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지난주 목요일(7월17일)부터 이번 주 토요일(7월26일)까지 칵테일 위크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행사 기간 동안 칵테일 위크에 참가하는 전국 101개의 바에서, 자신들이 선보이고 싶은 몇 가지 메뉴를 자체적으로 지정하여 20% 할인하고 있는데요. 홍대 나갔다가 홍대에서 바 호핑을 하고 있던 트친님과 우연히 연락이 닿아, 홍대의 유명 칵테일바 중 한 곳인 로빈스 스퀘어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극동방송국 삼거리, 베니건스 건너편 건물 지하에 있습니다. 이 앞을 수없이 지나다녔건만, 들어가 보기는 커녕 간판의 글자를 제대로 읽어본 게 이번이 처음이네요. -_-;



'칵테일 위크 메뉴판 있나요?'하고 여쭤보니 칵테일 위크 전용 메뉴판을 주시네요. 메뉴명 아래에는 들어가는 재료들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마이타이(16,000). 원래 칵테일 위크 메뉴에 넣으시려다가 어른들의 사정으로 빠진 메뉴인데, 마스터님과 어찌어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행분이 주문을 하게 됐네요.(메뉴에 없는 건데 할인도 해주시고. ^^;) 근데 카메라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이 좀 엉망...


맛은 '이게 마이타이 맞기는 한데, 마이타이 맞나? 우헬헬. 맛있어, 맛있는데 마이타이에서 이런 맛이 나도 되나?' 싶은, (라가불린이 들어가서) 맛있는데 재밌는 맛이 납니다. ^^;



제가 주문한 더치 마티니(12,000). 사실 처음에는 제가 위의 것을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더치 커피가 들어간 마티니라고 하셔서 맛봐야겠다는 생각에 제가 먹게 됐네요.(이건 사진이 더 엉망... ㅠㅠ) 커피가 들어간 마티니는 에스프레소 마티니가 일반적인데, 특이하게 더치 커피를 사용하기도 하셨고, 더티 마티니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오는 재미도 생각하신 이름이 아닐까 생각이...


맛은... 맛있는데 제 입에는 너무 커피스러운 느낌이 지배적이지 않나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지나면서 술맛이 좀 더 돌출되기는 했습니다만. 일행은 먹어보고 아주 맛있다고. 문제는 제게 맛있는 커피를 먹는 건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



마지막으로 진저 릴리(13,000). 제가 술을 잘 못 하고 전작이 있었던 터라 일행만 한 잔 더 주문했네요. 마스터께서 모히토 비슷하지 않냐는 말씀(걱정?)을 하시는데, 확실히 '모히또 + 생강'스러운 뉘앙스가 지배적이긴 합니다만, 맛있으면 다 좋은... ^^; 특이한점은 복합적인 향미를 위해 빨대 안에 레몬글라스를 넣어서 주시더라는. 빨대 두 개를 꽂아주시는데, 레몬글라스가 들어간 빨대와 안 들어간 빨대가 있으니 둘의 맛을 비교하면서 먹을 수도 있겠구요.


칵테일 위크는 이번 주 토요일까지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기회에 칵테일 한잔 해보시죠. ^^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7-1 지하1층

02-6085-6421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robinssquare

오후 6시30분~새벽 5시

연중무휴

대한민국의 식음료 분야 중 가장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칵테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칵테일은 작업용 술이고 칵테일바는 쇼 보러 가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으레 와인이나 위스키, 사케 같은 것들을 찾기 마련이고, 미식으로 유명한 블로그에서도 칵테일에 대한 포스팅을 보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죠. 대형 포탈의 카페에서 '바'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본적은 있지만, 아무래도 카페라는 곳이 폐쇄적이다보니 별로 눈에 띄지가 않구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해서 먹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맛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 칵테일의 현주소라고 봐야겠죠.

이런 와중에도 맛있는 칵테일을 한다는 몇몇 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 머나먼 강남에 위치한 고로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더군요.

그러던 중 홍대의 'd.still'이 맛있는 칵테일을 내는 최고의 업장 중 한 곳이라 하여 찾아가 보았습니다. 원래는 청담에 계시다가 홍대로 이전을 하셨다는데요. 이제 홍대로 오신지 1년 정도 되셨다는.


까이피리냐(1만원). 브라질의 국민 음료로 알려져있는 칵테일입니다. 사진이 끝내주게 조악하군요. 마음의 눈으로 필터링해서 보시길. -_-;

까이피리냐가 어떤 술인지와 만드는 법은 Juan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를 보시면 자세히 나와있으니 살펴들 보시구요.(다만 이 블로그에 한 가지 오류가 있는데, 레몬이 아니라 라임이 들어가죠. 착각하신 듯.)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빨대를 두 개 꽂아서 주시는데요. 자잘한 얼음이 들어가는 칵테일의 경우 마시다가 빨대가 얼음으로 막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빨대를 여분으로 하나 더 꽂아준다고 합니다. 커플놀이 하라고 그렇게 주시는게 아니라는 거. -_-;

맛은 좋았습니다. 칵테일 잘 만드신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제가 좀 멍청하게 먹는 바람에 제 맛을 느끼질 못했어요. 빨대로 음료를 마실 때 빨대를 음료 윗부분에 놓고 마시는 버릇이 있는데, 까이피리냐는 바닥에 설탕이 가라앉아 있거든요. 때문에 좀 더 저어서 설탕을 섞거나, 빨대를 아래로 넣어서 설탕이 함께 빨려올라오게 먹었어야 했는데, 얼음 들어간 칵테일을 많이 휘저으면 맛이 흐려지기 때문에 일부러 별로 젓지 않고 먹는 습관까지 있어서...(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얼음 들어간 칵테일을 먹을 때 습관적으로 계속 젓고는 하죠. 그래서 한 번은 심하게 젓는 친구 손을 스톱시킨 적도 있다는. -_-;)

결국 수위가 바닥까지 내려와서야 이걸 깨달은 저는 공부가 부족함을 다시 한 번 통감하고...

그런데 일행이 시킨 마가리타(d.still 마가리타. 11,000원)를 한 입 먹어보니, 이건 정말 맛있더군요. 굉장히 입체적이면서 다양한 맛이 나는데, 말하자면 한 번에 네다섯 가지 맛의 파노라마가 좌악 펼쳐지는 그런 느낌. 일류의 칵테일이란 이런 걸까요. 이렇게 제 우물의 벽을 깨뜨리며 조금씩 넓혀가는 일은 언제나 참 즐겁습니다.

사실 d.still은 밖에서 봤을 때는 약간 썰렁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인테리어를 미니멀하게 절제하셔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 안에 들어가보면 아늑하고 심플한 공간에 힙한 음악이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그리고 영업방침이 좀 특이해요. 메뉴에 없는 칵테일은 판매하지 않고(치밀하게 계산된 레시피로 칵테일을 만들기 때문에), 기본안주 외의 안주 메뉴가 없습니다(칵테일 개발과 제조에 집중). 대신 손님이 음식을 업장에 반입해서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물론 지나치게 비매너스러운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는 건 좀 곤란하겠습니다만.

메뉴나 가격 등은 d.still 블로그를 참조하시구요. d.still이 모히토 잘 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만, 그 외의 메뉴들도 다양하게 시도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보통 유명하고 많이 팔리는 메뉴와 가장 맛있는 메뉴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d.still에는 숨겨진 보석같은 훌륭한 칵테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거든요. ^^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 포스팅은 사진 촬영 후 1개월 이내에 기재되었습니다. 


02-337-7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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