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잔뜩 들어간 국물은 시원하고, 연근해 오징어를 위시한 해물 건더기도 조리 상태가 부드럽고 괜찮습니다. 문제는 면이 너무 퍽퍽하고 푸석하다는 거. 밀가루와 반죽기가 있으니 자가제면을 한다는 건데, 이 면은 마치 밀가루 반죽을 면 모양으로 그저 썰어만 놓은 느낌입니다. 밀가루 면이라면 글루텐 형성에 의한 탄력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 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즉, 자가제면을 하는 이유는 단지 단가를 줄이기 위함일 뿐이고, 면의 퀄리티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거지요. 어디다 면 납품하는 곳이 이런 면 들고오면 바로 반품처리될 겁니다.



홍대에는 홍콩반점이 두 개 있는데, 이번에는 다른 지점에 가서 짜장면을 먹어봤습니다. 포스터에는 불맛의 진수라고 써놨는데, 쓸데없이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탄맛이 들어가서 맛을 살리기는 커녕 해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달아요.(저 단 거 잘 먹고, 동네 배달 짜장면도 맛있게 먹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면은 지난 번 짬뽕의 그것과 똑같아서, 푸석하고 퍽퍽한 면과 탄맛나고 달달달달달달한 소스가 빚어내는 하모니는, 전생에 내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을지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줍니다. 한입 두입 먹고나니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 그냥 나갈까 하다가, 테이블 위에 있는 간장을 부어서 비벼먹었더니 단맛이 줄어들면서 그나마 목구멍으로 넘길 수는 있는 맛이 되네요.


출출하기는 한데 딱히 먹고 싶은 건 없는 날이 있어, 홍콩반점을 한 번 체험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짬뽕은 롯데리아 햄버거 정도는 되는 수준이라는 생각이고, 만약 다음에 갈 일이 생긴다면 짬뽕밥을 먹으면 더 낫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런데 짜장면은 보시다시피 정말 최악이었구요. 면이며 소스며가 이게 디폴트인지, 아님 제가 간 날 제가 간 지점이 문제가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파는 사람도 대단하고 먹는 사람도 대단한데, 먹으니까 팔고 파니까 먹는 거겠습니다만, 과연 닭이 먼저일까요 달걀이 먼저일까요? 이런 걸 가지고 젊은이들은 입맛이 후지다던가, 백종원이 나쁘다던가 하는 식으로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나 핵심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보구요. 확실한 건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고, 맛있게 만든다고 장사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도 왜 이런 곳을 선택하는가? 맵고 짜고 달고 느끼하면 장사가 되는 듯 보이는 현실에서 업주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같은 것이 풀어야할 숙제겠구요.


하고싶은 얘기는 많지만, 일단 궁금한 건 이겁니다. 홍콩반점 지점들 다 이런가요?


맛 평점 (10점 만점)

짬뽕 = 7.5

짜장면 = 5.0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6년 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송탄의 유명 업소인 영빈루를 운영하는 집안의 3대째가 홍대에 가게를 차렸죠. 이름은 초마. 초마(炒馬)는 재료를 볶는다는 뜻인데, 짬뽕의 중국식 표기가 초마면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정확한 표기는 馬가 아니라 碼라고 누가 그러던데, 일부러 그런 건지 실수인지는 잘모르겠구요.)

영빈루는 짬뽕이 유명하고, 초마는 짬뽕과 탕수육만 파는데 얼마전부터 토요일 한정으로 만두도 팔고 있더라는.

전에 백짬뽕과 탕수육을 한 번 먹었었고, 이번에는 짬뽕을 먹어보려 2차 방문.


다들 백짬뽕이 맛있다고들 하는데, 확실히 백짬뽕이 더 낫군요.(가격은 짬뽕과 백짬뽕 모두 6천원 동일) 그런데 그 이유는 이집 짬뽕이 백짬뽕에서 고추를 빼고 대신 고춧가루를 넣어서 만든 거라서 그런 거네요. 그러니까 대부분 백짬뽕 하는 집들은 짬뽕과 백짬뽕의 레시피가 다릅니다. 하지만 초마는 레시피가 별로 다를게 없다보니, 오리지널 메뉴라 할 수 있는 백짬뽕은 맛이 괜찮은데, 그것의 얄팍한 변형인 짬뽕은 마이너 체인지가 된 느낌이네요.

