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왕십리역 2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성화 생라멘. 간판을 보시면 '일본에서 3대째 내려오는 79년 전통'이라는 말이 쓰여있는데, 실제 이 가게는 일본 라멘 역사의 여명기를 장식한 '호프켄(ホープ軒)'이라는 라멘집과 관계가 있습니다.


호프켄(ホープ軒)은 1934년(쇼와 9년) 빈보켄(貧乏軒)이라는 라멘 포장마차로 시작을 했는데, 최초의 라멘집으로 알려진 라이라이켄(来々軒)이 1910년에 생겼고(1994년 폐점), 뿌옇고 진한 하카다 돈코츠 라멘의 원형을 산큐(三九)에서 만든 게 1947년이라고 하니, 호프켄의 역사와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가죠.(마트에서 파는 반조리 제품도 있을 정도)


그렇다면 성화 생라멘과 호프켄이 어떤 관계인가 하면, 성화 생라멘 사장님께서 호프켄 창업자인 난바 후미오(難波二三) 씨 가족과 친분이 있으셔서, 20년 전 신도림에서 호프켄 한국 지점을 오픈하셨다고 합니다. 어쩌다 보니 예전에 찍어두신 사진이 있는 앨범을 보게 됐는데, 상당히 큰 규모로 운영을 하셨더라구요.



유감스럽게도 결과는 좋지 않으셨지만, 그때의 연이 계속 남아 호프켄 창업자 아드님의 도움을 받아(창업자 분은 타계) 다시 한 번 라멘집을 차리셨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레시피는 호프켄에서 배우셨고, 양념(타레)도 호프켄에서 공수해서 사용하신다고 합니다. 대략 올해 7월쯤 오픈하신 것 같은데, 호프켄 창업자 아드님께서 1~2개월에 한 번씩 한국 나오셔서 점검을 하고 가신다고.



메뉴는 4가지. 돈코츠(돼지뼈), 쇼유(간장), 시오(소금), 미소(된장). 메뉴가 적은 가게는 메뉴판 순서대로 먹어보는 게 정석이죠. 첫 방문이니 돈코츠 라멘을 주문합니다.



맛을 보니 돈코츠 향이 적당히 풍기면서 심플하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국물이 일품입니다. 면의 맛이나 삶은 정도도 나무랄 데 없구요. 요즘 스타일의 라멘처럼 정제되고 세련된 맛은 아닙니다만, 3대를 이어서 하는 라멘 노포에서는 이런 맛이 나겠구나 싶은 관록과 연륜의 맛이 느껴집니다.


단, 이 맛이 도쿄 키치조지의 호프켄 본점의 맛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것이, 호프켄은 돼지의 등 비계(背脂 세아부라)를 국물에 갈아 넣는 스타일의 원조라고 하는데, 성화 생라멘의 돈코츠 라멘에는 갈아 넣은 비계가 보이질 않거든요. 호프켄도 처음부터 이런 스타일이었던 것은 아니었고, 1960년대부터 이렇게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니, 성화 생라멘의 맛은 호프켄에서 비계를 갈아 넣기 이전의 맛일까요.(사실 비계를 갈아 넣기 시작한 건 창업자인 난바 씨가 아닌 호프켄 프랜차이즈 포장마차를 운영했던 우시쿠보 히데아키牛久保英昭 씨였다고 하니 뭔가 그럴듯한 가설이 아닌가 싶기도요. 지금은 두 집안이 각각 키치조지의 호프켄 본점센다가야호프켄을 운영하고 있구요.)


어쨌든 이런 일본 노포의 맛을 한국에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라멘 좋아하신다면 꼭 방문해보셔야 할 곳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국내 라멘계가 하카다 돈코츠 스타일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보니, 소비자들의 입맛도 그쪽으로 고정된 감이 있어, 가보고 실망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유백색의 뿌옇고 진한 국물이 하카다 돈코츠라면, 좀 더 맑으면서도 내야 할 맛은 내는 것이 도쿄 돈코츠인데 말이지요.



