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잔뜩 들어간 국물은 시원하고, 연근해 오징어를 위시한 해물 건더기도 조리 상태가 부드럽고 괜찮습니다. 문제는 면이 너무 퍽퍽하고 푸석하다는 거. 밀가루와 반죽기가 있으니 자가제면을 한다는 건데, 이 면은 마치 밀가루 반죽을 면 모양으로 그저 썰어만 놓은 느낌입니다. 밀가루 면이라면 글루텐 형성에 의한 탄력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 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즉, 자가제면을 하는 이유는 단지 단가를 줄이기 위함일 뿐이고, 면의 퀄리티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거지요. 어디다 면 납품하는 곳이 이런 면 들고오면 바로 반품처리될 겁니다.



홍대에는 홍콩반점이 두 개 있는데, 이번에는 다른 지점에 가서 짜장면을 먹어봤습니다. 포스터에는 불맛의 진수라고 써놨는데, 쓸데없이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탄맛이 들어가서 맛을 살리기는 커녕 해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달아요.(저 단 거 잘 먹고, 동네 배달 짜장면도 맛있게 먹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면은 지난 번 짬뽕의 그것과 똑같아서, 푸석하고 퍽퍽한 면과 탄맛나고 달달달달달달한 소스가 빚어내는 하모니는, 전생에 내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을지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줍니다. 한입 두입 먹고나니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 그냥 나갈까 하다가, 테이블 위에 있는 간장을 부어서 비벼먹었더니 단맛이 줄어들면서 그나마 목구멍으로 넘길 수는 있는 맛이 되네요.


출출하기는 한데 딱히 먹고 싶은 건 없는 날이 있어, 홍콩반점을 한 번 체험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짬뽕은 롯데리아 햄버거 정도는 되는 수준이라는 생각이고, 만약 다음에 갈 일이 생긴다면 짬뽕밥을 먹으면 더 낫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런데 짜장면은 보시다시피 정말 최악이었구요. 면이며 소스며가 이게 디폴트인지, 아님 제가 간 날 제가 간 지점이 문제가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파는 사람도 대단하고 먹는 사람도 대단한데, 먹으니까 팔고 파니까 먹는 거겠습니다만, 과연 닭이 먼저일까요 달걀이 먼저일까요? 이런 걸 가지고 젊은이들은 입맛이 후지다던가, 백종원이 나쁘다던가 하는 식으로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나 핵심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보구요. 확실한 건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고, 맛있게 만든다고 장사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도 왜 이런 곳을 선택하는가? 맵고 짜고 달고 느끼하면 장사가 되는 듯 보이는 현실에서 업주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같은 것이 풀어야할 숙제겠구요.


하고싶은 얘기는 많지만, 일단 궁금한 건 이겁니다. 홍콩반점 지점들 다 이런가요?


맛 평점 (10점 만점)

짬뽕 = 7.5

짜장면 = 5.0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6년 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신수동이 어딘가 하면, 신촌과 서강대 사이에 있는 동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조용한 동네인데 특히 요수정 주변은 고즈넉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더군요. 가게 이름인 요수정은 셰프님 고향에 있는 정자 이름이라고.



그런 동네다 보니 이런 가격이 가능하겠지요. 이 가격에는 아마도 가게 인테리어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만.(그러니까 눈으로 보고 즐길 거리는 하나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점심에는 식사 메뉴만 판매하고, 저녁에는 식사와 요리를 팝니다.



냉이, 가지, 달래 튀김(12,000). 고급 일식집의 그것과 비교하긴 힘들지만 충분히 맛있습니다. 가지가 특히 좋더군요.



저온 조리한 삼겹살 스테이크(15,000). 고급 레스토랑의 비슷한 이름의 메뉴들에 비해 모양은 떨어집니다만, 맛은 떨어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이만 못한 것을 내고 있는 곳들도 많지 않을지. 가니쉬로는 시즈닝한 바나나를 구워 내셔서 깜놀했네요.(좋은 의미로)



우리 쇠고기 볶음밥(9,000). 쇠고기가 완전 부드럽고 양도 제법 많이 들어있습니다. 밥도 잘 볶았구요. 식사 메뉴 중 요수정의 시그니처.



