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카페 보통이 8월 9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합니다.



보통이 문 닫기 전에 마셔봐야 할 커피는, 단언컨대 에스프레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최고로 꼽는 에스프레소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원두는 커피 그래피티의 라벨 오(Label O) 블렌드를 사용하는데, 복잡한 맛과 향을 미덕으로 삼는 게 일반적인 커피 업계에, 모던한 심플함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블렌드라 하겠습니다.


단, 아무것도 가미하지 마세요. 설탕도 우유도 물도 넣지 마세요.


그렇게 드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 8월 9일은 저녁 7시까지 영업합니다.

밀로 커피의 블렌드 티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전부터 들어오긴 했지만, 언젠가 마셔봐야 할텐데 생각만 때때로 했을 뿐, 실제 마셔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네요.



간결한 설명이지만, 마셔보면 메뉴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도 생각이 되구요.



차를 입에 머금는 순간 단맛이 입안을 직격합니다. 이런 세기의 단맛이 날 줄은 생각도 못한 정도의 강한 단맛에 약간 얼떨떨해질 정도. 그 뒤로 국화향과 꽃향이 만발하며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살짝 화~한 느낌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이 차 물건이네요. 두 모금 세 모금 마시다 보면, 첫 모금의 그것과는 느낌이 약간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 강렬함에는 여전히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차를 마신 후 맹물을 마셔도 차 맛과 향의 여운이 느껴질 정도. 다만, 강렬한 향 때문에 허브티에 익숙치 않은 분께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네요.


최근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의 비커피 메뉴 매출이 점점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건 상당수 개인업장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구요. 사람들이 카페를 가는 목적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만이 아니고, 커피 외의 메뉴를 즐기는 사람들도 카페에 많이들 가니까 말이죠. 해서 요즘 커피점들은 커피에 신경쓰는 만큼이나 비커피 메뉴에도 신경을 쓰는데, 제가 지금까지 마셔본 커피점의 비커피 음료 중 밀로의 블렌드 티가 가장 훌륭한 것 같네요.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라도, 커피와는 다른 색다른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한 번 도전해보시길.


맛 평점 = 9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70-32

02-554-3916

낮 1시~저녁 11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illocoffeeroasters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미디엄 바디의 산미가 느껴지는. 그러니까 산도가 꽤 있는 편인데, 그에 비해 산미가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다. 조금 있으면 황설탕 느낌의 단맛이 올라오며, 산미와 어우러져 새곰달곰한 맛이 나는 게 좋다. 피니시는 단맛, 신맛, 구수함이 차례대로 또는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오묘하다. 중상급자용 커피. 가벼운 산미와 단맛이 돌고, 오묘한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 향도 오묘하다. 예전에 이심에서 마신 이디오피아 구지 시다모 내추럴과 비슷한 뉘앙스가 느껴지나, 그보다 여리고 부드럽고 세련된 맛이다. 아주 훌륭하다.



평범 무난한. 상당히 가벼운 느낌. 좀 진한 보리차스럽달까. 아이스라서 그랬을까? 구수한 단맛 외의 별다른 특징은 느껴지지 않는다. 진한 커피 못 드시는 분이나, 드립 커피 초심자들이 드셔야 할 듯. 시럽을 넣으니 좀 더 괜찮았다.



산미 뒤로 초콜릿과 커피가 합쳐진 풍미가 강하고 길게 뻗어 나간다. 피니시로는 코코아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먹을 때 느껴지는 뒷맛(신맛)이 느껴진다. 이디오피아 리무와 더불어, 이 또한 아주 훌륭한 커피. 다음에는 따듯한 드립으로 마셔보고 싶다. 그냥 먹어도 좋고, 시럽을 넣어도 좋다.


