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홍대 앞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게 해 준 곰다방이 이번 달 14일로 영업을 종료한다.


모카하라를 주문. 무게감 있는 진한 바디감, 살짝 텁텁하고 미세하게 떫은 뒷맛, 모카하라 특유의 달콤한 향 + 캐러멜라이즈된 단맛으로 피니쉬. 여운은 길지 않고... 곰다방 모카하라는 다른 커피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유의 약간 화~한 중간맛이 좋았는데 원두가 바뀌었는지 평소보다 맛이 좀 떨어진다. 그래도 아무데서나 마실 수 없는 맛.


다만 어떤 종류의 맛은 맛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을 업시키기 보다는 가라앉히기도 하는데, 일부 차나 커피 등의 비알코올성 음료에서 그런 맛을 느낄 수 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보이차 같은 경우도 그렇고. 곰다방 커피에서는 그런 가라앉는 맛이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맛을 개인적으로 어른의 쓴맛, 내지는 루저의 맛(-_-)이라고 부르곤 했다. 이날 모카하라는 어른의 쓴맛이 느껴지는 커피였는데, 문제는 이런 맛은 대중들이 맛있다고 느끼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


사실 곰다방 커피의 문제점이라면 바로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맛은 좋지만 전반적으로 맛의 난이도가 높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커피계의 청국장, 커피계의 과메기, 커피계의 홍어, 커피계의 돔배기라고나 할까. 그 맛을 아는 사람은 없어서 못 먹지만 모르는 사람은 한 입 먹기도 힘든 그런. 실제로 커피를 반 잔이나 먹었나 싶게 남기고 가는 손님들을 보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커피 리필 천 원밖에 안하는데 리필하는 손님을 보기도 쉽지 않고.(사실 이건 많은 핸드드립 커피점들의 공통점인데, 암만 맛난 커피를 판다 하더라도 혹여 공짜라면 모를까 단돈 천 원이라도 받고 리필해준다 하면 리필하는 손님은 극히 적다. 맛을 안다면 천 원이 아까울쏘냐. 천 원밖에 안 하는게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련만.)



핀란드제 잔과 받침. 브랜드는 ARABIA인 듯하고. 곰다방은 다양한 종류의 잔에 커피를 내준다. 다른 나라, 다른 회사, 다른 디자인의 잔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곰다방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는데 그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리필은 니카라과로. 모카하라보다 맛도 좋고 밸런스도 잘 잡혔다. 근데 식으니 강한 바디감이 너무 두드러진다. 가스가 덜 빠져서 그런가? 어차피 메뉴판에는 없는 녀석이라 일반 손님들한테 나갈 일은 별로 없다. 나야 새로운 거 맛보고 맛을 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니 별 불만은 없고.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22

홍대 앞 롯데리아 옆 골목

12시-11시

6월 14일까지 영업

근데 곰다방이 다른 걸로 바뀌면 이 지도는 어떻게 되는 걸까...

Der Duft Des Kaffees (2005년 독일, 2006년 8월 한국 초판, 2011년 12월 한국 재판)



커피와 카페 문화가 인문 예술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이 얘기에는 대체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만약 커피가 없어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이 소설은 후자의 질문에 대해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내용인즉슨, 어느 날 독일에서 가장 큰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집단 식중독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은 누가 어째서 일으킨 것이며, 그렇다면 커피를 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만약 커피가 없어진다면...이라는 것인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커피의 역사와 문화, 커피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들에 대해 서술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말하자면 커피가 이렇게 대단한 영향을 끼쳤으니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그런 것이랄까. 따라서 커피 애호가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곳곳에 산재해있고, 그러한 내용들이 책의 재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반대로 커피를 잘 모르는 분들은 재미를 느끼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범인의 추적과 사건의 해결을 중점으로 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를 느끼기에 좋은 방법은 아니다.(사실 본인이 추리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한 탓에 재미를 좀 잃어버린 경우)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커피 덕후의 색다른 커피 예찬론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식견과 애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브리오니는 개인 커피점을 운영하는 커피 로스터인데,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아 커피농장을 방문하고, 자신만의 이상적인 배합을 가지고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는 커피 장인이며, 대형 커피 회사들의 저질 커피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다.(그런 커피는 나도 진짜진짜 싫다.)


라떼나 아메리카노보다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분께서(핸드드립이라도 상관없겠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맛 좋은 개인 커피점들을 찾아다니는 분께서 커피를 소재로 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편 읽고 싶다면 추천드리고 싶다.(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사건이나 범인에 너무 집중하지 않는 것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이다.)