오믈렛(8,000). 아래에 밥이 깔려있습니다. 주요 고객이 서강대생들이다 보니, 학생들 주머니 사정도 고려하고 배도 채워주셔야 했겠지요. 맛도 괜찮았구요.



오늘의 파스타(8,000). 이건 좀 평범.



숙주, 우삼겹 볶음(13,000). 요것도 평범. 매일 메뉴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근데 저는 저온 조리 삼겹살 스테이크에서 이미 가게에 대한 리스펙트가 흘러 넘쳤던 터라 별로 불만은 아니었구요. 좀 더 특별한 메뉴를 찾으신다면, 평범해 보이는 이름의 메뉴는 패스하시는 것도 좋을 듯요.



水(수) 닭갈비(15,000). 강원도 태백에서 먹는다는 물 닭갈비의 요수정 버전인데요. 학생들의 식사 겸 안주 메뉴라고 하더군요. 학생들은 남은 국물에 밥도 볶아먹고 하나 본데 저희는 배가 불러서... 고기는 야들야들하니 좋은데, 단맛이 좀 강한 편이니 참고하시구요.(덜 달게 해달라 주문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요건 다른 날.



라구 꼰길리에니(14,000). 괜찮더군요.



허브 로스트 치킨(15,000). 좋았습니다.



오믈렛(8,000). 이날 직원 분이 한 분 안 계셔서 (더 바빠서) 그랬는지, 조리 상태가 지난 번 보다 약간 아쉬웠던. 근데 그게 불만은 아니고, 역시 시그니처인 볶음밥을 먹었어야 했는데 이걸로 이미 배가 불렀던 게 문제였죠.


요수정은 가게에 냉동고가 없고, 그날 그날 장을 봐서 요리하며, 매일 메뉴가 바뀌는 곳입니다. 제목에

'동네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위치가 동네지 음식은 동네 수준의 것이 아니구요. 페이스북을 통해 그날의 메뉴를 가끔(^^;) 공지하며, 페북에 올라오지 않은 날 메뉴가 궁금해서 저녁 영업시간 시작 즈음에 전화를 걸어보니 셰프님께서 메뉴를 말씀해주시더군요. 근데 저는 다음에 가게 되면 굳이 메뉴를 물어보지 않을 것 같네요. 좀 먹어보니 항상 일정 이상의 것을 내주시리라는 믿음이 생겼달까요.


요즘 힙하고 핫한 동네들 많이 가십니다만, 멋있기 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실속있게 즐기고 싶으시다면 신수동 쪽으로 발걸음을 한 번 돌려보시죠.


PS : 인근의 괜찮은 카페로는 왓코, 신수동리, 에이스타, 비로소 커피 등이 있습니다.


맛 평점 = 8.0~8.7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6년 1월, 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457

02-718-2102

오전 11시 30분~밤 12시

일요일 휴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osoojung


외양은 동네 식당 중에서도 음식을 제대로 하는지 마는지 짐작도 안 가는 가게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녁에는 술집으로 기능하는 곳이라 이런저런 안주가 있습니다.



제대로 히야시된, 시원한 맛에 꿀떡꿀떡 마시는 한국 맥주의 진수를 보여주네요(2,500). 이쯤 되면 생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식사를 주문하면 스프가 먼저 나오는데, 오뚜기 스프처럼 보입니다만 먹어보면 직접 만드신 스프입니다. 맛은 좋은데 좀 오묘한 맛.



에버그린 정식(8,000). 돈까스 생선까스 햄버그스테이크에 새우튀김도 한 마리 나오는 버라이어티한 구성입니다. 첫입에는 맛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약간 긴가민가 한 느낌인데, 두 세입 먹다 보면 살짜기 산미가 도는 데미그라스 소스에 입이 적응을 하면서 연신 집어먹게 되더군요.



반면에 오무라이스는 첫입부터 입에 짝짝 붙습니다(6,000). 잘게 썬 고기와 야채를 밥과 함께 데미그라스 소스에 볶아서, 계란 지단을 올리고 다시 데미그라스 소스를 부어 내는데, 맛도 좋지만 양이 엄청납니다.