요즘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매장에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베리에이션 뿐 아니라 핸드 드립도 메뉴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콩이 좋고(비싸고) 잘 볶는다고 핸드 드립 커피까지 자동적으로 맛있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고. (잘 볶는 것도 쉽지 않지만)


하지만 핸드 드립만 전문으로 하는 이심은, 확실히 예전부터 남다른 면이 있었다. 이심의 커피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초기에는 개성만 있었다면, 최근에는 그 개성을 깎고 다듬어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느낌이라 말한 적이 있다. 근데 이번에 방문해보니, 그 수준을 더욱 끌어올려, 이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핸드 드립의 오묘한 맛을 표현해내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신 것 같다. 그 오묘한 맛을 글로 표현하기 힘들어 커피 맛 설명이 부실하니 평점을 참고하시길.


요즘 가는 곳마다 커피 맛이 좋아져서 참 놀랍다.


PS : 커피볶는 곰다방이 계속 있었더라면...


맛 평점 (10점 만점)

동티모르 오가닉 = 8.5

이디오피아 리무 = 8.9

이디오피아 이르가체프 = 8

르완다 두쿤데카와 무사사 = 8.9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5

070-4235-5050

낮 1시 즈음~저녁 11시(마지막 주문은 저녁 10시)

수요일 휴무


탄탄면 공방.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상 맛집입니다만, 실은 예전에 분당에서(그 이전에는 대치동에서) 면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시던 라멘집이, 메뉴 중 탄탄면만 가지고 재오픈한 곳인 모양입니다.



요즘 6천원짜리 식사 메뉴 만나기가 쉽지 않죠.



탄탄면(6,000). 참깨 페이스트(라고 추정되는)의 고소한 맛 덕에 살짝 느끼합니다. 거기에 맞설만한 향신료와 매운맛이 돌아야지 않을까 싶지만, 고소한 맛을 슬쩍 받쳐주는 정도로 억제한 느낌이구요. 메뉴판에 나와있는 대로 한국인의 입맛에 (거부감이 들지 않게) 맞춤 조리한 탄탄면인 듯요. 그렇다고 맛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콩국수와 매콤한 크림소스 파스타를 합친듯한 뉘앙스의 맛이랄까요.



카라이 탄탄면(6,000). 일반 탄탄면이 느끼한 거 못 드시는 분께 살짝 버거울 수 있다면, 카라이 탄탄면은 매운맛을 좀 더 가미해서 느끼함을 줄여줍니다. 그렇다고 매운맛 좋아하는 분들이 선호할 정도의 강한 매운맛이 도는 건 아니구요.



면은 살짝 덜 삶는 게 더 맛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반찬으로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볶음김치를 덜어 먹으면 되는데, 먹어보니 너무 달아서 과연 탄탄면과 어울릴까 생각이 들었지만, 적어도 생김치보다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먹다보면 계속 손이 가는 게, 의외의 중독성도 있구요.(다만 단맛 질색하는 분이라면 반찬 없이 드셔야 할지도...)


향신료 풍미가 제대로 느껴지는, 또는 엄청 매콤한 탄탄면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맛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타협한 맛이라고는 해도, 맛 자체는 괜찮은 편이고, 부담없는 가격도 매력적이네요. 다만 그릇 입구가 너무 좁아서, 먹을 때 팔과 어깨가 자유스럽지 못한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게 불편하더군요.


한국서 (라멘을 변형한) 라멘집 탄탄멘이 아닌 참깨 페이스트가 들어간 탄탄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흔치 않고, 재방문 용의도 있을 정도의 맛은 내는 가게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맛 평점 = 8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16-3

02-3144-7800

오전 11시~오후 9시

휴일 없음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레드 오리진 아메리카노(3,500). 산미 있는 블렌드인 레드 오리진이 좀 바뀌었다고 페이스북에서 보기는 했는데, 부러 맛보러 간 건 아니었지만 마셔보니 맛이 한층 더 좋아져서 약간 당황. 안 그래도 몇 달 전부터 레드 플랜트 커피들이 전반적으로 레벨업이 돼서 그에 대해 포스팅도 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리 더 스텝업을 하실 줄이야.


