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먹자골목에 있는 양꼬치 집입니다. 원래 인근의 다른 양꼬치집이 약속장소로 물망에 올랐으나, 검색해보니 메뉴가 맘에 안 들어 여기로 장소를 옮겼네요. 결과적으로 옮기기를 참 잘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양꼬치를 우선 주문해서 굽고 있더군요. 먹어보니 이거 마음에 쏙 드네요. 쓸데없이 양념을 묻히지도 않고, 양고기의 풍미가 (과하지 않게) 적절히 살아있습니다. 고기 질도 좋구요. 양고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양고기는 적절히 풍미가 있어 줘야 양고기를 먹는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일단 스타트부터 좋네요.



뭘 더 주문할까 하다가, 술 먹기 전에 밥을 먹겠다는 분이 계셔서 볶음밥을, 그리고 요리로는 중국식 탕수육(꿔바로우)과 어향가지를 시켜봅니다.



좀 질척해 보이는 비주얼이라 사람들이 모두 기대를 않고 있는데, 먹어보니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많은 분들이 중국집 볶음밥에 기대하는 맛이 고슬고슬+불맛인데, 이 집의 볶음밥은 부드럽게 볶아낸 볶음밥을 제대로 만들면 어떤 맛이 나는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고슬고슬 불맛 나는 볶음밥이 1도 부럽지 않은 훌륭한 볶음밥이네요.



어향가지도 좋기는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라, 제가 원래 주문하고 싶었던 요리는 가지만두였는데 말이죠. 맛이 괜찮기는 했는데, 어향가지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들보다는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역시 가지만두를 시켰어야 했... ^^;



꿔바로우는 먹다가 찍어서 모양이 좀 망가졌네요. 근데 이거 정말 맛있군요. 와사삭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네요.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써보자면 인생 꿔바로우랄까요. 볶음밥으로 올라간 기대감이, 어향가지로 살짝 수그러들었다가, 꿔바로우에서 정점을 찍는군요. 정말 강추합니다.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데, 안주로 주문하면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식사를 안주 삼아 마파두부 덮밥을 시켰습니다. 맛있네요. 마파두부도 좋았지만 밥을 참 잘 짓는군요. 어지간한 식당 밥보다 훨씬 낫습니다. 기본부터 남다른 곳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



마파두부 덮밥을 시켰던 건, 사실 이 중국식 짜장면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이거 주문하고 안주까지 시켰으면 양이 좀 많았을 것 같아서요. 맛을 보니 이거 물건이네요. 요즘 건대나 대림 등의 차이나타운 중식당에서 중국식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작장면을 파는 걸 종종 보는데, 매화 양꼬치의 것은 모양새부터 작장면도 짜장면도 아닌 것이, 작장면을 살짝 짜장면화한 느낌이랄까요. 진하고 짠 첨면장 묽게 만들고, 양파와 고추로 단맛과 매운맛을 살짝 입혔는데, 여느 가게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가게만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남은 소스에 밥도 비벼 먹었는데 역시나 참 맛있는... 밥도 잘 지으시니 더더욱 말이죠. ㅎㅎ


매화 양꼬치는 양꼬치도 맛있지만, 요리와 식사가 여느 양꼬치집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은, 잘 나가는 중식당 정도의 또는 그 이상의 공력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술 안 드시는 분들도, 식사와 요리를 즐기러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구요. 실제로 일행 중 인근에 사시는 분은 자녀들 데리고 저녁 오픈 시간에 맞춰서 함 와야겠다 하셨을 정도.(기본적으로 술집이라 점심 영업은 안 하시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꽤 넓은 편이고 룸도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매장이 몇 개 더 있는데, 논현점이 본점이고 강서구청점, 발산역점도 있네요.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맛집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고, 세상이 점점 그리 변해가고 있는 게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맛집이 줄어들고 있다든가, 하양평준화 되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맛집은 분명 늘어나고 있지만, 가게들이 워낙 많고, 하향평준화된 가게들이 더 잘 보이고 더 많이 보이니, 새로운 맛집들이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죠.



줄 서는 맛집, TV에 나온 맛집이 아니라도 맛있는 곳은 많이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줄을 서기 보다는, 그 시간에 검색을 하는 게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을 확률이 높구요.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 맛있는 곳을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맛집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맛 평점 = 8.6 (10점 만점)


※ 음식의 맛 평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업소 방문은 2015년 12월에 이루어졌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63-6

02-543-5951

연중무휴

홈페이지 http://yangkkoch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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