반찬으로 오이소박이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이게 또 맛이 괜찮더군요. 근데 좀 짜서 정식에 나온 밥이랑 같이 먹었습니다. 안 그럼 먹기가 힘들더라구요.


에버그린의 음식에서는 추억의 맛이라는 진부한 표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보다 수준높은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에버그린의 스프를 맛보면 '이 스프의 레시피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진 것일까?' 같은 의문이 생겨나구요. 그런데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송현클럽에 오랫동안 몸담고 계셨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렇다면 에버그린의 맛은 과거 어느 시점의, 보다 높이 보다 멀리 나아가기 위해 당시의 요리사들이 치열하게 노력했던 결과물 또는 그 흔적이라고 한다면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런 음식을 우리가 현재에 목도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단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겠죠.(물론 맛도 있습니다만)


블로그 검색을 해보면 많은 분들이 정식을 드시는데, 제가 보기에 이 가게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둘이 가서 정식이나 돈까스를 하나 시키고, 그다음 오무라이스도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 먹는 겁니다. 처음 가시는 분들은 물론, 이미 가보셨던 분이라도 이렇게 드셔 보시면 보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PS : 식사 하시고, 가깝지도 않지만 멀지도 않은 인근 증가로 커피공방 가셔서 커피 드시면 좋습니다.


맛 평점 = 8.5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6년 5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274-86

02-396-0252

낮 12시~밤 12시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케냐 키 피베리 워시드(4,000). 처음엔 입에서 미디엄 바디의 무게감과 단맛이, 코에서는 상콤한 향이 느껴진다. 온도가 내려가면서는 입과 코 모두에서 상콤함 위주로 느껴지는데, 레몬과 복숭아를 반반 합쳐놓은 듯한 향이 재미있고 좋다. 후미가 따로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라 목넘김 후에 한참을 있어보니, 복잡미묘한 캬라멜라이즈드 플레이버와 과일향이 아주 가늘고 길게 이어진다.


맛있는 커피고 개성적인 풍미가 좋은데, 이제 가게에도 수입사에도 생두 재고가 없다고. 근시일 내에 증가로 커피공방 가실 분이 계시다면 우선적으로 이걸 드셔보시는 것도 좋을 듯.


맛 평점 = 8.7 (10점 만점)


PS : 트위터에 비엔나커피 아이스가 맛있다는 분이 계셨는데, 알고 보니 아리차 더치로 만드신다는... 헐...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325-23 (증가로 10길 36-55)

02-6080-4837

오전 11시~저녁 9시

일요일 휴무

블로그 http://blog.naver.com/kkwcr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eunggaro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kkwcrm


간판은 없고 입간판에 원두라고만 쓰여있는, 밖에서 봐서는 뭐하는 곳인지 알기 힘든 곳이죠. 요즘은 손 안에 인터넷이 있으니 어떻게든 찾아갈 수는 있겠습니다만. 해서 사장님께 입간판에 가게 이름이라도 써놓으시는 게 좋지 않으실지 말씀드렸던.



다음 방문에 보니, 말씀드렸던 대로 입간판에 가게 이름이 써있더군요. ㅎㅎ



머신은 시모넬리 아우렐리아, 그라인더는 메져 로얄. 메져 로버와 겉모양은 구분이 가지를 않습니다만(혹시 저만? ^^;) 로버는 코니컬 버, 로얄은 플랫 버 그라인더죠. 일반적으로 그라인더가 하나만 있는 매장은 플랫 버 그라인더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플랫 버에서 나오는 맛이 대중들이 원하는 바디감 있는 맛이다 보니. 여전히 향미를 중시하는 커피를 좋아하는 손님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손님들이 보다 다수를 점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라인더의 선택은 최종적으로는 매장마다 원두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습니다만.



에스프레소 원두의 블렌드는 따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더 좋은 조합을 찾아서 계속해서 바꾸시는 듯요. 첫 방문의 것은 사진을 찍은 줄 알았는데 사진이 없어서... 첫 방문에는 아메리카노 마셔봤는데 괜찮았구요. 다음 방문 때는 아메리카노는 안 마셔봤는데, 다른 테이블 손님들 얘기가 지난 번보다 더 맛있다고.