오렌지스러운 시트러스한 상큼함이 먼저 느껴지고, 중후반부터 초콜릿 함량이 높은 밀크 초콜릿 같은 풍미가 느껴지는데, 예전 레드 오리진이 산미가 있는 커피였다면, 이번 레드 오리진은 산미'도' 있는 커피라고 할 수 있는. 예전 레드 오리진이 밝고 상큼한 느낌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어울리는 맛이었다면, 이번 레드 오리진은 밝은 느낌은 약간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밸런스를 맞추고 맛의 깊이를 더했다고 하겠다.


시럽을 넣어도 맛이 괜찮은데, 전반부의 오렌지 풍미가 복숭아 풍미로 변하며 복숭아티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후반부의 초콜릿 풍미는 좀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충분히 느껴지고.



레드 오리진 아이스 핸드 드립(6,000). 의도하신, 표현하고자 했던 맛은 아메리카노보다는 핸드 드립에서 느껴지는 맛이라 하셨는데, 마셔보니 확실히 페이스북에서 본 테이스팅 그래픽의 그것과 부합하는.


스파클링 썸머 블랜드 종료!^^새로운 생각과 맛에 대한 표현레드플랜트가 추구한 레드오리진더 풍성하고 더 조화롭게Mormora natural specialty 40%Koke honey specialty 20%Guatemala san patricio 40%

Posted by 레드플랜트 on 2015년 6월 16일 화요일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비해 산미도 초콜릿 풍미도 좀 더 여러 가지를 담아서 와이드하게 펼쳐낸 느낌. 반면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맛이 좀 더 응축된 느낌이고. 페이퍼필터 핸드 드립은 오일을 걸러내 깔끔하고, 아메리카노는 오일에서 나오는 진하고 입자감 있는 느낌이 좋았고. 개인적으로 아메리카노에 점수를 더 주고 싶은.



커피 음료 주문시 아메리카노 한 잔 리필이 되기에, 바디빌더 아메리카노를 주문. 어쩌다 보니 제대로 된 사진이 없어 한쪽 구석에 찍힌 걸 크롭했는데, 좀 비루해 보이지만 이해해주시길.


산미 있는 레드 오리진과 고소한 바디빌더가 레드 플랜트의 양대 블렌드인데, 바디빌더가 바뀌었다는 정보는 접하질 못해서 리필을 뭘로 할까 고민 중에 바디빌더도 바뀌었다 하시어 주문을.


맛을 보니 바디빌더도 레드 오리진 만큼이나 맛의 변화와 발전이 있었는데, 일단 앞에서 너티함이 살짝 치고 나가는 와중에 강한 다크 초콜릿 풍미가 그 뒤를 바짝 따라붙고, 초콜릿 풍미 뒤에 쭉~~ 나오는 설탕 단맛이 참 기분 좋았고. 우유랑 붙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맛이었는데, 사장님 말씀도 그러하셔서 다음에는 아이스 라떼를 먹어볼 예정.


밥먹고 그냥 커피 한 잔 하러 들렀다가, 예상치 못한 즐거움에 기분이 아주 좋아졌고. 예전에 가보신 분들도 다시 한 번 방문하셔서 이것저것 드셔보심 좋을 듯.


맛 평점 (10점 만점)

레드 오리진 아이스 아메리카노 = 8.8

레드 오리진 아이스 핸드 드립 = 8.5

바디빌더 아메리카노 = 8.8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82-16

02-322-5606

월~금 오전 8시~오후 10시

토, 일 오전 10시~오후 10시

홈페이지 http://www.redplant.co.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edplant825

블로그 http://blog.naver.com/redplant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사실 이틀 전에 퀸 블렌드의 라떼를 마셨었다. 아주 훌륭했는데, 아이스로 마시면 더 좋을 것 같아 재차 방문.



퀸 블렌드 카페 라떼 8온스(4,500). 밝고 부드러운 산미 뒤로, 베리 향이 퐁퐁 솟아오른다. 적당한 단맛도 느껴지고. 베리 향이 굉장히 강렬한 색깔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데, 양적 질적으로 굉장히 풍부하게 느껴진다. 주실 때 온도도 그리 높지는 않지만, 좀 더 온도가 내려가면 향이 더 강하게 올라오니 천천히 드셔 보시길.


