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Duft Des Kaffees (2005년 독일, 2006년 8월 한국 초판, 2011년 12월 한국 재판)



커피와 카페 문화가 인문 예술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이 얘기에는 대체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만약 커피가 없어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이 소설은 후자의 질문에 대해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내용인즉슨, 어느 날 독일에서 가장 큰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집단 식중독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은 누가 어째서 일으킨 것이며, 그렇다면 커피를 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만약 커피가 없어진다면...이라는 것인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커피의 역사와 문화, 커피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들에 대해 서술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말하자면 커피가 이렇게 대단한 영향을 끼쳤으니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그런 것이랄까. 따라서 커피 애호가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곳곳에 산재해있고, 그러한 내용들이 책의 재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반대로 커피를 잘 모르는 분들은 재미를 느끼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범인의 추적과 사건의 해결을 중점으로 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를 느끼기에 좋은 방법은 아니다.(사실 본인이 추리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한 탓에 재미를 좀 잃어버린 경우)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커피 덕후의 색다른 커피 예찬론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식견과 애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브리오니는 개인 커피점을 운영하는 커피 로스터인데,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아 커피농장을 방문하고, 자신만의 이상적인 배합을 가지고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는 커피 장인이며, 대형 커피 회사들의 저질 커피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다.(그런 커피는 나도 진짜진짜 싫다.)


라떼나 아메리카노보다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분께서(핸드드립이라도 상관없겠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맛 좋은 개인 커피점들을 찾아다니는 분께서 커피를 소재로 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편 읽고 싶다면 추천드리고 싶다.(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사건이나 범인에 너무 집중하지 않는 것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이다.)


이 책에 나오는 커피의 유럽 전파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책 내용 중 오스만 투르크(터키)가 빈(비엔나)을 침공했을 때 오스만 투르크가 패하면서 남기고 간 커피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왔고(1683년) 그 이후로 유럽 전역에 커피가 퍼졌다는 내용이 있다. 한데, 영국 최초의 커피하우스 '파스카 로제'는 1652년에 생겼고(그 이전에 1637년 옥스퍼드에 커피하우스가 생겼다고도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1645년에(1630년이라고도) 최초의 카페가 오픈했다고 하니 유럽 커피문화의 진원지가 어디였는지에 대해서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아리송한 구석이 있다.(커피의 기원 자체는 아랍의 이슬람 문명이며, 세계최초의 커피 하우스는 1475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에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지만)


어떤 문화가 시작된 지역과 번성한 지역이 꼭 같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긴 하지만, 자세한 문제는 전문 사가들에게 맡겨두어야 할까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