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이날 마신 커피는 예가체프(5천 원). 예가체프, 이가체프, 이르가체프 등 가게마다 이름을 달리 쓰는 경우가 있지만, 일단 스펠링은 yirgacheffe. 예가체프의 특징이 어쩌고 산미가 이러쿵 꽃향기가 저러쿵 하는 건 다 접어두시고. 커피맛은 가게마다 다르고(원두를 볶는 스타일과 커피를 드립하는 스타일이 다르니까) 한 가게에서도 사용하는 원두가 바뀌면 맛이 달라진다. 당연하지만 커피는 농산물이고 때문에 그 맛은 일정하지가 않고 수확량도 무한정이 아니다. 와인 업계는 그것을 떼루아 라든가 빈티지 같은 말을 써가며 세일링 포인트로 만들었지만서도. 커피는 콜라가 아니니 교과서적인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곰다방 예가체프에서는 꽃향기가 나지는 않지만 맛있다.(사실 곰다방에서 뿐 아니라 꽃향기가 나는 예가체프를 돈 주고 사 먹어본 지는 기억도 안 나는 까마득한 옛날이기는 하다. 정 드시고 싶은 분은 아주 비싼 원두를 사서 직접 볶아보시든지 하면 될지도...)



그러나 콩이 바뀐다고 해서 커피맛이 180˚ 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커피점은 로스터와 바리스타가 표현하고 싶은 맛의 스타일이 있는데, 콩이 바뀌면 그 스타일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방법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손님이 맛이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최종 완성판의 맛도 그전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이고. 하지만 완성판에는 그 집만의 기조, 스타일, 방향성은 살아있기 마련이라 거기서 동질성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곰다방 커피의 특징 중 하나는 롱~롱~ 피니쉬인데, 다른 집 커피에 비해 피니쉬가 길고 때로는 엄청 길기도 하기 때문에 내 멋대로 롱~롱~ 피니쉬라고 부른다. 이날 마신 예가체프는 롱 피니쉬가 제대로 살아있는 커피였다. 그러니까 커피를 계속해서 벌컥벌컥 마시지 말고, 작게 한 모금 마시고 호흡을 하고 있으면 뒤에 올라오는 향이 길게 이어진다.


글구 맛있는 핸드드립 아이스커피는 빨대로 마시지 마라. 빨대로 마시면 커피가 혀 전체로 퍼지기보다는 목으로 바로 들어가기 마련이고, 따라서 맛을 제대로 느끼기가 힘들다. 살짝 어색하더라도 컵에 입을 대고 마셔보자.



문에는 큐트한 그림이 그려져 있으나 이 문 안쪽에 큐트한 생물은 서식하고 있지 않으니 참고하시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22

홍대 앞 롯데리아 옆 골목

12시-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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