콩도 좋은 거 쓰시고 커피 가격도 참 착한데, 더치커피 가격이 넘 싸서 마실 커피를 고르면서 일행이랑 그 얘기를 했더니, 사장님께서 지금 더치가 두 종류 있다며 향을 맡아보라 꺼내주시더군요. 그런데 하나는 에티오피아 아리차, 하나는 코스타리카 라스라하스 알마네그라네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싱글 오리진 더치 자체가 드물기도 하지만) 더치로 접하기가 쉽지 않은 콩들이고, 더군다나 이 가격에 내는 곳은 그냥 없다고 봐야죠. 거기서 이미 이상한(좋은 의미로)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향을 맡아보니 둘 다 향도 좋았고, 라스라하스 알마네그라를 마셨는데 맛도 좋더군요.



드립 커피는 원두 향을 맡아보고 고르게 해주시고, 그라인더는 EK43, 추출은 하리오를 쓰시네요. 콜롬비아 산 파스쿠알 내추럴을 마셨는데, 과일과일한 것이 아주 맛나더군요.



다음에 갔을 때는 브라질 이르마스 페레이라 내추럴을 마셨는데, 사장님께서 본인이 원하는 포인트보다는 (동네 손님들 입에는 맞지가 않으니더 볶았다고 하시는 걸, 원두 향도 좋고 브라질 내추럴이기도 해서 흥미가 가서 주문을 했지만, 처음에는 나름 좋았던 느낌이 좀 지나니 지루하게 느껴져서 아쉽더군요. 근데 뭐 제가 굳이 맛을 보려고 한 거니까.


증가로 커피공방은 에스프레소&배리에이션 쪽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커피 많이 마셔본 분들께는 핸드드립 쪽이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가게라 하겠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동하면 부러 찾아갈 법도 하지만, 아무래도 많이 번화한 지역은 아니다 보니 인근의 다른 가게를 가실 때 같이 들러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구요. 부근에 있는 가장 유명한 업소는 가타쯔무리가 아닌가 싶은데,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네요. 근데 가타쯔무리보다는 좀 더 먼 업소긴 하지만 저는 에버그린을 추천합니다. 둘이 가서 정식 하나 오무라이스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으며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하고, 증가로 커피공방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면 잠시 동안은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겁니다. ^^


디저트류는 판매를 않으니 따로 구입해가셔서 드실 수도 있고, 그밖의 인근 지역 맛집으로는 러시안, 이태리 편식 등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


맛 평점 = 8.0~8.6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6년 5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325-23 (증가로 10길 36-55)

02-6080-4837

오전 11시~저녁 9시

일요일 휴무

블로그 http://blog.naver.com/kkwcr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eunggaro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kkwcrm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레드 플랜트에서 플랫 버 그라인더를 교체했다. 기존에 쓰시던 메져 로얄에서 새롭게 바뀐 그라인더는 말코닉의 최신 기종 피크(PEAK).



레드 플랜트에서 플랫 버 그라인더에 넣는 콩은 넛티/초콜레티 블렌드인 바디빌더(아메리카노 3,500). 확실히 예전보다 확연하게 클린해진 느낌이 들면서, 어둠속에 가려져있던 커피의 섬세한 표정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것 같다.


덤덤한 고소함 뒤로 단맛과 신맛이 살며시 느껴지고, 목넘김 뒤로는 자극적이지 않은 당도와 산도를 가진 초콜릿 뉘앙스가 천천히 부드럽게 올라온다. 전반부 중반부까지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지만, 후반부의 그것에서는 기분좋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에스프레소도 괜찮았지만, 아메리카노에서는 기승전결의 드라마틱함이 모자란 부분을 후반부에서 느껴지는 장점으로 보완해준 게 있다면, 에스프레소는 아메리카노에서의 그것을 (맛이 농축되다보니) 명확하게 느끼기 힘든 부분이 있다. 에스프레소보다는 아메리카노를 드셔보시기를 추천한다.


