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리 2011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클릭하시면 PDF 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 특산물과 명물

우리나라는 넓지 않은 땅덩이임에도 불구하고, 특색 있는 지역음식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 많이 있다. 춘천 닭갈비, 강릉 초당두부, 천안 호두과자는 누구나 아는 대표적인 지역음식. 이러한 지역음식 중에는 자생적으로 탄생하여 널리 알려진 것도 있지만, 지자체의 개발과 홍보를 통해 유명해진 것 또한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한라봉은 일본에서 만든 시라누이(不知火)라는 품종을 제주 감귤농가에서 들여와서 키운 것으로, 부지화, 데코폰(시라누이 품종 감귤의 일본 상품명)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다가, 98년 제주농협에서 이름을 한라봉으로 통일시켜 부르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지역 특산물 만들기는 30여년전 일본 오이타현에서 시작된 일촌일품(一村一品)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오이타현의 58개 지역에는 표고버섯, 보리소주, 온실 감귤, 고등어 등의 특산물이 한 가지씩 있다고 한다. 이 일촌일품 운동은 성공적인 지역특성화사업의 교본처럼 여겨지고 있고, 세계 120여개국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이렇듯 특정 지역에서 생산 또는 시초가 되어 다른 여러 지역에서 소비되는 음식이나 상품을 특산물, 특산품, 명품 등으로 부르는데, 그에 반해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음식이나 상품을 보통 '명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특산물, 특산품, 명품은 명물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가 않은데, 명물은 특산물이나 특산품으로 부르면 어색한 느낌이 든다. '대구 명물 납작만두'는 어색하지 않지만 '대구 특산물 납작만두'는 좀 어색하지 않나.

음식 분야에 있어 명물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한 곳이 부산인데, 그 중에서도 돼지국밥과 밀면은 이제 아는 사람도 많고 먹어본 사람도 많은 전국구 명물이 되었고, 최근 씨앗호떡, 비빔당면 등이 부산의 새로운 신흥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연남동에서 비빔당면을 맛보다

얼마 전 연남동 기사식당 골목에 오픈한 부산 코너는 부산 명물인 비빔당면, 유부만두, 우뭇콩국 등을 파는 분식집이다. 분식집답게 떡볶이, 순대, 김밥도 메뉴에 있긴 하나, 가장 관심이 갔던 메뉴는 역시 비빔당면. 줄여서 비당이라고도 불리는 이 음식은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먹으면서 단숨에 온 국민이 다 아는 부산 명물이 되었다.

부산 코너의 비빔당면. 1박2일에 나온 그것과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이다.

TV에서 본 비빔당면은 삶은 당면 위에 약간의 고명과 양념장을 얹어 비벼먹는 것이었는데, 부산 코너의 비빔당면은 상대적으로 푸짐하게 올라간 고명이 눈에 띈다. 비벼서 맛을 보니 과연 서울 음식과는 달리 양념장이 달지가 않다. 매콤하고 칼칼한 양념장과 부드러운 당면이 어우러지는 맛이 과연 부산 명물. 먹으러 일부러 부산까지 갈 것은 없겠지만, 부산에 갔으면 한 번쯤 먹어볼만한 맛이다.

그런데 이승기가 먹은 그것과 부산 코너의 그것이 다른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승기가 먹은 비당은 국제시장 노점에서 파는 것으로, 그 원조는 길 하나 건너에 있는 부평시장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부평시장은 깡통시장이라고도 불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국제시장 명물로 알고 있는 비빔당면, 단팥죽, 유부만두 등의 4~50년 이상 된 원조집들이 모두 부평시장에 있다고 한다.

비빔당면의 경우 간판에 '원조 50년 비빔당면 전문점'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소문난 분식"과 'SINCE 1963'이라고 써놓은 "원조 깡통골목 비빔당면"이 서로 원조집임을 자인하고 있는 듯. 가격은 원조 깡통골목 비빔당면이 4천원, 소문난 분식이 3천5백원인데, 맛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어 어디가 낫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다만 둘 다 국제시장 노점보다는 나은 듯. 부산 코너 비빔당면의 비주얼 또한 확실히 국제시장의 것 보다는 부평시장의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부산 코너 비당은 3천원이니 부산까지 가는 차비에 더해서 5백원, 1천원이 빠지는 셈이려나.
 

맛있게 뽀오얀 멸치국물

비빔당면 외에 부산 코너의 국물이 맛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먹어보니 정말아주너무 맛있었다. 멸치를 듬뿍 넣어 우린 뽀오얀 국물은, 주변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노오란 다시다 국물과는 비교를 거부하며 차원을 달리한다. 진하고 시원하며 중심이 단단히 잡혀있는 그 국물을 한 모금 넘기면, 코끝을 스치는 멸치향과 함께 진심어린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국물이 맛있다보니 국물 들어간 메뉴는 모두 다 맛있다. 가볍게 오뎅 하나를 먹어도 좋고, 조금 더 비싼 수제어묵을 먹으면 더 좋다. 잔치국수로 요기를 하거나 유부만두로 입맛을 다시면 더욱 더 좋을 것이다.

잔치국수? 멸치국수? 이름에 관계없이 그는 이미 나에게 다가와서 꽃이 되었다.

Shall We 우뭇콩국?