다른 날 방문해서 먹은 쇼유 라멘. 돈코츠와 미소는 돈코츠 베이스, 쇼유와 시오는 닭국물 베이스로 만드신다고 하네요.(이런 부분도 호프켄과는 다른 점이지요. 호프켄의 라멘은 돈코츠 하나밖에 없으니) 근데 돈코츠와 쇼유가 국물 맛의 진한 정도가 비슷해서 그런지, 얼핏 먹어보면 둘의 국물 맛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차이가 있다면 돈코츠 라멘에서는 돈코츠 향이 난다는 점일까요. 여튼 국내 라멘집에서 닭국물 베이스로 만든 라멘을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는데, 성화 생라멘의 쇼유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앞으로 점포 확장이나 자가제면도 생각하고 계시다고 하는데, 보다 많은 분들의 성원이 있어야 자가제면하신 면의 맛을 좀 더 빨리 맛볼 수 있지 않을지... ^^;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데다, 양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 공기밥도 무료로 제공되니 라멘 좋아하신다면 부담 없이 한 번 들러보시길.(오픈 초기에는 휴일 없이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혹시 모르니 방문 전에 전화 한 통 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4년 8월, 9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성동구 도선동 21-1

02-2296-4310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끝(예전 부첼라 자리)에 새로 생긴 라멘집. 일본 브랜드의 한국 지점입니다.



라멘(국물)의 종류, 면, 소스(간), 토핑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가격이 참 착하죠. 세트 메뉴도 다양하고 세트 가격도 좋습니다.



일본 이곳저곳에 지점이 있나 보네요. 부탄츄 외의 브랜드도 운영하는 듯하고.



소스와 마늘은 보통, 숙주와 파는 많이로 주문했더니 이런 거대한 숙주+파의 산이... 야채가 너무 많아서 면의 식감을 느끼는데 방해가 될 정도군요. 웬만하면 숙주와 파는 보통 이하로 주문하시길...



토코 톤코츠로 주문했더니 국물이 꽤 진합니다. 그런데 국물에서 뭔가 미세한 입자들이 느껴지면서 텁텁한 맛이 나는 게 마이너스.



면은 꼬불꼬불면으로 주문했는데, 가는면과 꼬불꼬불면 둘 다 드셔 보신 믿을만한 블로거 분이 가는면이 별로라기에...



교자는 레알 진심으로 맛이 없군요. 좀 타기도 했는데, 카운터석에 앉았던 고로(지금은 카운터석이 없어졌습니다.) 요리사 분께 직접 받았더니, 서버 분이 탄 걸 보고 바꿔준다고 해서 다시 받았습니다.(새로 받은 건 사진을 깜박) 근데 이랬든 저랬든 맛이 없기는 마찬가지... 피가 좀 두꺼운데, 식감도 맛도 별로고 구운 쪽도 전혀 바삭하지가 않네요. 게다가 소는 김치만두 소인데 문제는 일본식이라는 거... 그러니까 피도 소도 맛이 없...


요즘 나름 호평인 라멘집인데, 세간의 포인트는 가격과 푸짐한 사이즈의 차슈인 모양입니다. 가격이 매력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만, 제 호감도를 자극한 부분은 일본 맛을 그대로 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굉장한 맛, 최고의 맛, 어떤 정점을 찍은 맛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한국 라멘집들이 맛도 그리 대단치 않으면서 일본 맛도 아닌 그런 라멘들을 내고 있기에, 부탄츄의 일본 맛에 충실하면서 퀄리티도 나쁘지 않은 그런 점에 점수를 주게 되네요. 김치에 비유한다면 최고의 양배추와 페페론치노로 만든 김치 보다는 그저 그런 배추와 태양초로 만든 김치가 보다 김치다운 맛을 내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 것이랄까요.(세트로 먹었던 볶음밥과 차슈 돈부리도 일본 맛이라는 기준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딱 거기까지기는 했죠. 교자는 절대 비추입니다만...)


그저 맛 변치 않고 자리를 지켜주길 바랄 따름입니다만, 한국 대중들의 입맛에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최고의 무언가를 바라고 방문하시는 분들은 기대치를 좀 낮춰주시고, 기존 한국 라멘집들의 맛의 방향성에 불만이나 의문을 가지신 분이라면 가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2년 9월, 11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사진은 9월에 촬영하였습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0-19 1층






상수역 부근의 라멘집 라멘토모가 없어졌다. 없어진 지 이제 몇 달 되었을 것이다.


라멘토모는 국내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더블수프 방식(다른 성격의 국물 두 가지를 합쳐서 국물을 완성하는 방식)의 라멘을 만들었던 곳으로, 대표 메뉴인 토모 라멘의 국물은 (말린) 생선 수프와 돈코츠 수프를 합친 것이다.(검색해보니 토모 라멘은 나중에 토모 돈코츠 라멘으로 메뉴명이 바뀐 듯.)

