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 165회에 미타우동이 나왔다. 일단 미타우동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우동집 중 일본의 잘 하는 가게 수준의 것을 만드는 유일한 곳이라고 하겠다. https://polle.com/maindish1/posts/29


그런데 미타우동은 강하고 진한 맛이 아닌 부드럽고 섬세한 맛을 지향해서 그런지, 뛰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그를 제대로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실제로 블로그 등을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면이 쫄깃하지 않아 별로였다는 평을 자주 볼 수 있고. 문제는 수요미식회 제작진과 패널들도 미타우동의 맛에 대해 이해도가 별로 높지 않은 듯하고, 면에 대해 설명한 방송 내용에도 오류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가게들의 우동면은 밀가루에 물과 소금만 넣어 반죽을 만드는데, 미타우동은 거기에 식초를 첨가한다. 수요미식회에서는 이에 대해 ‘밀가루와 식초가 반죽의 발효를 촉진시켜 식감도 더 탄탄해지는!’이라는 자막을 넣고, “그 밀가루에 식초 쓰면 사실 쪼끔 더 그 향이라든지 발효가 잘되면서 좀 탄탄한 게 생기잖아요.”라고 홍신애 씨가 설명을 한다. 그런데 이 그럴듯한(?) 설명은 사실을 거꾸로 이야기한 것에 가깝다.


우동면을 반죽할 때 계속 치대고 발로 밟고 하는 것은 글루텐을 형성하여 탄탄하고 쫄깃한 식감을 얻기 위함인데, 식초(산)는 밀가루 반죽에서 글루텐의 형성을 방해하여 탄탄한 식감을 느슨하게 만든다. 반대로 중화면 등의 반죽을 할 때 쫄깃함을 만들기 위해 넣는 첨가제(=식소다)는 산이 아닌 ‘면류첨가알칼리제’다. 튀김 반죽을 할 때도 글루텐이 형성되면 바삭한 씹는 맛이 떨어지므로, 이를 방해하기 위해 식초를 넣는 것이 일종의 ‘비기’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밀가루+물+소금으로 (제대로) 만든 우동면이 점성보다는 탄성 위주의 쫄깃함을 느끼게 한다면, 미타우동은 여기에 식초를 넣어 점탄성이 있는 ‘쫀득’한 면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쫀득함은 (어찌 보면 쫄깃함만 있는 면보다도) 수준 높은 식감이 분명하나, 한국 대중들의 일본 우동에 대한 선입견과 경험은 쫄깃함 쪽으로 치우친 탓에 앞에서도 말했듯 이를 제대로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수요미식회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 있었다면 대중들의 미식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무삭제판에 대해 나영석 PD는 ‘틀린 이야기가 굉장히 많아서 고르고 골라서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라 무삭제판 공개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수요미식회 또한 (아마 알쓸신잡 무삭제판만큼은 아니겠지만) 오류나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없는 방영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그래서 어쩌다 볼 때마다 괴롭…) 수요미식회에서 본 내용으로 어디 가서 아는 체를 하려면 팩트체크를 꼭 해보기를 권한다. 그러니까 알쓸신잡 무삭제판을 직접 찍고 싶지 않다면.

웹진 아이즈(ize)에 수요미식회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지난 9월 9일에 올라온 글인데, 평소 수요미식회를 즐겨 보지 않다 보니 방송을 보고 글을 쓰느라 원고 쓸 시간이 좀 부족하더군요. 해서 생각의 편린들이 정밀하게 접합되지는 않은 상태에서 원고를 넘긴 듯한 찜찜함에, 이미 올라간 원고를 다시 한 번 손을 봤네요.


한 번 비교해서 읽어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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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는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을까?



tvN[수요미식회]는 재미있다. 매주 바뀌는 주제(음식)에 대해 수준 높은 지식과 담론이 오가며, 아는 얘기가 나오면 공감하는 재미가 있고, 모르는 지식이 나오면 배우는 재미가 있다. 일반인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입맛과 수준의 패널들을 통해, 해당 음식과 식당을 다양한 눈높이로 검증하는 것도 재미있다. 의견이 나뉘는 게 해당 식당을 더 궁금하게 하고, 음식을 더 먹고 싶게 만든다. 방송에 나온 가게는 어디든 줄과 예약이 대폭 늘어나고, 모든 패널들이 맛있다 칭찬하는 곳은 그것이 더더욱 극심해진다. 비록 [수요미식회] 스스로 맛집 소개 프로임을 부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기능하고 있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개되는 식당에 줄을 서게 만드는 [수요미식회]의 식당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요미식회]문 닫기 전에 꼭 가야 할 집으로 꼽는 식당의 선정 기준은 원조 노포 식당의 역사가 그 음식의 역사가 된 집또는 맛이나 서비스, 분위기로 전국구적인 명성을 떨친 식당이다. 이 기준으로 [수요미식회]와 자문단이 식당을 선정한다. [수요미식회] 14회에서는 선정 기준이 은 아니며, 해당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식당을 선정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의 오래된 맛집은 부동산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산일보에 부산의 노포를 연재했던 맛칼럼니스트 박상현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가게라고 하면 맛의 비법 같은 걸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아니에요. 부동산이에요. 가게 건물이 자기 거냐 아니냐의 문제인 거죠. 똑같은 시기에 시작해서 사라진 가게 중에 더 맛있는 집도 많았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산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한국의 맛집이 대부분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원조 노포 식당의 역사가 그 음식의 역사가 된 집에는 어떤 의미를 얼마나 두어야 할까?