(라떼는 8온스와 12온스 두 종류가 있는데, 들어가는 우유의 양에 차이가 있고 그래서 맛도 달라진다. 주문할 때 주의하시길) 



에스프레소 토크 블렌드 아이스 아메리카노(3,500). 퀸을 마시러 왔는데 어쩌다 보니 에스프레소 토크를 먼저 마시게 된.


먼저 다가오는 느낌은 달다, 정말 달다, 진짜 달다. 아주아주 단맛이 중점적으로 느껴지는 가운데, 고소한맛과 쓴맛이 뒤를 받쳐준다. 직관적으로 매우매우 맛있다는 느낌이 드는 맛. 목넘김 뒤로는 캬라멜스러운 피니쉬가 길게 길게 이어진다. 사실 맛보려고 한 커피가 아니었는데, 생각도 않은 횡재를 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감탄스럽고 훌륭한 커피였고.


예전에 에스프레소 토크의 아이스 라떼를 마신 적이 있는데, 설탕 한 방울 안 넣은 커피가 캬라멜 시럽을 듬뿍 넣은 맛이 나서 감탄하며 맛있게 마셨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도 여기에 물 대신 우유를 넣었으면 그런 맛이 났겠구나 싶은 느낌이 바로 느껴진다.



퀸 블렌드 아이스 라떼(4,500). 퀸에 찬 우유와 얼음을 넣으니, 과일 풍미가 단박에 풍성하게 다가온다. 한 입 마시고 난 사람의 입에서 과일 향이 진동을 할 정도.


따뜻한 라떼에서 베리 향이 느껴졌다면, 아이스 라떼에서는 과일 향의 뉘앙스가 좀 다르게 느껴지는데, 그게 그때그때 감각의 차이에 기인하는지, 온도 차에 기인하는지, 익숙함에 기인하는지는 둘 다 한 자리에서 재차 맛봐야 알 것 같고.


부드러운 산미와 풍부한 과일 향, 은은한 단맛이 아주 훌륭하다.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가 않고.



퀸 블렌드 아이스 아메리카노(3,500). 밝고 화사한 산미 뒤로 풍부한 과일 향이 넘치게 다가온다. 과일 향의 캐릭터는 복숭아, 살구, 자두 등의 향을 뭉뚱그린 후 톤 다운을 시킨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게 무슨 과일인지 쉬이 다가오지 않기도 하는데, 적어도 시트러스나 베리는 아니라는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으실 듯.


앞에서도 얘기했던 대로 향의 컬러가 강렬하지는 않은데, 양적 질적으로는 굉장히 풍성하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우아하게, 마시는 사람을 황홀경으로 밀어 넣는달까. 과일 향 뒤로는 단맛이 올라오는데, 과일 향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과일 향과 캬라멜 향이 짬뽕이 돼서 약간 감초스러운 뉘앙스의 단맛이 느껴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도 쓴맛은 느껴지지가 않는데, 쓰고 자극적이고 돌출되는 강한 맛이 커피의 남성성을 나타낸다면, 퀸의 부드럽고 풍부하면서 충만한 맛은 커피의 여성성을 극대화한 느낌이다.


블랜드 퀸 퀸 블랜드는 커피를 접하는 순간, 과일의 상큼함과 달달한 향으로 시작해서 부드럽고 임팩트있는 에프터까지 '계속해서 생각나는 커피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블랜드를 만들고 마치 고대 여왕들의 커피가 이런...

Posted by Champ Coffee Roasters on 2015년 7월 1일 수요일


작년의 퀸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고, 완성도와 레벨은 더 향상됐다. 한동안 퀸이 없었는데, 이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생두가 아무 때나 있는 게 아니라서. 지금 있는 생두도 물량이 소진되면 언제 다시 맛볼 수 있을지 모르니, 있을 때 많이들 마셔두시길.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 그 레벨이 극에 달하면, 맛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맛을 표현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훌륭한 싱글오리진을 볶고 내리는 것이 재료의 맛을 어떻게 표현해낼까의 문제라면, 훌륭한 블렌드를 볶고 내리는 것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맛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고. 전자와 후자 사이에 우열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에 비해 후자가 좀 더 희귀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싶고, 그런 의미에서 챔프 커피의 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부러 찾아 마실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맛 평점 (10점 만점)