 


국물을 한 입 마시고 나면 생선 수프의 향긋한 향기가 입안을 감도는데 느낌이 꽤 좋다. 하지만 조금 먹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돈코츠에 밀려 생선 수프의 향은 느껴지지가 않는다. 생선 수프 자체의 지구력이 약한 건지, 돈코츠와의 혼합비가 문제인 건지, 아님 다른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렇다.


결국 더블 수프의 특성이 사라지면서 이도 저도 아닌 국물이 되어버려, 매력도 없고 개성도 없는 어중간한 느낌밖에는...

 

 

면은 자가제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리티는 그닥이었다. NG까지는 아니었는데 자가제면이라 하기엔 수준이 좀 별로였달까. 물론 여기보다 더 수준 낮은 자가제면 라멘집도 있지만서도...(자가제면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들어왔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을 뿐더러 이 글에서 별로 중요한 포인트도 아니니...)

 


반면에 교자의 경우는 정말 극강의 퀄리티를 보여준 물건이었다. 서울 바닥을 통 털어도 이 정도 교자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으리라. 부드럽고 바삭하면서 속에 넘치는 육즙은...


그런데 인터넷을 암만 뒤져도 교자 맛있다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인스턴트 냉동만두보다 못하다는 악평까지 있을 정도. 이는 아마도 교자의 스위트 스팟이 매우 짧은 탓에, 맛있을 시간을 넘겨서 먹은 사람이 악평을 써놓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 나로서는 중국집 서비스 군만두가 만두의 기준이 되어버린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보다 맛있는 음식은 보다 맛있게 즐길 줄을 알아야 하는 법이니.


비슷한 경우로 동인천 용화반점의 군만두도 스위트 스팟이 매우 짧다. 만두피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상태라 뜨거운 김만 가시면 바로 먹어야지, 안 그럼 조금만 지나도 바삭한 껍질이 바로 눅눅해져서 식감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라멘토모의 교자도 마찬가지로 바삭한 부분이 눅눅해지는 순간 식감은 걷잡을 수 없이 바닥으로 치닫는다.


교자는 차치하더라도 어쨌든 라멘의 맛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사실 간도 조금 더 진해야 하지 않나 싶었으나 한국인 입맛에 맞춰서 간을 살짝 약하게 하신 듯했고...


라멘토모는 원래 방배쪽에 있었으나 홍대로 이전을 한 것인데, 방배쪽에 있었을 당시 블로그 여기저기서 칭찬을 듣곤 하는 곳이었다. 그 당시에는 (아마도) 국내 최초의 (본격) 더블 수프 라멘이라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점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경쟁자가 없는 방배에 계속 있으셨더라면 가게가 (망해서) 없어지는 일은 없지 않았을지... 아니면 적어도 좀 더 롱런하실 수 있지는 않았을지... 라멘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홍대 이전을 결심한 것에 블로그의 좋은 평들이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지... 하는 생각들이 든다.[라멘토모 사장님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일본 원전 사고 탓에 재료 수급에 문제가 생겨 문을 닫게 되셨다고. 다만 본인으로서는 당시 주변의 라멘집들에 손님이 줄서 있을 때 라멘토모는 상대적으로 그리 바쁘지 않았던 모습만을 보았기에 수익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 2014/01/30 첨부]


차라리 돈코츠를 버리고 생선 수프를 강화시켜서 국내 최초의 해산물 라멘을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적어도 누군가가 생선 수프와 돈코츠 수프 간의 불균형을 좀 더 일찍 지적해줬다면 개선점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라멘토모의 흥망성쇠와 블로그 간의 상관관계가 별로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로그가 식당의 (특히 신규업소의) 흥망성쇠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그간 무수히 보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어차피 블로거들이 대부분 음식 전문가도 아니니 식당과 음식을 평함에 있어 수준 높은 식견과 중립적인 평가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전문가가 아님을 생각한다면 음식점을 칭찬하든 비판하든 그것을 블로그에 올리는 데는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블로그를 취미생활이라 하고 내 공간에 내가 적고 싶은 것을 적는다는 분들이 많지만, 블로그가 가진 미디어적인 성격을 생각해볼 때 그런 생각에는 찬성할 수가 없다. 내 취미생활에 어떤 가게가 망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신 적들이 있으신가 말이지.