기물을 이렇게 빈번하게 업그레이드하는 가게, 그리고 그 업그레이드가 맛의 변화/업그레이드로 확확 느껴지는 가게는 그리 많지 않다. (반면에 이리 좋은 기물을 쓰면서 맛은 왜 이 모양인지 싶은 곳은 많...) 좋은 가게고 재미있는 가게다.


맛 평점 (10점 만점)

아메리카노 = 8.5

에스프레소 = 8.1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82-16

02-322-5606

월~금 오전 8시~오후 10시

토, 일 오전 10시~오후 10시

홈페이지 http://www.redplant.co.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edplant825

블로그 http://blog.naver.com/redplant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레드 오리진 아메리카노(3,500). 밝고 라이트한 산미가 경쾌하게 입안을 맴돌고, 둘에서 셋 정도의 결이 느껴지는 여리여리한 과일 내음이 가비얍게 하늘하늘 피어오른다. 마치 향긋한 과일차라도 마시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 와중에 마치 커피임을 잊지 않게 하려는 듯이, 후반부에는 너티(nutty)함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레드 플랜트에서 판매하는 싱글 오리진은 현재의 블렌드에 들어가는 콩들을 개별 판매하는 거라고 보면 되는데, 이번 레드 오리진 블렌드에는 에티오피아 모모라, 니카라과, 코스타리카가 들어갔고. 문제(?)는 워시드 콩 없이 내추럴과 허니 프로세스 콩으로만 이루어진 탓에, 애프터의 클린컵이 좀 좋지가 못하다.(내추럴이나 허니 프로세스 콩의 경우 일반적으로 워시드에 비해 클린컵이 떨어진다.) 런데 실은 이 레드 오리진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자 버전과 비슷한 것으로, 납품용에는 워시드를 하나 넣어서 클린컵에 별 문제가 없게 만드셨다고.(대중성을 위해서는 '불호'를 없애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보통 개발자 버전 프로그램은 좋아지고 개선된 점들과 함께 불완전하거나 버그가 있는 등의 문제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자 버전 프로그램을 쓰는 이유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버그가 있지는 않고, 약간의 버그는 감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 아닐까. 이 개발자 버전 레드 오리진의 경우도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장점을 즐기려는 생각으로 마신다면 충분히 맛있고 매력 넘치는 커피라는 생각이다.


3일 연속으로 방문해서 같은 블렌드를 에스프레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도 마셔봤는데, 에스프레소에서는 단점이 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클린컵은 약간 나아지는 것 같은데 향이 좀 약하게 올라오는 느낌이다. 장점이 가장 부각되는 것이 따뜻한 아메리카노 같고, 취향에 따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드셔도 좋겠다.(클린컵 문제로 점수를 약간 깎았지만, 장점과 개성에서는 점수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PS : 클린컵이라든가 취향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너무 길어질 것도 같고, 일단 취향에 따라 평가하거나 추천하지는 않는다는 정도로.


맛 평점 = 8.7 (10점 만점)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82-16

02-322-5606

월~금 오전 8시~오후 10시

토, 일 오전 10시~오후 10시

홈페이지 http://www.redplant.co.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edplant825

블로그 http://blog.naver.com/redplant


※ 좋은 커피점에서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정 날짜에 마신 커피에 대한 감상을 공유합니다.



블렌드 핸드드립 진하게(7,000). 작고 예쁘고 단정한 잔과 거기에 담긴 검은 액체가 자아내는 모양새가 심히 음전하다. 마셔보니 모양새뿐 아니라 맛도 음전한 기운이 형상화된 느낌이다.


부드럽게 시작해서 묵직하게 끝이 난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약 > 강으로 이어지는 맛의 그라데이션이 혓바닥 위에 샤르르륵 아로새겨진다. 예전의 블렌드들이 강하고 진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블렌드는 부드럽고 달콤하다. 예전의 블렌드들이 매니아들에게 실력과 솜씨를 뽐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블렌드는 누구에게나 선보일 수 있는 가게의 얼굴이 된 것 같다.


예전의 블렌드들도 물론 맛있었지만, 큰 관점에서 어떤 과정에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고, 지금의 것은 완성된 원숙미가 느껴지는 것 같달까.