퀸 카페 라떼 = 8.8

에스프레소 토크 아이스 아메리카노 = 9

퀸 아이스 라떼 = 9

퀸 아이스 아메리카노 = 9.3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79-44

010-8899-4516

월~금, 오전 8시~오후 8시

토, 오전 10시~ 오후 8시

라스트 오더 오후 7시30분

일요일 휴무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헬카페가 옆 돈가스집을 터서 확장을 했다. 겉 보기엔 여전히 우중충(^^;)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몰라보게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300%쯤 좋아진 채광으로 가게 안이 완전 환해졌고, 새로 구입한 스피커와 넓어진 공간의 하모니로 인해, 가게 안에 울려퍼지는 음악이 한층 더 웅장하고 우아하게 느껴진다.



블렌드 핸드드립 스트롱(7,000). 블렌드 핸드드립을 콩 많이 물 조금 해서 내린 메뉴. 작은 잔에 나온다. 아주 예전에 마셔봤는데, 오랜만에 마셔보니 예전보다 완성도가 올라간 듯.


맛은 일단 굉장히 쓰다. 상당한 단맛이 베이스로 깔려 있는데, 그 이상으로 엄청나게 농축된 쓴맛 덕에 단맛의 흔적은 잘 느껴지지가 않고. 거기에 농도 짙은 감칠맛이 쓴맛과 어우러져 무겁고 단단한 지옥(헬)의 변주곡을 연출한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수묵화로 그려낸 것 같달까.



쓰고 진한 커피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매니아층도 있을 것 같지만, 그게 지나치게 극단까지 간 듯도 하여, 호불호가 갈릴 맛일 것이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본인도 블렌드 핸드드립 노말로 충분한 느낌.



헬라떼(5,000). 언뜻 느끼기엔 평범한 라떼 같기도 한 그런 맛.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미디엄 바디의 깔끔한 라떼라고 평하기 쉬울 듯한.


그런데 이 미디엄 바디의 목넘김 뒤로, 쌉쌀 고소 새곰 달근한 풍미가 연달아 올라온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이 풍미들이 메아리처럼 (조금 줄어든 볼륨으로) 다시 입속에 울려퍼진다. 다음 번 메아리는 좀 더 작게, 그리고 그 다음은 더 작게.


생각 이상으로 맛있고 재밌는 커피였지만, 이 맛을 온전히 느끼고 맛있다 느낄 분이 얼마나 계실까 싶기도 하고. 앞서 마셨던 블렌드 핸드드립 스트롱이 호불호가 갈릴 커피라면, 이날의 헬라떼는 난이도가 있는 커피라고나 할까.


헬카페의 커피는 좀 더 좋은 맛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느껴지고, 새로 확장하면서 좌석이 많이 늘어난 것은 물론 분위기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많이들 방문하셔서 좌석 꽉꽉 채워주시라.


맛 평점 (10점 만점)

블랜드 핸드드립 스트롱 = 9

헬라떼 = 9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010-4806-4687

월~금, 오전 8시~저녁 10시

·일, 낮 12시~저녁 10시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에스프레소(4,500). 예전보다 파워풀한 느낌이 덜해 약간 아쉬웠는데, 블렌드를 좀 바꾸셨다고. 마실 때 처음과 끝에서 느껴지는 텐션에 비해 가운데가 조금 비어있는 느낌.



몽블랑(6,500). 밀로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크림을 적당히 떠먹고 나서, 크림과 커피를 같이 즐기는 것이 좋다. 가게에서 직접 소량으로 그때그때 만드는 생크림의 맛과 질감은, 맛있는 것을 넘어서 실로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생크림을 적당히 떠먹고 크림이 소량 떠있는 채로 커피를 마시면, 생크림의 유분이 관능적인 부드러움으로 입과 혀를 감싸고, 상큼한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의 시간차 공격이 유분을 정돈하고 입안을 씻어준다. 기분 탓인지 아님 뭔가 이유가 있는지, 이날 유독 맛있게 느껴졌던 것도 같고.