그런데 백짬뽕이나 짬뽕이나 과연 맛있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드는 것이, 불맛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탄맛이 너무 많이 납니다. 탄맛을 빼고 생각해 보더라도, 국물맛이 뭐 대단히 수준있거나 하지도 않구요. 다만 일반적인 짬뽕국물이 해물 + 조미료맛인데 비해, 초마의 국물은 채썬 돼지고기를 볶아서 낸(것으로 추정되는) 구수한 맛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면의 경우는 반죽에 화학첨가물을 별로 안넣는지 쫄깃하기보다는 부드러운 편인데요. 지난번에 백짬뽕을 먹었을 때는 부드러운 느낌이 괜찮았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아삭하게 볶아진 야채와 채썬 돼지고기의 식감에 밀려서 그 부드러움을 제대로 느끼기가 힘들더군요. 반면에 이번에 먹은 짬뽕은 지난번 보다는 졸깃한 느낌이었는데, 이게 또 뭐 굉장히 쫄깃하고 이런 건 아니다보니 어중간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더라구요.


그래도 탕수육(소 1만2천원)은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기에 탕수육 맛집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탕수육도 말썽이네요.(조금 먹다가 찍은거라 비쥬얼이 좀... 양해해주시길...)

초마의 탕수육은 고기가 두껍고 촉촉한게 특징인데, 이런 스타일의 문제점이 재료가 좋지 않거나 조리가 잘 못 되면 티가 확 난다는 건데요. 이번에 먹은 탕수육은 고기에서 냄새가 나고 약간 설익은 느낌도 들고 그렇더라구요. 뭐 이건 컴플레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긴 하겠습니다만, 제가 시도를 해보지는 않은 터라...

자, 이렇게 초마 (짬뽕) 별로다는 얘기를 하면 나오는 쉴드가 '역시 영빈루가 낫다', '영빈루와 초마는 맛이 다르다' 뭐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요. 그렇다면 영빈루는 얼마나 맛이 있을까요?

제가 머나먼 송탄까지 가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간단하게 인터넷을 좀 뒤져봤습니다.

영빈루가 원래는 굉장히 저렴한 업소였으나 급격한 가격상승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요. 검색을 좀 해보니 2009년 9월까지는 짜장면이 2천원, 짬뽕이 2천5백원인 곳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10월에 가격을 전격 인상하여 짜장면 3천원, 짬뽕 4천원이 되었더군요. 그 전에 2008년에 생긴 영빈루 신관에서는 이미 짜장면 4천원, 짬뽕 4천원을 받고 있었으나, 본관이 영업을 하지 않고(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습니다만) 신관으로 통합된 지금은 본관 가격과 동일한 짜장면 3천원, 짬뽕 4천원을 받고 있네요.

모든 맛집이 그렇듯이 영빈루 또한 사람마다 맛있다는 의견과 아니라는 의견이 나뉩니다만, 적어도 영빈루의 짬뽕 신화에는 2천5백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크게 반영되었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물론 지금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고 오히려 예전이 너무 저렴했다고 봐야겠지만요.

다만 저로서는 초마에 짬뽕을 먹으러 다시 갈 일은 없을 듯 하구요. 영빈루가 초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봤을 때, 그 정도 레벨의 짬뽕은 굳이 송탄까지 가지 않아도 먹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천원, 이천원 정도는 더 줘야겠지만요.) 물론 채썬 돼지고기를 볶아서 나오는(것으로 추정되는) 구수한 국물맛은 영빈루 계열의 특징인 듯 하고, 그 맛을 좋아하고 찾으시는 분들은 송탄까지 가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비슷한 레벨이라면 다른 스타일의 짬뽕이라도 OK니 좀 더 가까운 짬뽕 맛집을 찾아보고 싶네요.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 포스팅은 사진 촬영 후 1개월 이내에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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