본인은 블로그에 식당을 평할 때 개인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다. 맛있는 곳은 칭찬하고, 싹수가 있어 보이는 곳은 장단점을 지적한다. 맛없다 느끼는 곳을 비평하는데 있어서는 장사가 잘되고 본인의 평에 영업이 지장을 받지 않는 곳에 한한다.(예를 들어 이전 후 맛이 변한 하동관, 선친 작고 후 맛이 변한 을밀대, 커피 맛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곳은 아닌 전광수 커피 등이 그런 곳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비싼 곳은 비싸기 때문에 고객이 음식점에 대해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평을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끼에 몇만 원에서 십몇만 원 씩 써가면서(혹은 그 이상을 쓰면서) 그 정도도 못 한다면 말이 안 되지 않나.(다만 지저분하게 남의 블로그에 악플 달면서 싸우지는 말고.)


물론 본인의 가이드라인이 어떤 절대성을 띄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많은 블로거들이 자기 블로그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  포스팅하다 잠깐 졸았더니 날짜가 하루 지나버렸네요. 멋지게(?) 당일 먹은 걸 당일날 올리려고 했더니... -_-; 하루 전 시점으로 돌아가서들 읽어주시길.


오늘도 트위터에서 잉여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요즘 미식계에 나름 화제인 벤스쿠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쿠키 하나에 3천4백 원이나 한다는 얘기를요. -_-;


5개들이 한 박스에 1만7천 원이라니, 1개에 3천4백 원꼴이라는 거였는데요. 마침 내일이 오픈이고 오늘부터 시식행사를 한다고 해서, 알 수 없는 사명감을 불태우며 머나먼 강남역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벤스쿠키는 영국 코벤트 가든에서 판다는 쿠키인데요. 무게를 달아서 파는데, 1kg에 14.25파운드구요, 1개 무게가 100g 정도 해서, 개당 가격은 개당 1.3파운드 정도 한다네요.(메뉴판에는 개당 1.15에서 1.45파운드 정도 한다고 돼 있군요.)


자 이것이 강남역 4번 출구 앞에 있는 벤스쿠키입니다. 테이크아웃 전문이라 가게는 크지 않네요. 시식을 해보니 맛은 있더군요. 달달하면서 살살 녹는 게 칼로리가 작렬하는 맛난 달다구리들에서 느껴지는 그런 맛이 나네요. 근데 제 앞에 서 있던 언니한테는 쿠키 반쪽을 준 것 같은데 저한테는 반의반 쪽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이겠죠. -_-; (쿠키 사이즈는 대략 어른 손바닥만한 정도)


근데 이 멋진 가격이... 1개 무게가 대략 100g 정도 한다니 개당 3천5백 원에, 5개들이 한 박스에 1만7천 원을 받습니다. 제 돈 주고 사 먹을 일은 적어도 당분간은... 여기서 일단 내상을 좀 입었네요.


그리하야 내상을 좀 치료해보고자 신도림 디큐브시티 지하 1층의 세타가야 라멘에 들렸습니다. 주문은 세타가야 쇼유라멘(7천5백 원).

어패류 국물과 육류 국물을 섞은 쇼유라멘인데, 가츠오부시향, 니보시(국물내기용의 말린 생선)향, 육향이 따로 노네요. 맛도 당연히 안드로메다로... 현지 것과 비교해보면 국물 색이 벌써 다르네요. 오픈 초기에 현지인 스텝이 있던 시절과도 물론 다르구요.

(그런데 계란반숙의 조리상태는 정말 퍼펙트. 노른자가 완벽하게 젤 상태네요. 차슈는 칠레산이라 그런지 냄새가 약간 나긴 하는데,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은 매우 맛있게 드실 수 있을 듯. 저도 아주 맛있게 먹었구요.)

이렇게 상처에 소금을 바르고...


해서 이번에는 5층에 가오픈중인 도츠에 들러봅니다. 스페인에서 들여온 도너츠 브랜드라고 하네요. 현재 매장이 공사중이구요. 그 앞에 조그맣게 쇼케이스 하나를 오픈했네요.

