니 제대로 삭힌 구린내 나는 피탄. 아주 만족스럽군요. 일전에 연남동 편의방에서도 맛난 피탄을 먹었었는데, 여기 피탄이 근소하게 나은가 싶기도 하구요.



송이 샥스핀(2만5천). 메뉴판에 사진이 너무 지대로라 속는 셈 치고 시켜보자는 일행의 말에 주문을 했습니다. 근데 역시나 가격이 가격이니 메뉴판처럼 통 샥스핀으로 나오지는 않고, 송이는 새송이였구요. 근데 어쨌든 진짜 샥스핀이 들어 있기는 하고 소스도 맛나서 제법 괜찮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주문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



물만두(5천). 정말 가성비 쩌는 메뉴랄 수 있겠네요. 피가 두껍고 소가 많지 않은 스타일이라 육즙이 팡팡 터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맛도 충분히 맛있고 양도 참 푸짐합니다. 두꺼우면서도 부드러운 피와 과하지 않은 맛의 소가, 식사용 만두의 기본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도 들구요.



오이 무침(1만). 음식과 술을 계속 주문하니 서비스를 하나 더 주시네요. 맛있었는데 좀 짜서 밥반찬으로 먹어야지 싶은 느낌이라 많이 남겼구요. 포장해서 집에서 반찬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



새우 튀김(1만5천). 이 집 튀김 솜씨 괜찮네요. 튀김옷이 약간 두껍고 딱딱하지만, 공기가 들어가 부푼 느낌이라, 과하게 딱딱하지 않고 기분 좋게 씹는 맛이 납니다.


사실 이런 식의 식당은 대림, 가리봉, 건대 등에 많은 편이고, 신촌에도 몇몇 가게가 보이기는 합니다만 유명세가 있는 곳은 없다고 볼 수 있죠. 일단 이 가게 같은 경우는 네이버 다음 지도에나 안 나오고 말이죠. 그러다 보니 이리 맛나고 가격도 부담없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맥시멈 두 테이블이 넘는 걸 본 적이 없네요.


애로사항이 있다면 메뉴가 너무 많고 한국말이 잘 안 통하기 때문에, 주문할 때 메뉴판에 손을 짚어가며 주문해야 한다는 점이 있겠구요.(메뉴판은 포스팅 맨 아래 보시길)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감안하고도 남을 만큼 만족스러운 집이라, 다음에 갔을 때는 가게가 좀 북적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음 좋겠네요.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대문구 창천동 57-53

02-322-6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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