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의 명소 커피가게 동경. 목이 좋지도 않고, 눈에 잘 띄는 것도 아니고, 번듯한 간판도 없는 데다, 심지어 지하에 있어서 밖에서는 안이 어떤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곳입니다. 거기다가 에스프레소 머신도 없어 모든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주시구요. 그런데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식당도 아닌 카페에서요. 대부분의 성공 법칙을 역행하고 있다고 해야 할 텐데,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죠.


오픈 시간은 12시였다가 현재는 1시 오픈으로 변경한 상태입니다. 당연히 12시 오픈인 줄 알고 가셨다가 허탕 치신 분도 계시더군요. 1시에 오픈하는 카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 하고, 그날 쉬는 줄 알았다고.(대부분의 카페가 점심 먹고 커피 마시러/테이크아웃하러 오는 손님 때문에 늦어도 12시에는 오픈을 하죠.)



계단을 내려가서 검은 철문을 열면, 클래식/재즈가 흘러나오는 별세계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하얗게 칠해진 벽과 천장, 그리고 거기에 놓인 브라운 컬러의 가구들은 어떤 복고스러운(살짝은 앤틱한 듯도 한)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그리 느껴지는 데는 아마 LP로 틀어주는 음악이 한몫을 하겠지요.


외부와 단절된 지하라는 것이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번잡한 속세를 벗어나 딴 세상에 와있는 느낌이 드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어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해서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조용조용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더 좋더라는 분도 계시구요. 근데 대화의 볼륨이 약간 올라가도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더군요.


로스터는 터키제 하스가란티.



커피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이런 예쁜 잔에 내려주시는 수준급의 핸드드립 커피가 4천원 밖에 안 하니 더할 나위가 없죠.



그런데 이 가게의 히트 메뉴이자 소위 '인생 커피'로 통하는 것이 바로 이 아인슈페너(5,000). 일반적으로 비엔나 커피라고 알려진 물건인데, 요즘에는 비엔나 커피보다는 아인슈페너라는 본래의 이름으로 파는 가게들이 많아졌죠.


아인슈페너가 가장 유명한 가게는 홍대 밀로 커피가 아닐까 싶은데, 밀로의 것이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산미 때문에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있다면, 동경의 그것은 커피 산미가 더 적고 커피에 크림이 녹아들면서 약간 라떼 같은 느낌이 되어서, 대중성에 있어서는 동경의 아인슈페너가 더 강점을 보인다고 하겠습니다.



아몬드 모카 자바는 아인슈페너 다음으로 인기 있는 메뉴인데, 아몬드 시럽과 초콜릿이 들어간 커피구요(5,000). 개인적으로 아인슈페너는 맛있게 마셨습니다만, 아몬드 모카 자바는 커피 맛을 가리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좀 별로였는데, 이쪽이 더 좋다는 분들도 꽤 계시구요.


손님들 주문은 대략 60% 이상이 아인슈페너, 아몬드 모카 자바가 20~30%, 그리고 나머지 메뉴가 10~20% 정도 되는 느낌이더군요.


지난주 토요일 커피가게 동경이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와 다시금 문을 열었습니다.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잊지않고 찾아주신 고마운분들 덕분에 지금껏 커피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할수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동경을 아껴주시는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저는 정성드린 커피로 보답하겠습니다

Posted by 커피가게 동경 on 2015년 7월 21일 화요일


커피가게 동경은 2013년 8월에 오픈한 가게로, 원래 인근 지상 1층에서 테이블 2개로 영업하던 아주 조그만 곳이었는데, 2015년 7월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며 그 후 단 몇 개월 만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11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을 제외한 다른 SNS나 블로그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다는 것이고,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찾아온(것으로 추정되는) 손님의 상당수가 '힙스터'라고 부르면 딱 알맞을 것 같은 어떤 외형적 특징들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점이죠.


제 첫 방문은 작년 10월이었는데, 그때도 이미 평일 낮에도 자리가 별로 없고, 저녁 무렵에는 웨이팅이 생기더군요. 이상야릇한 위치에, 잘 보이지도 않고, 더군다나 지하라 좀 한산할 줄 알았더니만 완전 오산이었고 참 놀라웠구요.



얼마나 바쁘셨는지 작년 11월 30일부터는 오픈 시간을 12시에서 1시로 늦추고, 일요일 하루 쉬시던 걸 일요일 월요일 이틀 휴무로 바꾸셨죠. 그런데 그러고부터는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구요. 지금은 항시 웨이팅이 있다 보니, 웨이팅할 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자리가 나면 연락을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더군요. 그런데 식당도 아니고, 커피 한 잔 마시자고 이렇게 줄을 서고 웨이팅 리스트를 적어가면서 부러 찾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나름 고민해본 결과, 커피가게 동경에는 작은 카페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어떤 포인트들이 잘 구현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맛도 좋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공간적 체험이 즐겁고(분위기가 좋고), 유명한 시그니처 메뉴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작은 가게들은 앞의 두 가지에는 어느 정도 신경 쓰고 구현하는 곳이 많다 하겠지만, 뒤의 두 가지에는 충분히 신경 쓰지 못하거나, 다수의 고객에게 명확한 반응이 나올 정도의 완성도는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동경은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이 모두 완성도 있게 구현되었을 때, 목의 한계/자리의 한계를 어느 정도까지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하구요.


물론 망원동은 망원시장을 비롯한 여러 가게들이 어떠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그러한 생태계가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너지가 별로 없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서울 시내 어디에 갖다놔도 일정 이상의 인기를 끄는 업소가 되었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작은 카페, 특히나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 곳 중에서 이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는 업소는 보지 못했던 것 같고, 소비자들에게도 물론 좋은 곳이지만, 작은 카페를 하고 계신/하시려는 분들이 참고로 삼을만한 가게가 아닐까 하네요.


맛 평점 (10점 만점)

핸드드립 = 7.5~8.6

아인슈페너 = 8.6

아몬드 모카 자바 = 8.0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10월과 11월에 수차례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올해 1월에도 갔는데, 웨이팅이 넘 많아서 걍 나왔습... -_-;)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410-1

070-4845-0619

낮 1시~저녁 10시 (라스트 오더 저녁 9시)

일요일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http://dongkyung.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커피가게-동경-785847201468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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