주문한 것은 커스터드 어쩌구 하는 2천2백 원이나 하는 쪼그만 도너츠인데요. 길이가 대충 제 중지 길이 정도 되네요.(조금 더 긴가? 뭐 어쨌든)


그런데 보통 메뉴 이름에 커스터드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속에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 있을 거라고 예상이 되지 않습니까? 근데 아무것도 없는 민짜네요. 게다가 별로 맛도 없어요. 적어도 맛도 크기도 2천2백 원짜리하고는 거리가 먼 듯. 그러면 이제 3천5백 원짜리 쿠키를 먹을... 이렇게 단순비교를 하면 안 되는 거죠. -_-;
(※ 추후에 먹어본 지인의 제보에 의하면 이 도너츠 커스터드 크림 들어있다네요. 제가 먹은 것이 잘 못 만든 것인 듯.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_-; 가실 분들 참고하시길.)


이렇게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불로 지지는군요. (물론 제가 택한 고행의 길입니다만... ㅠㅠ)


이대로 집에 갈까 하다가 신도림역 부근에 고로케 카페가 있다는 걸 생각해내고야 마는군요. 잠시 고민하다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전진.

걸어서 5분~7분? 정도 걸립니다만, 가는 도중에 여성 2인조 도를 아십니까를 만나기도 하고... 나름 괜찮은 미모의 아가씨들이었기에 새삼 청년실업의 심각함을 몸으로 느끼는 이벤트였는데, 과연 이것이 길조일지 흉조일지...


감자고로케(1천 원)를 시켰습니다. 입을 대보니 뜨겁지 않고 따끈하네요. 튀겨놓은 것을 살짝 데워 주는 듯. 먹어보니 아까의 그 이벤트는 길조였던 것으로 판명! 


이것저것 넣지 않은 매우 퓨어한 맛의 감자 고로케로군요. 살짝 바삭한 껍질에 부드럽고 포실한 으깬 감자가 들어 있는데, 일부러 작은 감자 덩어리를 조금 남겨두셔서 살짜기 씹는 맛을 살리는 레시피의 묘가 돋보입니다. 맛있네요. 가격도 쿠키 1/3(보다도 싼!) 가격이고.

일단 오늘은 감자 고로케 하나만 먹어보고 퇴각했습니다. 다음에 와서 나머지 두 가지 고로케를 먹어보고 포스팅을 할 생각이네요.

오늘의 기묘한 모험 끝!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각 업소의 방문 및 시식은 2011년 11월 15일에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일본 라멘집이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을 정도지만, 서쪽(홍대)은 하카다문고, 동쪽(건대)은 우마이도로 양분되어 있던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제 나와바리에 있는 하카다문고는 별로 마음에 들지가 않았어요. 일본 맛이긴 한데 맛있는 맛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면은 푹 익고 냄새 또한 심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죠. 냄새는 뭐 고유의 레시피가 있다고 치겠는데, 면은 일본식으로 딱딱하게 주든지 아님 주문받을 때 물어보든지 했어야 하는게 아닌지... (요즘에는 기본이 딱딱하게 나오거나 주문시 물어보는 곳이 꽤 있죠.)

사실 하카다문고가 마음에 안드는 이유는 이런 지엽적인게 아니라 국물의 맛과 농도가 문제인데요. 일단 국물 맛은 돼지뼈만 우린 듯한 맛이긴 한데, 농도도 진하지가 않고 맛도 깊은 맛이 없어요. 그것보다 더 찐하면 어쩌라는 거냐는 말씀들 하실텐데, 제 느낌에 하카다문고 국물은 깊은 맛이 날 정도로 사골국물 함량이 진하지가 않아요. 찐득한 느낌은 콜라겐과 지방질에서 나오는 거구요. 더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돼지뼈를 더 우리거나 다른 재료를 첨가해야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더 완성된 무언가를 만들기 보다는 기본을 지키는 선에서 멈춘 것이 하카다문고의 레시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추측)이네요. 좋게 말하면 돈코츠로 만든 돈코츠 라멘 일텐데, 요즘 설렁탕집이라고 해서 소뼈만 넣어서 국물 우리지는 않거든요. 국물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 쇠고기도 넣고 하죠.

