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이태원 이슬람 성원을 지나서 우사단길 골목을 한참 들어가다 보면, 계속해서 보이던 젊은 감각의 가게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어느 순간 전형적인 주택가 골목의 모습으로 풍경이 변해간다. 챔프 커피는 그런 지점까지 들어가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참 들어온 것 같은데 안 보여도 당황하지 말고 왼쪽을 살피며 직진.


커피 볶는 로스팅 작업실에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를 파는 정도라 카페 같은 의자나 테이블은 없다.(있기는 있는데 있다고 하기는 뭐한 정도) 그나마 얼마 전에 새로 구한 작업실로 로스팅 머신을 빼가셔서 않을 자리가 좀 생기기는 했다.



BLACK in SOUL 블랜드의 에스프레소.(2,000) 좀 지저분해 보일지 몰라도 맛은 그렇지 않다. 첫맛에는 산미가 뚜렷하게 느껴지나 과하게 시지는 않고, 바디감도 도톰하고, 초콜릿스러운 풍미가 느껴지는 뒷맛도 좋다. 그러면서 과하게 쓰지도 않고 잡미도 없다. 균형 잡힌 좋은 맛이고, 사람들의 입맛이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다. 이 절묘한 균형감 아래서는, 평소에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버릇 하는 분이라도 아마 설탕이 필요 없지 않을까. (요즘에는 설탕을 주지 않는 -따로 요청해야 주는- 집들도 많지만, 마셔보면 설탕이 필요한 경우가...)


반면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너무 중도를 걷는 느낌이 있어, 개성적인 맛과 강렬한 무언가를 원하는 손님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2%의 부족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2천원이다... 어떤 위치 어떤 환경이든 간에 이런 커피를 단돈 2천원에 마실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카페 라떼.(3,000) 라떼도 에스프레소와 마찬가지로 밸런스를 중시하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근데 평을 하려면 한 번 정도 더 맛을 보아야 할 것 같은. 가게를 나와서 생각해보니 일단 어떤 블랜드로 만들어 주셨는지를 제대로 안 봐서... -_-;


이태원 경리단길은 많이들 들어보고 가보고 하셨겠지만, 우사단길은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거다. 경리단길에서의 무언가를 상상하고 오신다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고.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챔프 커피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우사단길 탐방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서울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121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68-26)

월~토, 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서 '챔프 커피'를 검색하면 엉뚱한 곳이 나오니 주의할 것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