커피 메뉴 주문 시 2천 원을 추가하면 아메리카노로 1회 리필이 가능하다.(아이스도 가능) 리필은 보통 싱글 오리진으로 해주시는데, 이날은 니카라과로 내려주셨고.


다크한 산미가 먼저 다가오고, 중간맛은 쌉쌀 고소하고, 달고 묵직한 뒷맛이 아주 좋다. 특히 고소한 맛과 향이 매우 풍부하게 느껴지는 게 인상적인데, 일행이 이를 표현하기를 '콩맛이 난다'고 하더란.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아이스에서와 비슷한 뉘앙스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아이스에 비해 맛이 밋밋하다. 날이 더워 아이스에 적합하게 맛의 포인트를 잡으신 걸지도.


전에도 얘기했지만, 밀로의 몽블랑은 평소에 크림 올라간 커피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메뉴고 부러 맛볼만한 가치가 있다. 단, 아이스보다는 따뜻한 쪽을 추천하니 참고하시고. 리필 아메리카노는 콩이 고정적이지 않으니, 주문할 때 뜨거운 게 좋을지 아이스가 좋을지 추천을 부탁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니카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참 맛있었다.


맛 평점 (10점 만점)

에스프레소 = 8

몽블랑 = 9

아이스 아메리카노 = 8.5

아메리카노 = 7.5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70-32

02-554-3916

낮 1시~저녁 11시

지하철 2호선 을지로 3가 역과 4가 역 사이 골목에 위치한 산수갑산. 숨어있는 맛집이라기에는 유명세가 있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으로 엄청 유명하다고 볼 수는 없는 곳입니다. 일단 제가 아는 바로는 맛집 가이드북이나 맛집 소개 사이트, 어플 등에는 올라온 곳이 없구요. 미디어의 소개 기사가 있나 검색해봐도 나오는 게 없네요.(개인 블로그에는 올라온 곳이 꽤 있습니다만)


가게 이름은 사실 '삼수갑산'이 맞는 표현입니다만, 여기 말고도 산수갑산이라는 이름의 가게들이 꽤 있는 것 같더군요.



순대 전문점이 대부분 그렇듯 메뉴판은 단출합니다. 요즘 물가 생각하면 가격은 저렴한 편.



순대모듬×2(28,000). 대창순대, 머릿고기, 내장부속이 섞여져 나옵니다. 그런데 대창순대라는 것이 흔하지 않은 물건이다 보니, 산수갑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창순대에 방점을 찍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순대도 물론 뛰어납니다만 이 순대모듬(표준어는 '모둠')의 백미는 내장부속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내장부속 중에서도 귀와 간이 정말 맛있는데, 특히 귀를 가장 맛난 부위로 꼽고 싶네요. 졸깃하고 존득한 젤라틴질과 부드러운 저항감이 느껴지는 연골의 하모니는, 잘 삶아낸 돼지 귀는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구나, 산수갑산에 안 갔으면 돼지 귀가 가진 포텐을 평생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마저 드는 맛이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귀를 안 주신 날이 있어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 후에 귀를 내주셨는데, 평소보다 오버쿡이 됐는지 영 딱딱한 것이, 상태가 별로라 안 주셨구나 싶었네요.)


간도 정말 일품인데, 매트한 느낌은 들지만 퍽퍽하지는 않은, 그러면서 농후한 맛이 혓바닥에 코팅되는 느낌이 너무 훌륭합니다. 여기에 촉촉한 머릿고기와 쫄깃한 대창순대, 암뽕(새끼보), 돈설, 오소리감투 등도 모두 퀄리티가 좋아, 이렇게 다양한 맛과 식감을 맛나게 즐길 수 있는 순대모둠이 또 있을까 싶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맛 좋고 촉촉하게 삶아낸 만큼 약간의 와일드한 풍미가 남아있기도 하니, '나는 비위가 안 좋아서 평소에 순대국도 안 즐기지만 여기는 맛있다고 하니 함 먹어보겠다.'는 분 혹시 계시다면 참고하시구요. 대창순대의 경우 대창이 얇은 부위도 있고 두꺼운 부위도 있는데(얇은 건 대창, 두꺼운 건 막창이라는 얘기도), 쫄깃한 맛이 좋으시다면 두꺼운 부위 위주로 주실 수 있나 주문해보시고, 두꺼운 부위가 너무 질긴 것 같아 싫다는 분은 반대로 얇은 부위로 달라 주문해 보세요. 저는 두꺼운 부위를 좋아합니다만.