[수요미식회]의 또 다른 식당 선정 기준인 맛이나 서비스, 분위기로 전국구적인 명성을 떨친 식당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유명한 식당보다 맛이나 서비스, 분위기가 더 좋은 가게가 있다면 [수요미식회]의 식당 선정에는 포함되지가 않는 걸까? [수요미식회]는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맛집을 검증한다. 그렇다면 오래되거나 유명한 가게의 맛, 서비스, 분위기를 검증하는 것만큼이나, 오래되지도 않았고 유명하지도 않지만 그런 곳들에 비견할 정도로 맛, 서비스, 분위기가 좋은 가게를 찾아서 검증하는 것 또한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이 아닐까? 아니, 존속에 별 문제가 없는 전자의 가게들에 비해, 미래가 불투명한 후자의 가게들을 검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은 아닐까? 해당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꼭 오래되거나 유명한 가게를 문 닫기 전에 꼭 가야 할 집으로 선정해야만 가능한 걸까?


[수요미식회]의 기준으로는 이미 알려진 유명한 식당을 선정할 수밖에 없고, 개중에는 이미 바쁘거나 줄 서서 먹는 가게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방송 출연 후에는 더 늘어난 줄과 예약 때문에 몸살을 앓는 곳도 많다. 수요미식회의 이길수 PDYES24와 했던 인터뷰를 보면, 더 바빠지기를 원치 않아 방송 출연을 거부하는데도 촬영을 하고 방송을 내보내는 가게[각주:1]도 있다. 그런데 어떤 가게들은 방송 후에 바쁘기만 하고 매출은 더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음료도 술도 주문 않고 저렴한 메뉴만 먹고 가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얘기다. 때문에 단골집을 잃었음에 분노하는 사람, 손님이 너무 몰려서 맛을 유지하지 못함을 슬퍼하는 사람, 손님이 빠진 후에도 맛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렇다면 [수요미식회]는 매 회 시작과 함께 외치는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모토를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수요미식회] 시청자들에게 한정한다면, [수요미식회]는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송 자체는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까지 하다.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음식 이야기와 정보를 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식당의 선정과 그로 인해 파급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그 과에 대해 [수요미식회]에만 책임을 오롯이 전가할 일은 아닐 것이다. 맛집에 대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에 비해, 맛집을 제대로 다루는 콘텐츠가 별로 없는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성장통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수요미식회]는 계속 변화하려는 듯 보인다. 초기에는 오래되고 유명한 맛집이 진짜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하려는 내용이 자주 보였다면(그래서 맛없지만 유명한 곳들도 많이 선정했다면), 지금은 오래되고 유명한 맛집 중에 정말로 맛있는 곳을 선정하여, 그 맛을 다양한 수준의 패널들에게 검증받고, 시청자들에게 각자 자기 입맛에 맞는 가게를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느낌이다. 29(812일 방송분)부터는 식당 선정 기준도 나오지 않는다. 기준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지해서일지, 아니면 식당과 아이템 선정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을 검증하는 과감한 기획도 선보였다. 그 내용이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느낌도 있지만, 시도 자체는 환영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방송 초기에는 식당 선정을 5, 4개씩 했지만, 지금은 한 주제 당 선정하는 식당이 3개밖에 되지 않는다. 주제 음식 외의 메뉴도 매 회 먹어보고 언급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툭툭누들타이에서는 똠얌꿍 외의 국물 요리도 먹어봤으면 또 다른 평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고, ‘편의방은 만두 외에도 훌륭한 메뉴들이 있는데, 방송에는 만두만 나와서 그런지 손님들도 만두만 먹고 가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자문단에 신선한 뉴페이스가 영입될 필요도 있지 않을까. 6회 파스타 편에서는 한국형 파스타의 시초로 광화문 뽐모도로를 언급했는데, 그것을 만들었던 박충준 셰프가 현재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제작진을 알고 있었을지. 알았다면 그가 지금 만들어내는 파스타의 맛이 어떤지 살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식당의 개수는 출연진의 스케줄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추천 식당과 메뉴의 다양성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언젠가 [수요미식회]가 진정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미식의 별(음식 블로거)

  1. 최근 모처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가게의 허락을 받지 않고 방송을 내보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촬영 협조와 방송 여부는 별개라는 얘기. 이길수 PD의 인터뷰 내용 중 "식당에서 너무 심각하게 출연을 거절하셔서 어쩔 수 없이 방송에서 소개하지 못했던 적도 있어요."라고도 하니, 촬영 협조는 물론 방송 허락도 얻지 못한 경우도 있는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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