클래식 카푸치노(4,800). 핑크색의 슬레이어 머신으로 뽑은 에스프레소에 밀크폼. 에스프레소의 크레마와 밀크폼이 만나 고소한 풍미를 만들어내고, 우유와 만난 에스프레소에서는 부드러운 새곰함이 느껴진다. 밀크폼과 커피의 합동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밀크폼과 커피를 함께 머금어야 그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데, 잔의 같은 부분에 입을 대서 마실 경우 한 두 입 후에는 커피만 입에 들어오게 된다. 그럴 땐 스푼을 이용해서 밀크폼을 당겨오거나 떠서 커피와 같이 드셔 보시길.


블렌드 핸드드립과 클래식 카푸치노는 헬카페의 커피 메뉴 중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데, 오랜만의 방문이다 보니 예전의 그 맛과 같지는 않았지만, 맛있고 훌륭한 커피라는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주 수요미식회 주제가 커피이고, 가봐야 할 가게로 헬카페가 나오는 것 같더라는.


수요미식회(@tvnmsg)님이 게시한 사진님,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송 전에 함 다녀와 보시는 게 좋지 않을지. 드신 후에 방송을 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고. 수요미식회 잘 안 보는데, 이번 주 커피 편은 제대로 볼 예정.


PS : 음악 볼륨은 좀 줄어든 것 같기도?


맛 평점 (10점 만점)

블렌드 핸드드립 스트롱 = 8.8

클래식 카푸치노 = 8.9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010-4806-4687

월~금, 오전 8시~저녁 10시

·일, 낮 12시~저녁 10시


망원동의 명소 커피가게 동경. 목이 좋지도 않고, 눈에 잘 띄는 것도 아니고, 번듯한 간판도 없는 데다, 심지어 지하에 있어서 밖에서는 안이 어떤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곳입니다. 거기다가 에스프레소 머신도 없어 모든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주시구요. 그런데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식당도 아닌 카페에서요. 대부분의 성공 법칙을 역행하고 있다고 해야 할 텐데,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죠.


오픈 시간은 12시였다가 현재는 1시 오픈으로 변경한 상태입니다. 당연히 12시 오픈인 줄 알고 가셨다가 허탕 치신 분도 계시더군요. 1시에 오픈하는 카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 하고, 그날 쉬는 줄 알았다고.(대부분의 카페가 점심 먹고 커피 마시러/테이크아웃하러 오는 손님 때문에 늦어도 12시에는 오픈을 하죠.)



계단을 내려가서 검은 철문을 열면, 클래식/재즈가 흘러나오는 별세계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하얗게 칠해진 벽과 천장, 그리고 거기에 놓인 브라운 컬러의 가구들은 어떤 복고스러운(살짝은 앤틱한 듯도 한)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그리 느껴지는 데는 아마 LP로 틀어주는 음악이 한몫을 하겠지요.


외부와 단절된 지하라는 것이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번잡한 속세를 벗어나 딴 세상에 와있는 느낌이 드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어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해서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조용조용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더 좋더라는 분도 계시구요. 근데 대화의 볼륨이 약간 올라가도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더군요.


로스터는 터키제 하스가란티.



커피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이런 예쁜 잔에 내려주시는 수준급의 핸드드립 커피가 4천원 밖에 안 하니 더할 나위가 없죠.



그런데 이 가게의 히트 메뉴이자 소위 '인생 커피'로 통하는 것이 바로 이 아인슈페너(5,000). 일반적으로 비엔나 커피라고 알려진 물건인데, 요즘에는 비엔나 커피보다는 아인슈페너라는 본래의 이름으로 파는 가게들이 많아졌죠.


아인슈페너가 가장 유명한 가게는 홍대 밀로 커피가 아닐까 싶은데, 밀로의 것이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산미 때문에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있다면, 동경의 그것은 커피 산미가 더 적고 커피에 크림이 녹아들면서 약간 라떼 같은 느낌이 되어서, 대중성에 있어서는 동경의 아인슈페너가 더 강점을 보인다고 하겠습니다.



