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ced to Death (1997년 영국, 2011년 7월 28일 한국)



미식가탐정의 이번 사건은 뉴욕에서 벌어진다. 500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향신료의 감정 의뢰를 받아 (런던에서) 뉴욕으로 날아간 우리의 미식가탐정. 향신료 감정으로 일이 끝난 줄 알았건만...


전작 "프랑스요리 살인사건"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인공인 미식가탐정은 실은 탐정이라기보다는 푸드 컨설턴트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으며, 탐정 면허도 없는 무늬만 탐정인 그런 사람이다.(미식가탐정-Gourmet Detective-은 일종의 별명 같은 것이라 보면 되고)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책 또한 마찬가지로 제목에 '살인사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이라기보다는 미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탐정소설 형식으로 써내려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에서 추리적인 부분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양념에 불과하고 핵심은 미식에 있는지라, 심각하게 사건과 범인을 추리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비추하지만, 미식을 좋아하는 식덕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설로는 이보다 나은 것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식덕이 아니라면 책이 얼마나 재미있게 느껴질지는...


단, 전작인 "프랑스요리 살인사건"이 탐정소설 매니아와 식덕으로서의 소양을 둘 다 요구한 소설이었다면(거기에 음악에 대한 지식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이번 "스파이스 살인사건"에서는 식덕으로서의 소양만이 필요한지라, 재미를 느끼기 위한 허들이 조금은 낮아졌다고 볼 수 있으려나. 어쩌면 탐정소설과 미식을 둘 다 좋아하는 독자층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작가가 변화를 준 것일 수도?


전작과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인종 전시장이자 문화의 용광로인 뉴욕이 무대인 만큼 주인공이 방문하는 식당과 등장하는 음식의 종류 또한 더욱 다양해졌다. 중동요리, 중화요리, 캐나다요리, 멕시코요리, 오스트리아요리, 아프리카요리에 이르기까지...(여담이지만 역시 뉴욕이 무대인 1989년작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면, 조크의 소재로 아프리카 식당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 역시 뉴욕...이라는 느낌이랄까.)


미식가탐정 시리즈는 총 8편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2탄인 "스파이스 살인사건" 이후로는 출간이 불투명한 느낌이라 식덕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모쪼록 지금부터라도 보다 많은 분(식덕)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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