이 책에 나오는 커피의 유럽 전파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책 내용 중 오스만 투르크(터키)가 빈(비엔나)을 침공했을 때 오스만 투르크가 패하면서 남기고 간 커피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왔고(1683년) 그 이후로 유럽 전역에 커피가 퍼졌다는 내용이 있다. 한데, 영국 최초의 커피하우스 '파스카 로제'는 1652년에 생겼고(그 이전에 1637년 옥스퍼드에 커피하우스가 생겼다고도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1645년에(1630년이라고도) 최초의 카페가 오픈했다고 하니 유럽 커피문화의 진원지가 어디였는지에 대해서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아리송한 구석이 있다.(커피의 기원 자체는 아랍의 이슬람 문명이며, 세계최초의 커피 하우스는 1475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에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지만)


어떤 문화가 시작된 지역과 번성한 지역이 꼭 같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긴 하지만, 자세한 문제는 전문 사가들에게 맡겨두어야 할까나.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점심먹으러. 외부 사진을 안 찍었는데 검색하면 다 나오잖아요? ㅎㅎ



버튼업(BUTTON UP)은 남자 쉐프 한 분과 여자 바리스타 한 분, 해서 두 분이 꾸려나가시는 업장입니다. 생화로 만든 센터피스는 바리스타님의 작품.



식사가 나오기 전에 미니샐러드가 먼저 나옵니다. 식전빵이 없는 건 살짝 아쉽지만, 오리엔탈 드레싱이 뿌려진 상큼한 야채로 식욕을 돋워봅니다.(어뮤즈는 계절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 있습니다.)



통삼겹살 먹물 파스타.(1만 원. 지금은 1천 원 오른 듯) 오징어 먹물 파스타에 장시간 조리한 삼겹살 한 토막이 곁들여집니다. 오징어 먹물 맛도 제법 나고 부들부들한 통삼겹은 입에서 살살 녹는군요. 밥 메뉴에 가꾸니 라이스가 있으니 부타 가꾸니(일본식 통삼겹살 찜)를 만들어서 두 가지 메뉴에 사용하시는 듯. 쉐프 혼자서 보다 많은 메뉴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좋습니다. 마늘쫑이 조금 들어가 있는 게 특이한데,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입맛이 환기되는 효과가 있어 좋군요.



이건 이달의 메뉴 계절 채소 파스타였던 듯.(아마도 1만 원) 토마토소스 베이스로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파스타로 보입니다만...(못 먹어본 메뉴라서 말이죠.) 반숙계란(온센다마고)을 위에 올려 맛과 비주얼에 포인트를 줬네요. 부드러운 계란은 언제나 진리죠. ㅎㅎ


튼업은 고정메뉴 외에 매월 바뀌는 이달의 메뉴가 있는데요. 파스타 메뉴 하나, 밥 메뉴 하나를 매월 새롭게 만드신다는.



버튼업의 대표메뉴랄 수 있는 두툼 함박스테이크 파스타.(1만1천 원) 크림소스 파스타 위에 함박스테이크를 얹고 데미그라스 소스를 뿌린 다음 마지막으로 계란후라이를 올립니다. 부드럽게 조리한 계란후라이, 두툼하고 맛난 함박스테이크, 파스타 사이로 간간이 씹히는 베이컨, 크림소스, 데미그라스 소스... 파스타와 함박스테이크가 합쳐져서 내는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느껴지는 그런 메뉴랄까요.



점심은 식사메뉴가 저녁보다 1천 원~2천 원 정도 저렴하고 아메리카노, 아이스티, 콜라, 오렌지주스 등의 음료가 제공됩니다. 원하는 음료 종류는 메뉴 주문받으면서 물어보시는데 저는 식사 후에 마시겠다고 했지요. 식사 마치고 나서 에스프레소 되냐고 여쭤보니 된다고 하셔서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앙증맞은 세트가 나올 줄이야... 의외의 즐거움이 있었다는.



원두는 로스터스빈에서 받아다 쓰신다고 하는데 에스프레소 맛 괜찮네요. 우유 넣어도 어울리는 맛이구요. 커피만 주문하면 쿠폰도 찍어주신다는.


버튼업은 인테리어나 음악은 홍대 분위기, 음식은 일본풍의 오리엔탈 퓨전 양식을 하는 곳입니다. 음식의 스타일은 개성적이면서 음식의 맛은 강하거나 모나지 않은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메뉴의 카테고리도 꽤 넓어서 하야시 라이스, 에비 카레라이스, 로꼬모꼬 등의 밥 메뉴도 갖춰져 있고, 골든 라거 생맥주를 취급하며, 감자튀김에서 해산물 야끼소바까지 안주류 또한 제법 구비되어 있습니다.


버튼업의 음식은 충분히 맛있지만 사실 더 맛있는 가게를 여럿 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버튼업처럼 다양한 메뉴를 수준 이상으로 내면서 가격과 분위기와 맛이 모두 이렇게나 편안한 가게가 또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누구를 만나서(애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무얼 하더라도(식사든 다른 무엇이든) 부담없이 편안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랄까요. 그러니까 심야에는 오픈하지 않는 심야식당 같은...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별 세 개 짜리 맛집도 소중하지만 버튼업 같은 공간의 소중함도 한 번 느껴보시길.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1년 11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6-7

합정역 7번출구 뒤돌아서 직진 우리은행 끼고 우회전100m

12시~9시30분(에서 10시 사이)

점심 40인분 소진시 브레이크 타임

예약 안받고 단체손님 지양

일요일 휴무

블로그 http://blog.naver.com/mavourn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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