아몬드 모카 자바는 아인슈페너 다음으로 인기 있는 메뉴인데, 아몬드 시럽과 초콜릿이 들어간 커피구요(5,000). 개인적으로 아인슈페너는 맛있게 마셨습니다만, 아몬드 모카 자바는 커피 맛을 가리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좀 별로였는데, 이쪽이 더 좋다는 분들도 꽤 계시구요.


손님들 주문은 대략 60% 이상이 아인슈페너, 아몬드 모카 자바가 20~30%, 그리고 나머지 메뉴가 10~20% 정도 되는 느낌이더군요.


지난주 토요일 커피가게 동경이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와 다시금 문을 열었습니다.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잊지않고 찾아주신 고마운분들 덕분에 지금껏 커피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할수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동경을 아껴주시는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저는 정성드린 커피로 보답하겠습니다

Posted by 커피가게 동경 on 2015년 7월 21일 화요일


커피가게 동경은 2013년 8월에 오픈한 가게로, 원래 인근 지상 1층에서 테이블 2개로 영업하던 아주 조그만 곳이었는데, 2015년 7월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며 그 후 단 몇 개월 만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11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을 제외한 다른 SNS나 블로그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다는 것이고,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찾아온(것으로 추정되는) 손님의 상당수가 '힙스터'라고 부르면 딱 알맞을 것 같은 어떤 외형적 특징들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점이죠.


제 첫 방문은 작년 10월이었는데, 그때도 이미 평일 낮에도 자리가 별로 없고, 저녁 무렵에는 웨이팅이 생기더군요. 이상야릇한 위치에, 잘 보이지도 않고, 더군다나 지하라 좀 한산할 줄 알았더니만 완전 오산이었고 참 놀라웠구요.



얼마나 바쁘셨는지 작년 11월 30일부터는 오픈 시간을 12시에서 1시로 늦추고, 일요일 하루 쉬시던 걸 일요일 월요일 이틀 휴무로 바꾸셨죠. 그런데 그러고부터는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구요. 지금은 항시 웨이팅이 있다 보니, 웨이팅할 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자리가 나면 연락을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더군요. 그런데 식당도 아니고, 커피 한 잔 마시자고 이렇게 줄을 서고 웨이팅 리스트를 적어가면서 부러 찾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나름 고민해본 결과, 커피가게 동경에는 작은 카페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어떤 포인트들이 잘 구현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맛도 좋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공간적 체험이 즐겁고(분위기가 좋고), 유명한 시그니처 메뉴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작은 가게들은 앞의 두 가지에는 어느 정도 신경 쓰고 구현하는 곳이 많다 하겠지만, 뒤의 두 가지에는 충분히 신경 쓰지 못하거나, 다수의 고객에게 명확한 반응이 나올 정도의 완성도는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동경은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이 모두 완성도 있게 구현되었을 때, 목의 한계/자리의 한계를 어느 정도까지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하구요.


물론 망원동은 망원시장을 비롯한 여러 가게들이 어떠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그러한 생태계가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너지가 별로 없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서울 시내 어디에 갖다놔도 일정 이상의 인기를 끄는 업소가 되었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작은 카페, 특히나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 곳 중에서 이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는 업소는 보지 못했던 것 같고, 소비자들에게도 물론 좋은 곳이지만, 작은 카페를 하고 계신/하시려는 분들이 참고로 삼을만한 가게가 아닐까 하네요.


맛 평점 (10점 만점)

핸드드립 = 7.5~8.6

아인슈페너 = 8.6

아몬드 모카 자바 = 8.0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10월과 11월에 수차례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올해 1월에도 갔는데, 웨이팅이 넘 많아서 걍 나왔습... -_-;)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410-1

070-4845-0619

낮 1시~저녁 10시 (라스트 오더 저녁 9시)

일요일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http://dongkyung.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커피가게-동경-785847201468603


논현동 먹자골목에 있는 양꼬치 집입니다. 원래 인근의 다른 양꼬치집이 약속장소로 물망에 올랐으나, 검색해보니 메뉴가 맘에 안 들어 여기로 장소를 옮겼네요. 결과적으로 옮기기를 참 잘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양꼬치를 우선 주문해서 굽고 있더군요. 먹어보니 이거 마음에 쏙 드네요. 쓸데없이 양념을 묻히지도 않고, 양고기의 풍미가 (과하지 않게) 적절히 살아있습니다. 고기 질도 좋구요. 양고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양고기는 적절히 풍미가 있어 줘야 양고기를 먹는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일단 스타트부터 좋네요.



