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리 2012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클릭하시면 PDF 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젤라또와 아이스크림


일반적으로 젤라또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또는 이탈리아에서 아이스크림을 칭하는 단어 정도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아이스크림과 젤라또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젤라또는 둘 다 재료를 휘저어 혼합하면서 온도를 낮추어 만드는데, 재료를 휘젓는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며 그 특유의 질감과 식감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은 휘젓는 속도를 빨리, 젤라또는 느리게 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에는 공기가 많이 들어가고 젤라또에는 공기가 적게 들어가 재료의 밀도가 높아지고 맛이 진해지게 된다.(밀도가 높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에 비해 빨리 녹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든 아이스크림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하겐다즈 등의 고급 아이스크림은 젤라또와 비슷한 정도로 천천히 휘저어 만들기 때문에 진한 맛을 낸다.


또한 유지방의 함량도 다른데, 아이스크림은 이름 그대로 우유나 크림 등의 성분을 넣어 얼려서 만든다. 반면에 젤라또는 우유나 크림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젤라또 중에도 우유를 베이스로 한 제품에는 물론 우유가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과일이나 넛츠류 등)에는 거의 또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이스크림보다는 젤라또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이 오리 간이라면 젤라또는 푸아그라, 아이스크림이 육우라면 젤라또는 1등급 한우라고나 할까.



깨끗하고 순수한 맛, 젤라띠 젤라띠


지금까지 한국에 오픈한 젤라떼리아(젤라또 가게)의 풍경은 쇼케이스 안에 젤라또 통이 여러 개 들어가 있고, 어떻게 생긴 젤라또인지 눈으로 보면서 고를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젤라띠 젤라띠는 뚜껑이 달린 스테인리스 통에 젤라또가 들어있고, 통 옆의 팻말에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가 표기되어 있는 조금 생소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도 두 가지 방식의 가게가 모두 존재하는데, 후자가 온도 유지에 더 유리하고 따라서 맛을 더 일정하게(그러니까 맛있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젤라또 하나를 뜰 때 쇼케이스를 통째로 열어야 하는 전자의 방식이 아무래도 더운 공기의 유입이 더 잦은 건 사실이니 일리가 있는 말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젤라또를 먹어본 바로는 딱히 스테인리스 통에 개별보관을 한다고 해서 맛이 엄청나게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일단 맛을 보고 판단하기로 하고.


젤라띠 젤라띠의 젤라또는 이렇게 개별보관이 되어 있다.


젤라띠 젤라띠 또한 다른 젤라떼리아와 마찬가지로 테이스팅이 가능한데, 테이스팅 스푼에 떠주신 젤라또를 한 입 맛보는 순간 행복과 감동이 입안에서 몸으로 서서히 퍼져가는 느낌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진짜가 나타났다고 할까. 지금까지 한국에 오픈한 젤라떼리아를 모두 뛰어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맛을 보여준다. 원재료를 젤라또라는 형태로 옮겨낸 그 순수하고 깨끗한 맛을 느껴보니, 뚜껑달린 스테인리스 통 정도가 아니라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해서라도 그 맛을 유지해야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더라는. 하지만 역시 젤라또를 눈으로 볼 수가 없다보니, 테이스팅은 커녕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꽤 된다. 용기는 미인을 얻는 데도 필요하지만, 미식을 하는 데도 필요한 법이거늘.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긴 하지만, 젤라띠 젤라띠의 젤라또는 한겨울에 먹는데도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을 그런 맛이다. 맛도 좋지만 진한 풍미가 느껴지면서 동시에 스르르 녹는 그 식감과 질감을 한 번 접해본 분이라면 아마도 동의하시지 않을지. 어쩌면 한 겨울에 홍대 어드메서 줄을 서서 젤라또를 먹는 풍경을 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젤라띠 젤라띠에서는 일단 콘으로 드셔보시길.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콘인데, 콘의 맛도 좋고 콘 속에 맛있는 초콜릿을 넣어주신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이 가격에 이 맛이면 그저 감사할 따름.


주소 : 마포구 서교동 407-8

전화 : 02-3144-3281

위치 : 극동방송국 삼거리서 상수역 방향 세븐일레븐 옆 골목(속칭 클럽 골목)

시간 : 일~목 낮12시~밤11시, 금~토 낮12시~새벽1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