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이슬람성원 옆으로 나 있는 우사단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눈에 잘 띄지는 않는 한식당이 하나 나옵니다. 이름 하여 식탐(耽). 원래 일반적으로 쓰는 식탐(食貪)은 탐할 탐을 쓰는데, 보광동 식탐은 즐길 탐을 써서, 명함을 보면 '耽 음식을 탐구하다, 즐기다, 빠지다'라는 글귀가 쓰여있습니다.



식사 메뉴는 점심에만 드실 수 있습니다. 저녁에는 요리와 술을 팔구요. 요리 시켜서 밥 먹어도 되기는 하겠습니다만. 그리고 경험적으로 오후 2시 넘어가면 음식이 떨어져서 식사 주문이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 가능하면 그 이전에 가시는 게 안전합니다.



생선 백반(6,900). 기본 백반(5,500)에 생선 요리 하나가 메인 요리로 추가됩니다. 오늘의 생선 요리는 가자미구이. 들깨 미역국, 돌미나리 무침, 호박 양배추 볶음, 고급 진미채(?) 무침에 이르기까지 찬들이 모두 맛있습니다. 다만 깍두기는 좀 평범했네요.



촉촉하게 구워낸 가자미구이 맛이 정말 일품이었구요.



깨끗이 다 먹었습니다. 매우 만족스러웠던 점심이었네요.



고기 백반(7,900). 오늘 반찬은 추억의 분홍 소시지, 얼갈이 된장 무침, 호박씨를 곁들인 보리새우 볶음, 직접 담근 깍두기에 국은 미역국이네요. 고기 요리는 간장양념 닭볶음탕이구요. 닭볶음탕은 퍽퍽한 부위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게 조리를 잘하셨네요. 다만 전체적인 만족도는 지난 번 생선 백반쪽이 좀 우세...



고기 백반(7,900). 오늘의 고기 요리는 수육입니다. 근데 사진으로 느껴지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수육 한 점의 사이즈가 상당히 큽니다. 국내산 돼지고기 수육을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로 푸짐하게 주는 집이 또 어디 있을까 싶네요.(다른 날의 가자미구이도 토막이 실하고, 닭볶음탕도 양이 넉넉했더랬죠.) 반찬은 비엔나소시지 볶음, 빈대떡, 땅콩을 곁들인 보리새우 볶음, 깍두기에 국은 오징어 무우국이구요.


근데 반찬에 풀이 너무 없어서 밸런스가 좀 안 맞는 느낌이... 글구 수육 찍어 먹는 소스가 자극적이지 않은 초장스러운데, 수육 맛을 더 살려주지는 못하는 느낌이 좀... 소스에서 단맛을 아예 빼거나, 간장 계열 소스로 하시면 어떨까 생각도 들구요. 한편, 방금 든 생각인데, 뭔가 적당한 반주를 곁들였으면 걍 아무 불만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도 싶네요. 다음에 함 실천해 보는 걸루.


식탐님의


토요일 점심에는 평일과는 다른 특식이 준비됩니다. 살펴보니 비빔밥, 닭곰탕, 불고기 덮밥, 육개장 등을 내셨었네요.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거리가 가깝거나 평일 점심에도 프리하신 분들 외에는 생선 백반과 고기 백반을 드셔 보실 수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하네요.


식탐에서의 점심은 그날그날의 편차가 좀 있기는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요즘 물가에 7천원 8천원에 이 정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나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구요. 맛있고 깔끔하고 푸짐한 한식 밥상을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이태원 대로변에서 우사단길을 향해, 언덕을 오르고 골목을 굽이 도는 수고가 아깝지 않으실 겁니다. 식사 후에는 인근의 챔프 커피나 조금만 가시면 나오는 헬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시면 더 좋겠죠. ^^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7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65-947

02-749-3666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식사

오후 6시~저녁 11시50분 술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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