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후기를 보면 "조선 선비들의 음식문화를 써 놓고 탐식가 이야기라고 우기는 것 같아 읽는 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저자의 말 그대로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남긴 음식에 대한 기록을 중심으로 당시 음식문화의 편린을 알아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제목에서 기대한 미식적 관점에서의 무언가는 기대에 비해 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저자의 전공이 음식 쪽이 아닌 탓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가끔 눈에 띄고.


미식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내용으로는, 중세시대 서양의 수도원에서 와인과 치즈를 만들었듯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절에서 두부를 만들었다는 것, 오늘날 일식집에서 준사이(じゅんさい)로 부르며 가끔 먹게 되는 순채(蓴菜)가 고려 및 조선시대에는 인기 높은 기호식품이었다는 것(일제시대에 뿌리가 뽑혔고), 승기악탕(勝妓樂湯)스기야키(杉やき) 스키야키(すき焼き)의 상관관계 등이 있다.


(승기악탕 이야기는 조선 요리 승기악탕이 왜관에서 왜인들이 조선 관리들에게 대접하던 스기야키, 스기야키와 비슷한 이름의 스키야키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흥미롭기도 하고 어느 정도 신빙성도 있다고 생각된다. 비슷한 형식의 음식이라면 영향을 받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지금도 어디 가니까 된장찌개에 이런 것도 넣더라 하며 따라해 보지 않나.)


개인적으로 이러한 음식 이야기보다 오히려 더 눈에 띄었던 것은 조선시대 벼슬아치들의 전횡에 대한 부분인데, 양반들 사이에서 큰 문제가 되는 죄를 지어야 비로소 유배를 가고, 그렇지 않은 잘못이나 죄의 벌로는 기껏해야 파직인데, 이게 조금 있으면 복직되고 또 문제 생기면 파직 그리고 다시 복직을 반복하는 벼슬아치들이 왜 이리 많은지.(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게 본인이 조선시대 역사를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 문제인지, 대한민국 역사교육이 정신승리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데서 기인한 문제인지...)


여하간 한 번 쯤 읽어서 나쁠 건 없겠지만, 대단한 내용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는 정도의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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