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예전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겠습니다만, 뜻밖에 수준 높은 디저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로변이기는 하지만 눈에 잘 띄지는 않는 2층에 두 라팡(Doux Lapin)이 있습니다.
뽐므 타탕 팬케이크(8,000). 메뉴 이름에서 프랑스식의 맛을 기대하게 됩니다만, 먹어보니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많이 개량된 느낌이라 처음에는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더군요. 사과는 좀 더 익어야 할 것 같고, 시럽은 좀 더 졸여져야 할 것 같고, 팬케이크도 더 진하고 강한 맛이 나야 할 것 같고... 그런데 먹다 보니 이 나름의 맛이 있네요. 부드러운 맛의 팬케이크와, 사각사각 씹는 맛이 살아있는 사과와, 그리 달지 않은 시럽이 서로 어울려 조화로운 맛을 내는데, 서양 음식의 국내 로컬라이징이 아주 잘 된 경우를 보는 것 같군요. 양적으로도 풍족해서 꽤 만족스럽게 접시를 비웠습니다.
플레인 수플레(5,000). 한 마디로 대박이네요. 충분히 오랫동안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과 질감 또한 충분히 제대로 느껴집니다. 가격이 가격이니 바닐라빈의 풍미는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만, 그런 게 별로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 정도의 완성도가 있구요. 오히려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 가격에 이 맛이라면 1인 1수플레는 기본으로 주문해야지 않나 싶네요. 금방 가라앉는 수플레가 더 부드러운 식감 질감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런 점이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이런 가게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먹어도 되는 수플레가 더 큰 미덕을 가질 수 있겠죠.
얼그레이(4,500×2). 커피는 단독으로 마시는 걸 좋아하고, 디저트에 곁들이는 음료로는 차를 선호하는데, 홍차를 같은 걸로 두 잔 주문했더니 티팟에 주셔서 더 좋았네요. 음료 가격도 전반적으로 저렴.
저렴한데 맛있는 것과 맛있는데 저렴한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뉘앙스가 약간 다릅니다. 두 라팡은 후자의 경우겠구요. 순전히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멀리서 찾아가기에는 약간 애매할 수 있겠습니다만, 인근에 있다면 기꺼이 자주 들를 것 같은 곳이네요. 이쪽 부근에 가실 일 있으심, 시간 내서 들러보셔도 좋겠구요. 한창 뜨는 지역에 위치한 곳은 아닙니다만 그 수준은 상당하고, 그만큼 지역 주민들께서 자주 방문하시고 아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시게 되면 일단 수플레는 꼭 드셔 보시길.
맛 평점 (10점 만점)
뽐므 타탕 팬케이크 = 8.4
플레인 수플레 = 8.7
얼그레이 = 8.0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790-24 2층
070-8770-5612
오전 11시~오후 10시30분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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