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인 책. 조선시대의 음식문화에 대해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음식문화를 다루는 책들은 단편적 지식과 에피소드의 짜깁기 형식인 것들이 많은데, 이 책은 많은 사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가지고 조선시대의 음식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책은 크게 둘로 나누어 1부에서는 계급에 따른 상차림과 음식문화, 혼례와 제례의 음식문화, 외식문화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의 찬품각론에서는 당시 먹었던 음식의 유래, 만드는 법, 소비형태 등에 대해 카테고리별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책 내용 중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조선시대의 상류층은 1일 7식을 먹었고, 밥은 흰 쌀밥과 함께 팥물밥(팥을 삶은 물에 밥을 짓는 것)을 자주 먹었으며, 추어탕이 고깃국물에 송이 등 각종 버섯, 소 내장까지 넣어 끓이는 굉장히 호화로운 음식이었다는 것과(이는 오늘날의 소위 서울식 추탕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조선 초까지도 버터를 먹었고,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김치에 천초(초피, 제피)를 넣었다는 것 등이 있겠다.


다만 저자는 찬이 수십 가지가 깔리는 지금의 한식문화를 전통의 변질이라 주장하는데, 이는 변질된 부분도 있지만 변화된 부분도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궁중요리가 일제시대의 고급 요릿집 요리로 변질되며 각 요리의 형태 등에 있어서 전통의 맥이 단절되었다는 생각은 들지만서도.(확실히 구절판은 전통 요리가 요릿집 요리로 변질된 것이라는 것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요즘 한식 세계화다 뭐다 말이 많은데 갈 방향을 제대로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거기에는 과거 식민지 시절과 6.25를 거치며 전통의 계승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클 것이고. 그렇다면 조선시대의 음식문화는 어떠했는지를 자세히 되짚어보면 좀 더 올바른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전통의 무분별한 복원은 단순한 과거의 카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한식의 세계화 이전에 한식의 현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한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국 사람이 먹어서 한식이라 느끼면 한식이라는 얘기도 했고. 나로서는 이것이 앞으로 한식이 나아갈 길에 대한 중대한 키워드라는 생각인데 다른 분들께는 어떻게 와 닿을지 모르겠다.


그저 모쪼록 좀 더 맛있고 새로운 한식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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