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은 동네 식당 중에서도 음식을 제대로 하는지 마는지 짐작도 안 가는 가게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녁에는 술집으로 기능하는 곳이라 이런저런 안주가 있습니다.



제대로 히야시된, 시원한 맛에 꿀떡꿀떡 마시는 한국 맥주의 진수를 보여주네요(2,500). 이쯤 되면 생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식사를 주문하면 스프가 먼저 나오는데, 오뚜기 스프처럼 보입니다만 먹어보면 직접 만드신 스프입니다. 맛은 좋은데 좀 오묘한 맛.



에버그린 정식(8,000). 돈까스 생선까스 햄버그스테이크에 새우튀김도 한 마리 나오는 버라이어티한 구성입니다. 첫입에는 맛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약간 긴가민가 한 느낌인데, 두 세입 먹다 보면 살짜기 산미가 도는 데미그라스 소스에 입이 적응을 하면서 연신 집어먹게 되더군요.



반면에 오무라이스는 첫입부터 입에 짝짝 붙습니다(6,000). 잘게 썬 고기와 야채를 밥과 함께 데미그라스 소스에 볶아서, 계란 지단을 올리고 다시 데미그라스 소스를 부어 내는데, 맛도 좋지만 양이 엄청납니다.



반찬으로 오이소박이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이게 또 맛이 괜찮더군요. 근데 좀 짜서 정식에 나온 밥이랑 같이 먹었습니다. 안 그럼 먹기가 힘들더라구요.


에버그린의 음식에서는 추억의 맛이라는 진부한 표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보다 수준높은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에버그린의 스프를 맛보면 '이 스프의 레시피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진 것일까?' 같은 의문이 생겨나구요. 그런데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송현클럽에 오랫동안 몸담고 계셨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렇다면 에버그린의 맛은 과거 어느 시점의, 보다 높이 보다 멀리 나아가기 위해 당시의 요리사들이 치열하게 노력했던 결과물 또는 그 흔적이라고 한다면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런 음식을 우리가 현재에 목도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단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겠죠.(물론 맛도 있습니다만)


블로그 검색을 해보면 많은 분들이 정식을 드시는데, 제가 보기에 이 가게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둘이 가서 정식이나 돈까스를 하나 시키고, 그다음 오무라이스도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 먹는 겁니다. 처음 가시는 분들은 물론, 이미 가보셨던 분이라도 이렇게 드셔 보시면 보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PS : 식사 하시고, 가깝지도 않지만 멀지도 않은 인근 증가로 커피공방 가셔서 커피 드시면 좋습니다.


맛 평점 = 8.5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6년 5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274-86

02-396-0252

낮 12시~밤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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