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그레이더(Q-Grader)는 커피를 감별하여 등급을 매기는 커피 감별사이다.

큐그레이더 양성 프로그램은 2003년에 시작되었으며,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산하의 교육기관인 CQI(Coffee Quality Institute)에서 주관하여 자격시험을 치르고 있다. 말하자면 16세기부터 커피를 즐기기 시작해 17세기에 카페가 등장했던 유럽이 커피에 대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던 반면에, 18세기 말에 일어난 보스턴 차 사건(1773년) 이후에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여 20세기 말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카페 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미국이, 자국 커피 산업의 발달에 따라 자기들 입맛에 맞는 규격과 시스템의 필요를 느끼고 만든 것이라 할 수 있겠다.(그렇다고 해서 CQI가 악의 축 같은 것은 아니고, 수익의 90%를 커피산업에 환원하는 비영리 단체이며,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무료로 커피 로스팅과 컵핑을 가르치는 등의 일도 하고 있다.)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2011년 현재 전 세계에 1000명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 2008년에는 348명, 2009년에는 700명, 2010년에는 800명 정도로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별 큐그레이더 수는 2009년 자료에 의하면 콜롬비아에 174명, 미국에 80명, 일본에 70명이 있었고, 국내에서는 2008년 8월에 고대 안암동 보헤미안의 서필훈 실장이 처음으로 큐그레이더 라이센스를 획득하였다. 그리고 2009년 3월, 역시 고대 안암동 보헤미안의 최영숙 점장이 국내 2호 큐그레이더 라이센스 보유자가 되었다.

(서필훈 실장은 2009년 말 보헤미안을 나와, 마포구 연남동에 "커피 리브레"를 오픈하여 커피 교육, 원두 수입 및 판매 등을 하며 계속해서 커피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후 국내 큐그레이더는 2009년(10월)까지도 4명에 불과했으나, 2010년(3월) 31명으로 늘어났고, 2011년(5월)에는 60여 명으로 늘어, 최근 2년 사이에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는 국내에 SCAA가 인증한 교육&시험장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강남구 논현동의 루소 커피랩이 2009년 7월 SCAA의 인증을 받은 국내 첫 시험장이 되어, 2009년 11월에 첫 교육 및 시험을 치른 바 있다. 그 후로 종로구 을지로의 아시아스페셜티커피감정사학원(저스트컵커피감정사학원에서 이름 변경), 강남구 도곡동의 커피플랜트, 부산의 JM커피바리스타학원, 강남구 대치동의 카페 골든컵, 여의도의 GKMT, 청주의 로빈커피교육학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SCAA 인증 교육&시험장이 생겨났다.(사실 뒤의 세 군데는 2011년 10월에 인증을 받아, 아직 큐그레이더 시험을 치른 적은 없다.)

이러한 교육&시험장에서는 SCAA가 인증하는 커피 교육과 시험을 치를 수 있는데, 커피 교육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신화적이고 감성적인 교육방식을 벗어나, 수치화된 실증적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시험을 통한 자격증 취득에 대해서는 약간은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격증이 실력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큐그레이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2010년(3월) 당시 큐그레이더의 수가 108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2011년 현재 국내 큐그레이더가 60여 명이나 된다는 것은, 앞으로 심각한 자격증 인플레 현상이 생겨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현재 국내 커피 시장은 엄청나게 커진 반면에, 맛있는 커피에 대한 저변이나 인식은 굉장히 미비한 수준이다. 간단히 말해서, 카페 숫자는 너무나 많은데, 맛있는 카페를 찾기도 힘들고, 맛있는 커피를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서울 시내에서 정말 맛있는 카페를 다섯 군데 이상 댄다면 커피 맛을 좀 아는 사람, 열 군데 이상을 댄다면 부지런한 사람, 열다섯 군데 이상을 댄다면 인심이 후한 사람, 스무 군데 이상을 댄다면 커피 맛을 아는지 의심가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나가는데 큐그레이더가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교육&시험장들의 짭짤한 수입원(자격증을 따는데 대략 300만 원 정도가 든다.)으로 그칠 것인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루소 커피랩에서 치른 국내 첫 큐그레이더 시험 합격자들의 좌담회 기사를 링크한다. 함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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