그밖에 부산 코너의 메뉴 중 메뉴판에는 있지만 당장은 먹을 수 없는 메뉴로 우뭇콩국이 있다. 우뭇콩국은 우뭇가사리로 만든 묵을 채썰어서 콩국물에 말아낸 음식인데, 서울서 콩국수를 여름에 먹듯 우뭇콩국 또한 부산 여름 별미 중 하나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간 지가 한참인 지금, 부산 코너의 우뭇콩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내년 여름을 기약할 수밖에.

모쪼록 부산 코너의 우뭇콩국을 맛 볼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비빔당면과 잔치국수,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시는 담백한 유부만두와 푸짐한 부산김밥의 맛을 보다 많은 분들께서 즐겨주시길. 그리고 내년 여름에는 나도 여러분도 뜨끈한 멸치국물 대신 시원한 우뭇콩국과 함께 부산 코너의 맛난 메뉴들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위치 : 연남동 연남왕순대 맞은편. 연남돈까스 옆.

메뉴 : 떡볶이, 순대, 김밥, 우뭇무침 2천5백원 / 비빔당면, 잔치국수, 우뭇콩국 3천원 / 유부만두 4천원 / 김밥 반줄 1천5백원 / 수제어묵 7백원 / 오뎅, 계란 5백원.

산 명물 비빔당면을 먹을 수 있다고 하여 연남동의 부산 코너를 찾았습니다. 국물이 끝내준다는 얘기도 들었구요.



일단 가격대가 부담이 없군요. 요즘에 3천원 내고 국수 한그릇 먹기가 쉽지 않죠.


일단 부산김밥 반줄(1천5백원) 먼저. 김밥 반줄 주문이 되기 때문에, 혼자서도 이것저것 시킬 수가 있습니다.


김밥이 토실토실한 게 보통 김밥집 김밥에 비해 사이즈가 큽니다. 여기 사장님 손이 크신 듯. 맛은 정직하고 소박한, 그런 맛이네요. 단무지가 안 들어가는게 특징인데, 맛이 부족하다 생각하시면 업소에 준비되어 있는 단무지를 같이 드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단무지랑 같이 먹는 게 더 좋더군요. 이 집 단무지 맛도 괜찮은 편이구요.


이것이 1차 목적이었던 부산명물 비빔당면(3천원)이네요. 일명 비당이라고도 불리는데,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일거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죠.


당면에 갖은 고명을 올리고 빨간 양념장에 비벼서 먹는 건데요. 서울의 상식은 빨간 양념 = 매콤달콤인데, 단맛은 없고 매콤하면서 칼칼한 양념장이 부드러운 당면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군요. 이걸 먹으러 일부로 부산까지 갈 것은 없겠지만, 부산에 갔으면 한 번 먹어볼만 하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김밥이나 비빔당면을 주문하면 기본 국물이 딸려 나오기는 합니다만, 어묵 맛을 보기 위해 수제 어묵(7백원)을 하나 주문합니다. 일단 국물을 한 입 먹어보는데 정신이 번쩍 나네요. 진하게 우린 멸치국물이 정말 소문과 기대 이상의 훌륭한 맛을 보여주는군요. 이런 훌륭한 멸치국물을 서울 시내 어디서 또 먹어볼 수 있을까 싶네요.

다만 국물이 넘 진하다보니 멸치 비린내가 살짝 올라오는데, 이런데 민감하신 분들은 살짝 거부감이 드실 수도 있겠네요.


수제어묵도 맛이 좋군요. 일반 어묵보다 가격이 약간(2백원)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부산코너에서 어묵 먹을 일이 있으면 수제어묵을 먹을 것 같네요.


이건 다른 날 가서 시킨 또 하나의 부산별미인 유부만두(4천원). 유부를 만두피처럼 써서 안에 여러 가지 소를 넣어 어묵, 곤약과 함께 국물에 끓여 냅니다.


유부만두는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시는 수제품인데, 너무 정직하게 만드셔서 약간 심심한 감이 있기도 하고... 적어도 제 입에는 그렇게 느껴졌네요. 국물은 언제나 너무 맛있는 완소 멸치국물이었구요.


잔치국수(3천원)도 함 시켜봤네요. 저는 탄수화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탄수화물 너무 맛있지 않나요? 세계를 제패한 파스타, 피자, 쌀국수는 역시 탄수화물이라는 공통점이... ^^;

잔치국수에도 국물은 완소 멸치국물을 쓰시는데요. 양념 다대기를 듬뿍 넣어주셔서 휘휘 저어 먹으면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정말 죽이네요. 다만 얼큰한 만큼 멸치국물의 풍미도 약간 사그라드는 느낌이 있어서, 다음에 먹게 되면 다대기를 조금만 넣어주십사 말씀드려볼까 하는 생각이 좀 드는군요. 반면에 멸치 비린내를 다대기가 눌러주는 효과가 있기도 하니 드실 분들은 참고하시구요.

맛도 좋지만, 요즘 분식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미료 안쓰는 집이라 더 추천드리고 싶구요. 부산코너에서 저의 완소 메뉴는 잔치국수가 아닐까 하네요. 다음에는 떡볶이, 순대도 맛을 보고 싶군요. 내년 여름에는 우뭇콩국도 한 그릇 먹어보고 싶구요.(여름 한정 메뉴라)

글구 월간 이리 2011년 11월호제가 쓴 부산코너 소개 글이 있으니 함 읽어주심... ^^;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 포스팅은 사진 촬영 후 약 1개월 정도 이내에 기재되었습니다. 


연남동 기사식당 골목 연남왕순대 맞은편, 연남돈까스 옆
02-322-9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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