뭐 그래서 하카다문고는 안가고 있었는데, 건대에 우마이도라는 가게가 맛있다는 얘기가 들려오더군요. 가봐야지라는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거리가 멀다보니 생각만 하고 가지를 못하고 있던 중에, 홍대 푸르지오 상가 지하의 멘야 도쿄라는 가게를 들리게 되었죠. 그리고 거기서 저는 정말로 맛있고 찌인한 돈코츠 국물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지요.(냄새도 안나구요.) 그러나 하카다문고에서 손님 줄을 세우고 있던 사이에, 멘야 도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찌인한 돈코츠를 먹을 수 있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덮밥이 맛있는 곳이라는 오명을 쓰고, 정작 맛있는 돈코츠 라멘은 몇몇 마이너 블로거들에게나 인정받는 그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가 결국 올해 초인가에 없어지고 말았죠. 면은 자가제면이 아니었기 때문에 좀 떨어지긴 했지만 국물은 정말 최고였는데, 없어지고나서 그 안타까움이란... ㅠㅠ
[라멘 전문 블로거 모님의 얘기에 의하면 멘야 도쿄가 처음부터 진한 돈코츠 국물은 아니었다고. 오히려 좀 어중간한 맛이었다는 얘기가. 하지만 맛이 좋아진 다음에 방문한 사람들도 다들 덮밥 얘기만 하고 있지 진한 돈코츠 국물 좋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는 거. 그저 한심하고도 슬픈... ㅠㅠ (12/06/13 추가)]

그러고나서 여기저기서 라멘을 먹어보았지만 멘야 도쿄의 빈자리를 채워줄만한 그런 곳은 찾을 수가 없었죠. 가본 가게들 중 유타는 꽤 마음에 들었는데, 국물의 농도가 멘야 도쿄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더군요. 대략 유타로의 국물을 2배 정도 찐하게 만들면 멘야 도쿄 국물이 된다고 보시면 될 듯. (우마이도는 역시 아직도... 과연 올해 안에 갈 수 있을지?)

그러던 중 신촌에 괜찮은 라멘집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게으름 피우다가 몇 달 후에) 방문한 것이 가마마루이 라멘입니다.


가마마루이 라멘 사장님은 원래 신촌 현대백하점 옆 골목에 코코로 라멘이라는 업소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돈부리가 맛있기로 나름 알려진 곳이었으나, 뜻한 바가 있어 라멘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장소도 이전하고 이름도 바꾸고 해서 새롭게 시작하셨다는.


반찬으로 먹을 수 있게 가게에서 만든 마파두부와 단무지 무침이 제공되고, 국물에 밥을 말아 먹을 수 있도록 밥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요금은 따로 받지 않지만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하는데요, 주문한 라면이 나오기 전에, 밥을 조금 퍼서 마파두부를 위에 올린 다음 단무지와 함께 먹고있는 젊은이들이 종종 보이더군요.


온센다마고(1천원). 퀄리티 괜찮습니다.


돈코츠 라멘(7천원). 국물 농도와 면 익힘의 주문이 가능한데요. 국물은 아주 진하게, 면은 딱딱하게로 주문했습니다. 국물도 면도 모두 마음에 드는군요. 국물은 멘야 도쿄보다는 좀 못하지만(맛의 방향도 좀 다르고 농도도 약간 연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적어도 마포구 안에 있는 라멘집 중 제 입에는 제일 낫네요. 면은 자가제면 하시는데 맛있게 잘 만드셨구요. 차슈의 퀄리티는 보통이지만, 그 외에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국물 간도 잘 맞추셨고, 혹시 간을 더 하고싶은 분들을 위해 테이블에 타래(양념장)도 준비되어 있네요. 매운맛을 즐기시는 분들은 카라미소를 넣으시면 되구요. 저도 면을 다 건져먹고 국물에 밥말아 먹을 때 카라미소를 좀 넣어봤는데요. 맛이 괜찮더군요. 라멘 국물에 밥 말아먹으면 맛이 어떻냐구요? 멘야 도쿄에서 돈코츠 국물에 밥 말아드셔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 정도로 진한 돈코츠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그 맛은 다른 음식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충족감이 있지요. 가마마루이 라멘도 멘야 도쿄의 그 느낌을 재현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래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위안받을 정도는 됩니다.

이런 주문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음에 가게되면 국물은 아주아주 찌~인하게, 면은 아주 딱딱하게로 함 먹어보고 싶네요. 그러면 멘야 도쿄의 맛에 근접할 수 있을지도요.


저는 개인적으로 홍대에 이퓨도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홍대에서 라멘 먹을 일은 없을 것 같구요. 라멘이 생각날 때는 신촌 가마마루이 라멘을 찾으렵니다. 근데 이퓨도는 도산공원 앞의 1호점에 이어 가로수길에 2호점이 생긴다고... 홍대는 언제쯤 들어올 예정인지?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1년 10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91-6 
02-3142-3929
12시-3시, 5시-9시30분
일요일 공휴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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