뭘 더 주문할까 하다가, 술 먹기 전에 밥을 먹겠다는 분이 계셔서 볶음밥을, 그리고 요리로는 중국식 탕수육(꿔바로우)과 어향가지를 시켜봅니다.



좀 질척해 보이는 비주얼이라 사람들이 모두 기대를 않고 있는데, 먹어보니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많은 분들이 중국집 볶음밥에 기대하는 맛이 고슬고슬+불맛인데, 이 집의 볶음밥은 부드럽게 볶아낸 볶음밥을 제대로 만들면 어떤 맛이 나는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고슬고슬 불맛 나는 볶음밥이 1도 부럽지 않은 훌륭한 볶음밥이네요.



어향가지도 좋기는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라, 제가 원래 주문하고 싶었던 요리는 가지만두였는데 말이죠. 맛이 괜찮기는 했는데, 어향가지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들보다는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역시 가지만두를 시켰어야 했... ^^;



꿔바로우는 먹다가 찍어서 모양이 좀 망가졌네요. 근데 이거 정말 맛있군요. 와사삭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네요.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써보자면 인생 꿔바로우랄까요. 볶음밥으로 올라간 기대감이, 어향가지로 살짝 수그러들었다가, 꿔바로우에서 정점을 찍는군요. 정말 강추합니다.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데, 안주로 주문하면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식사를 안주 삼아 마파두부 덮밥을 시켰습니다. 맛있네요. 마파두부도 좋았지만 밥을 참 잘 짓는군요. 어지간한 식당 밥보다 훨씬 낫습니다. 기본부터 남다른 곳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



마파두부 덮밥을 시켰던 건, 사실 이 중국식 짜장면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이거 주문하고 안주까지 시켰으면 양이 좀 많았을 것 같아서요. 맛을 보니 이거 물건이네요. 요즘 건대나 대림 등의 차이나타운 중식당에서 중국식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작장면을 파는 걸 종종 보는데, 매화 양꼬치의 것은 모양새부터 작장면도 짜장면도 아닌 것이, 작장면을 살짝 짜장면화한 느낌이랄까요. 진하고 짠 첨면장 묽게 만들고, 양파와 고추로 단맛과 매운맛을 살짝 입혔는데, 여느 가게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가게만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남은 소스에 밥도 비벼 먹었는데 역시나 참 맛있는... 밥도 잘 지으시니 더더욱 말이죠. ㅎㅎ


매화 양꼬치는 양꼬치도 맛있지만, 요리와 식사가 여느 양꼬치집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은, 잘 나가는 중식당 정도의 또는 그 이상의 공력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술 안 드시는 분들도, 식사와 요리를 즐기러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구요. 실제로 일행 중 인근에 사시는 분은 자녀들 데리고 저녁 오픈 시간에 맞춰서 함 와야겠다 하셨을 정도.(기본적으로 술집이라 점심 영업은 안 하시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꽤 넓은 편이고 룸도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매장이 몇 개 더 있는데, 논현점이 본점이고 강서구청점, 발산역점도 있네요.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맛집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고, 세상이 점점 그리 변해가고 있는 게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맛집이 줄어들고 있다든가, 하양평준화 되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맛집은 분명 늘어나고 있지만, 가게들이 워낙 많고, 하향평준화된 가게들이 더 잘 보이고 더 많이 보이니, 새로운 맛집들이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죠.



줄 서는 맛집, TV에 나온 맛집이 아니라도 맛있는 곳은 많이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줄을 서기 보다는, 그 시간에 검색을 하는 게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을 확률이 높구요.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 맛있는 곳을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맛집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맛 평점 = 8.6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1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63-6

02-543-5951

연중무휴

홈페이지 http://yangkkochi.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