순대국은 보통으로만 주문해도 건더기가 아주 푸짐합니다. 순대모둠에는 나오지 않는 부위도 일부(허파 등) 들어가 있구요.(허파도 잘 삶아내니 맛나더군요.) 그런데 국물의 진하기가 약간 오락가락하는 느낌이 있어, 국물이 진할 때는 순대국만 먹어도 매우 만족스러운데, 그렇지 않은 날은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구요.(국물이 진한 날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찐한 느낌이 드는 건 아니고, 보통으로 진하지만 충분히 맛있는 정도? 한가한 토요일과 공휴일이 국물 연한 것 같기도 하고) 국물 맛이 진하든 연하든 냄새가 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가시는 분에게 추천하는 안전빵(?) 메뉴는 순대정식이 되겠습니다. 위 사진이 순대모듬(14,000)인데, 이것의 절반 분량이 밥(&국물)과 함께 나오는 게 순대정식(8,000)이죠. 실제로 순대정식 2인분 주문하면 이와 동일한 양과 구성의 것이 나옵니다. (저녁에는 순대정식 주문을 안 받는다는 얘기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산수갑산은 정말 훌륭한 가게고, 보통으로 맛있을 때도 완전 맛있지만, 정말 맛있을 때는 남한에서 여기보다 맛있는 순대집은 없을 것 같을 정도로 맛나더군요.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산수갑산이 소개된 콘텐츠는 개인 블로그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수많은 맛집들을 맛집 가이드북이나 사이트, 어플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 맛있는 가게가 소개된 맛집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 (그리고 엉뚱한 가게들은 참 많이들 소개한다는 점이) 한국 미식씬의 문제 중 하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프랑스나 일본에서라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나 타베로그 평점 4점 이상의 가게가 아무런 맛집 콘텐츠에도 소개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될까요? (미슐랭이나 타베로그의 신뢰도에 대한 건 다른 문제겠구요.)


맛 평점 = 9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1월, 3월, 4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중구 인현동 1가 15-4

02-2275-6654

오전 11시~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프릳츠에서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판매중이라 하여 방문.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역시 오늘, 아마도 내일의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엘살바도르 - 킬리만자로 농장 - 케냐 SL28 고마워, 아이다. And also today's or two days' single origin espresso. El Salvador - Kilimanjaro - Kenya SL28Thanks, @aidabatlle

Posted by 프릳츠 커피 컴퍼니 - Fritz Coffee Company on 2015년 5월 14일 목요일


오늘 그리고 아마도 내일의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코스타리카 - 라 삐라 - 라 엔트라다.고마워요, 돈 카를로스. Today's or two days' single origin espresso. Costa Rica - La Pira - La EntradaGracias, Don Carlos.

Posted by 프릳츠 커피 컴퍼니 - Fritz Coffee Company on 2015년 5월 14일 목요일


엘살바도르와 코스타리카 중에 엘살바도르 에스프레소를 주문.(3,800)




미디엄 바디의 산미로 시작해서, 산미가 더 강하게 느껴지다 딱 끊어지고, 잠시 후 상쾌한 쓴맛이 짧게 치고 들어온다. 견과류의 고소함과 캬라멜의 단맛이 길게 길게 이어지는 후미의 여운이 참 아름답다.


아주 훌륭한 커피인데, 언제까지 판매하실지는 모르겠고. 있을 때 어여들 드셔보시기를.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9-7

서울가든호텔(구 홀리데이 인 서울) 옆 골목

02-3275-2045

평일, 오전 8시~밤 11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0시~밤 11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ritzcoffee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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